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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 '노동계 반대해도 노동시장 개혁 밀어붙이겠다'

  • 허완
  • 입력 2015.09.11 08:30
  • 수정 2015.09.11 08:41

정부가 노사정 합의와는 별개로 여당과 함께 '노동시장 개혁'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가 반대하더라도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노동개혁 향후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정부가 제시한 협상시한인 9월10일을 넘겼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서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1일 '노동개혁 향후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 발표에 담긴 메시지를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전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1. 정부가 제시한 협상시한 9월10일까지 합의가 안 됐으니 방법이 없다. 정부가 여당과 함께 직접 추진하겠다.

2. '임금피크제 도입', '업무부적응자 해고 기준 마련(일반해고)'은 양보할 수 없다.

3.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노조들은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나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

4. 시간이 얼마 없다. 노동계와 경제계가 결단해야 한다.

5.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지면 법안에 반영은 하겠지만, 시간이 얼마 없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다음주 중 '5개 노동개혁 법안'을 내기로 했다. 정부와 여당이 '대타협'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노동계와 경제계가 결단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압박하고 있는 대상은 경영계가 아니라 노동계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경영계와 정부는 어느 정도 협상안에 대해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계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혁'은 여러 중요한 쟁점들을 담고 있다. 임금피크제나 일반해고는 물론, 파견확대, 취업규칙 변경 등은 한국 노동시장의 질서를 다시 짜는 수준의 변화를 가져올 의제들이다. '비정규직법' 같은 게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10~20년 동안 수백만명의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문제를 논의할 노사정 대화가 4개월 만에 다시 시작된 건 불과 3주 전이다. 노동계를 대표에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여전히 일반해고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핵심 쟁점들에 대해 노사 양측의 의견이 좁혀졌다는 신호는 아직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정부는 한국노총이 대화에 복귀하자마자 9월10일을 '시한'으로 못 박았다. 열흘 만에 도장을 찍으라는 것. 이제는 '시한을 넘겼으니 정부가 알아서 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정부는 왜 자꾸 "시간이 없다"고 하는 걸까?

뉴시스에 의하면,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최경환 : "노동개혁을 위해서 또는 입법 사항과 입법조치와 예산 조치가 필요한 사항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정기국회일정, 예산 제출 시한 등을 감안할 때 무작정 협상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 아시는 대로 예산안은 오늘 국회에 제출을 해야 된다. 거기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10일까지 협상을 타협을 해 주지 않으면 예산반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절차상의 호소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부분이다. 입법을 위해서도 국회 논의 절차가 있기 때문에 지금 입법절차를 추진하지 않으면 이번 국회에서 추진하는데 지장을 받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10일까지 모든 타협을 협상을 완료해 달라는 시한을 제시했던 것이다." (뉴시스 9월11일)

왼쪽부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중요한 의제를 다루는 협상에서 정부가 합의 방향과 내용을 사실상 이미 정해놓고 시한까지 제시한 상황에서 '대타협'이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이를 '힘에 의한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질의응답에서 한 기자는 "기업들의 일방적인 목소리만 담겨있는 것 같다"며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노동계는 고용안정 질서를 양보해야 하는데, 경영계는 뭘 결단해야 한다는 얘기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년 60세를 하게 되면 앞으로 청년을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이 30만개가 부족해 지는데 그부분 30만개를 능가하는 채용을 해달라는 게 첫 번째 주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부모 세대의 임금과 일자리를 줄여야 자녀 세대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기업들이 과도한 인건비 부담, 해고의 어려움 등으로 신규채용을 꺼린다는 것.

정부가 '시한'을 제시하며 타협을 압박하던 그 때, 경제계 단체들도 '우리 얘기가 그 얘기'라며 보조를 맞췄다. '노동시장 개혁이 통과되면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합의 할 테면 하고, 안 하려면 말고'...?

그러나 여러 차례 지적된 것처럼, '대타협'이 이뤄지기 힘든 가장 큰 원인은 노사 양측의 계산서가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노동자들은 '현금을 건네고 (기약 없는) 어음을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노동자들이 양보를 통해 잃게 되는 건 분명한데, 기업들이 뭘 양보한다는 건지는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반면 노동계는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통해 부모세대 임금을 줄여 확보한 재원을 과연 청년고용에 고스란히 쓰겠느냐고 의심한다. 여기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중략)

노동자 임금 삭감은 당장 눈앞에 현상적으로 드러나지만 그 뒤 청년고용은 오로지 기업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로선 기업에 ‘현금’을 건네고 ‘어음’으로 돌려받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한겨레 8월6일)

노동계는 그동안 '청년 의무고용 할당제'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해법으로 제시해왔다. 여기에는 노동자들도 고통을 분담할 테니,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몫도 명확히 해두자는 뜻도 담겨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건 안 된다'며 단호한 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다.

남는 건 결국 '힘의 대결'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정부가 법을 만들어서 국회에 보낸다면, 야당을 설득할 자신은 있는 거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노동시장 개혁을 하지 않고는 도저히 우리 경제, 미래 또 우리 아들·딸 들의 미래가 없다는 점을 국민들이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도 그 점에 대해서는 노사정 타협이 이루어진다면 동의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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