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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초기, 독일 신부가 찍은 1911년의 한국(화보)

  • 박수진
  • 입력 2015.09.14 06:06
  • 수정 2017.07.23 07:36

독일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 총원장이 1915년 출간한 『고요한 아침의 나라(Im Lande der Morgenstille)』초판에 사용한 원본 사진 13장이 언론에 별도 묶음으로 공개됐다.

이 수도원 선교박물관의 한국관 큐레이터 역할을 하는 김영자(76) 레겐스부르크대학 박사는 2015년 연합뉴스와 만나 박물관이 소장한 5만 점 가량의 우리나라 사진 중 이 책자에 사용된 사진 일부를 따로 모아뒀다면서 원본 사진 스캔 파일을 제공했다. 이들 사진은 학술 목적의 사진집 발간 같은 특별한 사업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알려지거나 노출된 적이 있지만, 책자 수록용으로 추려져 언론에 다수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사진은 선교를 위해 1911년 2월부터 4개월 동안 한국을 찾은 베버 총원장이 부산에서부터 서울, 경기, 천안, 공주, 해주, 평양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촬영한 것들이다. 이번 사진은 당대 갑남을녀가 소나 농사기구를 이용해 노동하고 부엌에서 솥단지를 걸어놓고 불을 지피는 모습이나 서양식 담배와 장죽을 함께 든 형상 등 평범한 생활상을 담았다. 문화인류학과 문학에 밝고 예술적 감각도 탁월했던 베버 총원장은 일제에 강점당하기 시작한 조선이 민속문화와 전통가치를 침식당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사진들에 그런 것들을 담아내려고 진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25년 6월 두 번째 한국 방문 때에는 35㎜ 필름 1만 5천m 분량의 영상을 찍고, 독일 현지에서 이를 무성영화로 만들어 상영함으로써 당시 조선을 독일에 알리는 데에도 기여했다. 그는 특히 이 2차 방문 기간 금강산을 여행하고 나서 『In den Diamantbergen Koreas(1927년. 이후 1999년 김영자 역 '수도사와 금강산')』라는 책을 또 냈고, 두 차례 한국 방문에서 모두 갖가지 민속품을 모아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선교박물관으로 넘김으로써 이후 한국 근대문화사 연구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

1915년 초판이 나온『고요한 아침의 나라(Im Lande der Morgenstille)』는 원색사진 24장과 일반사진 279장 등 다양한 사진을 활용한 방대한 저서로서 2013년 한국어로도 번역돼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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