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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의 게놈을 시퀀싱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생명의 비전을 보고 있다

Pic by Neil Palmer (CIAT). Decoding the cassava genome - more information coming very soon.
Pic by Neil Palmer (CIAT). Decoding the cassava genome - more information coming very soon. ⓒCIAT International Center for Tropical Agriculture/Flickr

유전체학계는 단 한 번에 엄청난 선물을 받았다. 완전히 시퀀싱(서열)된 45종의 새로운 새 게놈이 그것이다. 20개국의 80개가 넘는 연구소에서 연구자 수백 명이 4년 동안 참가한 메가 시퀀싱 프로젝트를 통해 2014년에 나온 엄청난 결과다. 생명의 방대한 구조도에서 한 끄트머리만을 보여주는 연구다.

세계 최대 유전체학 센터인 중국의 BGI가 주도한 프로젝트였다. BGI는 판다, 쌀, 38종의 비둘기에 대한 시퀀싱도 주도했다. 비둘기는 다윈이 1859년의 명작 ‘종의 기원’에서 진화의 주된 증거로 사용했던 종이기도 하다.

BGI의 가장 큰 발견은 새 진화의 ‘빅 뱅’ 컨셉을 지지하는 증거였다. 이 게놈들로 만든 가계도를 보면 대부분의 새 혈통은 공룡들이 지구에서 사라진 뒤 비교적 짧은 시간(1천만~1천5백만 년) 동안에 쏟아져 나왔다. 새들은 ‘날개 달린 공룡’이었다. 닭의 비늘로 덮인 발만 봐도 알 수 있다.

BGI의 조류 계통유전체학 프로젝트는 방대했다. 데이터 분석은 수퍼컴퓨터 몇 대로 300년 이상의 CPU 타임이 걸렸다. 그렇지만 이것은 지구상의 생명의 DNA를 해독하려는 전세계적 시도의 아주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 우리가 좋아하는 척추동물인 조류는 – 미국에만 4천만 명이 넘는 조류 관찰자가 있다 – 40억 년 된 생명의 나무의 작은 가지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게놈 10K는 척추를 가진 모든 동물들을 대표하는 게놈을 시퀜싱하려는 프로젝트이다. 연관성이 높은 종들의 묶음인 ‘속’에서 하나씩만 고른다 해도 1만 개의 게놈이 필요하다. G10K의 영향으로 지상의 곤충들과 해양 무척추 동물들의 대량 시퀀싱 프로젝트인 곤충 5KGIGA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이들은 전세계에서 진행 중인 여러 메가 시퀀싱 프로젝트 중 세 가지에 불과하다.

학자들은 게놈 시퀀싱을 통해 뉴질랜드의 날지 못하는 새 키위가 야행성으로 진화하면서 시각보다는 후각에 더 의지해서 생활할 수 있도록 스스로 게놈 시퀀스를 바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기존의 밀리언 베테랑 프로그램에 일부 기반한 1백만 게놈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크레이그 벤터는 그의 첫 ‘밀리언-옴’ 작업 중이다. 한국인 게놈 프로젝트를 이끄는 유니스트 박종화 교수는 10억 게놈 프로젝트의 비전의 틀을 잡았다. 개인 게놈 프로젝트를 만든 하바드의 조지 처치는 모든 사람을 다 시퀀스할 것을 주장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포함한 이 지구상의 살아있는 모든 유기체를 시퀀스하고 있다. 행성 전체의 게놈을 해독하고 있다. 이것이 미래에 있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어떤 위험과 혜택이 있을까?

DNA는 생명의 기초층이다. 우리 세포에서 발견되는 유전적 물질이다. 모든 게놈 – 모든 유기체를 이루는 유전자의 완전한 세트 – 은 생명을 만드는 레시피이다.

DNA는 극도로 단순하다. A, C, G, T 단 네 글자로만 구성된 언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글자들이 복잡하게 조합을 이루면 생명이 생겨난다. 이 네 글자로 단어, 문장, 문단, 챕터, 책을 만든다. 지구상의 유기체 하나가 한 권의 책이다. 이것은 살아있는 암호, ‘생명암호(biocode)’이다.

