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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성 대리가 돌아왔다(동영상)

  • 김병철
  • 입력 2015.09.10 13:30
  • 수정 2015.09.10 13:51

숨이 턱에 차는 산동네가 꾸불꾸불 이어진 곳, 영도는 이름처럼 부산의 그림자같은 섬이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영도> 주인공 영도는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그림자처럼 쥐죽은듯 살아야 한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운명에 분노하고 절망하는 영도. 배우 태인호(사진)가 그 역할을 맡았다. 드라마 <미생>에서 부하인 신입사원 한석률을 ‘비열하게’ 괴롭히는 성대리 역할로 얼굴을 알린 태인호가 처음 맡은 장편 주연작이다.

“내가 영도라면… 정말 침착하고… 차분하고… 더 조용해지지 않을까….” 캐릭터의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포착했는지를 물었는데, 그 대답을 듣기까지 한참 걸렸다. 약삭빠르고 까칠한 성대리는 어디 가고 정말 그는 영도에 단단히 빙의한 게 틀림없다. 누가 밤중에 칼을 들고 찾아와 아비 대신 네 심장을 달라면 그래야 하나 고민할 게 틀림없다.

경성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한 그는 선후배 사이로 학교때부터 같이 단편영화를 만들었던 영도 출신 손승웅 감독, 지금도 영도에 살고 있는 배우 이상희 등과 <영도>를 만들었다. <영도>는 영도 현지 사람들이 만든 영화인 셈이다.

영화에서 그는 살인자의 아들이란 이유로 두드려 맞는 십대 청소년부터 죄의 댓가를 치르고 난 삼십대 청년까지 연기했다. 순진한 표정 위에 러시아 마트로시카 인형처럼 ‘왜 또 나여야 하는가’하는 분노와 경악, ‘제발 이러지 말아달라’는 애원, 마침내는 체념까지 하나하나 덧입는 방법으로 세월을 표현했다. <영도>는 피가 흐르고 살이 튀는 강도 높은 영화지만 배우 태인호는 육식성 영화에 식물같은 분위기를 드리운다.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태인호는 영화 <하류인생>, <국제시장> 등 역할은 작았지만 해마다 꼬박꼬박 2~3작품을 해왔다. “특별히 방해가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늘 대사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 사투리가 연기에 방해가 되지 않느냐고 묻자 금세 서울 말씨로 바뀐다. 언론시사회가 열린 지난 3일에도 강우석 감독의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와 한국방송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촬영하는 중이었다.

드라마 <미생> 덕에 처음으로 오디션을 보지 않고도 캐스팅된 작품들인데 <미생>의 성대리 때만큼이나 이기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태인호는 자신의 원래 성격은 영도와 가장 흡사하다고 했다. <미생>으로 팬들이 생긴 소감을 묻자 “연기를 더 할 수 있는 시간이 오지 않을까요, 좀더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은 뒤 스스로 “영원하지는 않겠지만”이라고 답한다.

“혼자서 하는 일을 좋아하지만 연기는 좀 달라요. 제가 머릿속으로 완성해놓은 캐릭터를 감독과 의논하면서 만들어가는 것이 즐거워요.”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에야 낯가림이 사라진 듯 양쪽 볼에 보조개를 짓는 그는 정말 쉬엄쉬엄 가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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