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무덤을 박차고 나온 스티브 잡스의 분노...? (동영상)

  • 허완
  • 입력 2015.09.11 12:39
  • 수정 2015.09.11 13:25

애플은 9일(현지시간) '아이패드 프로'를 발표하면서 전용 키보드와 스타일러스펜을 함께 소개했다. '스마트 키보드'와 '애플펜슬'이다.

어색할 정도로 큰 화면을 채택한 아이패드 프로는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명백하게도 업무용 태블릿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건 '소파에 앉아 휙휙 넘겨보는' 용도의 태블릿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키보드와 스타일러스펜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이패드를 워드나 액셀, 디자인, 설계 작업 용도로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키보드와 '애플펜슬'을 환영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가 이 사실을 봤다면...'이라며 탄식을 쏟아냈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큰 화면과 스타일러스펜을 극도로 싫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들은 '잡스가 무덤에서 돌아누울 일'이라며 이런 변화를 짚었다.

그리고 마침내 잡스가 돌아왔다. 한 유튜브 이용자에 의해서.

아래 동영상은 유튜브 이용자 'Taiwanese Animators'가 10일 게시한 영상이다. 이 3D 애니메이션 영상에는 '잡스의 분노'가 담겨 있다. 정말 잡스가 살아서 돌아온 것만 같다...

다만 이 영상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애플 이벤트 이후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철학을 버렸다'는 주장의 근거로 계속 언급되고 있는 스타일러스의 예를 들어보자.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아이폰을 공개하며 "누가 스타일러스를 원하나. 아무도 스타일러스를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우리 모두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손가락으로 이 기기를 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언론들이 이미 소개한대로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스타일러스를 특별히 혐오한다는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었다.

더버지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아이폰은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적용한 최초의 스마트폰 중 하나였으며, 틀림없이 그걸 대중화시킨 스마트폰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핀치 투 줌(두 손가락으로 확대)' 같은 멀티터치 제스처를 알게된 것도 이 때가 처음이었다. 또 정전식 터치 덕분에 애플은 고품질 글라스 레이어들을 활용해 터치 감도와 디스플레이의 밝기 및 선명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초기 스마트폰의 감압식 터치스크린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었다.

(중략)

정전식 터치 이전의 스타일러스는 감암식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였다. 2006년으로 돌아가보면 스크린이 형편없던 'Palm Treo 700p'는 손가락으로 제대로 조작하는 게 불가능했다.

(중략)

애플은 정전식 스크린에서는 손가락 만큼 좋은 입력방식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잡스가 처음부터 아이폰에 스타일러스를 넣자는 아이디어에 펄쩍 뛴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99달러짜리 스타일러스가 마련된 아이패드 프로는 주머니에 들어가는 그런 작은 기기가 아니다. 이건 게임부터 영화감상, 문서작성, (장착 가능한 키보드로) 노트필기 같은 다양한 용도에 맞춰 디자인 된 12.9인치 짜리 기기다. (더버지 9월9일)

요약하면, "아무도 스타일러스를 원하지 않는다"던 잡스의 말은 '아이폰은 (다른 제품과 달리) 손가락 만으로도 이렇게 터치가 잘 되는데 대체 스타일러스 같은 게 왜 필요하냐'는 의미라는 얘기다.

이건 스타일러스에 대한 혐오라기보다는, 감압식 터치스크린을 채택한 당시의 '스마트폰'들을 은근히 조롱하는 발언에 가깝다. 그때만 해도 멀티터치 같은 건 상상도 못했던 바로 그 모든 '스마트폰'들 말이다. 손가락에 온 신경을 집중해 꾹꾹 눌러도 제대로 반응하지 않던 그 재앙 같았던 '스마트폰'들을 떠올려 보라.

더버지는 이어 이렇게 전했다.

그럼에도 애플은 여전히 남들을 따라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삼성은 지난 몇 년 간 매우 큰 화면을 채택한 갤럭시노트 라인업으로 스타일러스를 다시 대중화시켰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투인원 디바이스 라인업 서피스에 펜을 탑재해왔다. 사실 따지고보면 대화면 스마트폰 스크린과 그에 대한 대중의 수요는 삼성의 고집(insistence) 때문에 탄생했며, 그에 따라 애플도 작년에 4.7인치 아이폰6와 5.5인치 아이폰6플러스를 출시하게 된 것이다.

사실 애플은 오랫동안 알려져 온 것처럼 -대화면 스마트폰, 작은 태블릿, 스마트워치, 대화면 태블릿 같은 분야에서- 그걸 기회로 삼아야 할 때가 왔다고 느낄 때까지 확실한(obvious) 시장 트렌드를 지켜본다. 랩탑 크기의 태블릿(아이패드 프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99달러 짜리 스타일러스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건 당신이 정말 그걸 원하고 그게 필요하다고 느낄 때 뿐이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냥 손가락을 써도 된다. 스티브 잡스도 그걸 원했을 것이다. (더버지 9월9일)

애플은 이전에 없던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는 그런 기업이 아니다.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기술을 자신들의 철학과 원칙에 따라 조합해 새로운(또는 새로워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들의 노력은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아이팟 이전에도 MP3플레이어는 있었지만, 아이팟 이후에 다른 MP3플레이어는 없었다.

'팀 쿡의 애플'은 분명 '스티브 잡스의 애플'과는 다르다. 그러나 이걸 '팀 쿡이 잡스를 배신했다'거나 '애플이 철학을 버렸다'고만 볼 일은 아니다. 팀 쿡은 3년 만에 주가를 두 배 이상으로 끌어 올려 애플을 세계 최대기업(시가총액 기준)으로 변모시켰다. 애플 제품이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던 시절은 끝났지만, '애플' 로고에 열광하는 사람은 이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 ('더 많이'와 '열광'을 동시에 이뤄내는 건 그렇게 쉬운 과제가이 아니다.)

그러니 위에 소개한 영상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자. 더기어는 이 영상을 소개하며 이렇게 전했다.

스티브 잡스는 죽기 전에 팀 쿡에게 "나의 판단을 상상하지 말고, 당신의 길을 가라" 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도 어제 발표를 봤다면 아마 박수를 보냈을 겁니다. (더기어 9월11일)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IT #테크 #애플 #팀 쿡 #스티브 잡스 #아이패드 #아이패드 프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