모든 게놈은 자서전이다. 글자와 단어들이 눈, 머리카락, 피부색, 유전적 건강 문제 등 무수히 많은 특성들을 설명한다. DNA는 신생아에게 유전병이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는 수정구슬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과거에 대한 단서도 간직하고 있다. 우리의 DNA는 우리 가까운 조상들의 DNA다. 사실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와 우리의 DNA는 99% 가까이 동일하다. 생명의 40억 년 역사를 놓고 보면, 우리의 유전자 중 37%는 단세포 박테리아 선조에서 온 것이다.

캠브리지 화이트헤드의 연구원 니콜 바나가 시퀀싱 중인 인간 DNA가 들어있는 트레이를 들고 있다. 2001년 5월 31일.

우리의 DNA를 읽을 수 있게 되면 다양한 가능성이 열리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유전적 차별, 우생학, 맞춤 아기, 사라진 종 재생, 새로운 형태의 생물에 대한 논의도 뒤따른다. 게놈의 디지털 카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재현하는 것은 이미 가능하다. 세계 지도자들은 2015년 다보스 정상 회의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것들 중 하나로 합성생물학적 위협을 꼽았다.

DNA 연구는 한때는 SF 같았던 것들이 현실이 되는 영역이다. 아티스트 헤더 듀이-해그보그는 뉴욕의 거리에서 생물학적 쓰레기를 주워 눈 색깔이나 성별 같은 유전자 몇 개를 분석해서 얼굴을 만들고 3D 프린팅을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경찰에게 3D 머그샷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생겨났다. 공중 장소에서 머리를 빗었다가 당신의 DNA 홀로그램을 남기고 갈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러한 사실은 광범위한 유전자 감시의 가능성에 대한 깊은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맞서기 위해 듀이-해그보그는 당신의 정체성을 숨길 수 있도록 손댄 곳을 씻어주고 가짜 DNA를 뿌리는 스프레이를 만들었다. 아직은 예술의 영역이지만, 그녀의 작업은 핵심을 건드린다.

또한 우리는 현재 세계 종 다양성의 분포와 풍부함에 있어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대면하고 있다. 우리는 여섯 번째 대량 멸종을 맞이하고 있다. 종 다양성을 잃어감과 동시에 지구상의 생명을 시퀀스하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과잉 소비, 서식지 파괴, 공해와 기후 변화로 인해 21세기 말에는 다윈의 시대에 비하면 심각하게 줄어든 행성 게놈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지구상의 게놈은 연구실에서 만든 새로운 생명체까지 포함할지도 모른다. 인간 대리모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을 부활시키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젠 SF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이나 당신 가족들은 DNA 해독을 받을 것인가? DNA 시험은 연구실을 벗어난지 오래다. 대도시에서는 길거리에서도 유전자 시험이 가능하다. 친자 확인 트럭이 리얼리티 쇼에 등장할 수도 있다. 혈통 확인과 게놈 전체 시퀀싱이 현재 가능하다. 고양이, 개, 심지어 야크까지, 어떤 동물에 대해서도 가능하다. 현실적인 유전체학 혁명이 다가온다.

현재 과학으로 게놈 하나를 분석하는데 1백 달러 정도가 들고, 앞으로 십 년간 수십억 개의 게놈 분석 자료가 축적될 수도 있다. 지구 전체 인구 수보다 더 많은 게놈을 시퀀스할 수 있다. 왜 그렇게 하는 것일까? 암 진단과 최적 치료법 발견에 암 게놈 시퀀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 안팎에 사는 미생물 연구에서 가장 폭발적인 발견이 나올 수도 있다. 미생물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구상 생명의 다수를 구성하고, 유전체학은 우리와 지구 건강을 지키는 그들의 역할을 밝히고 있다.

이 모든 데이터가 모여 우리에게 지구 게놈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우리는 지구의 생명 암호를 풀고 있다.

허핑턴포스트US의 We Are Sequencing the Genomes of the World, and It's Giving Us a New Vision of Lif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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