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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 졸업하려면 8500만원 든다

  • 김병철
  • 입력 2015.09.09 19:17
  • 수정 2015.09.09 19:18
ⓒShutterstock / hxdbzxy

요즘 4년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졸업하기까지는 8510만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8일 홍성축산업협동조합 우시장의 수송아지 한마리 값은 348만1000원이었다. 송아지 24마리를 팔아야 대학 교육비를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이제 대학을 졸업시키려면 작은 목장 하나는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대학교육연구소가 공동으로 낸 ‘대학생 삶의 비용에 관한 리포트-통계로 본 대학 교육비’ 보고서의 내용이다. 보고서는 연구소가 자체 분석했거나 교육부와 통계청, 취업정보업체 등이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 대학 입학 뒤 5년간 8500만원 들어

올해 서울 한 사립대학 인문계열에 입학한 새내기 방그래(19살)군. 방군이 대학에 다니기 위해 내야 하는 비용은 ‘입학 전형료’부터다. 정시와 수시를 포함해 많게는 아홉 차례 넣을 수 있는 원서 비용으로 52만원이 든다.

실제 올해 국내 대학들이 입학전형료로 거둬들인 수입은 1533억원에 이른다. 지방 출신인 방씨는 면접을 위해 서울로 올 때마다 교통비와 식비, 숙박비를 써야 했다.

대학에 들어오니 77만7000원(사립대 평균치)이라고 적힌 입학금 영수증이 날아왔다. 입학금을 뺀 1년치 등록금을 뽑아보니 737만원이었다. 졸업 때까지 등록금이 전혀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4년간 그가 내야 할 돈은 2949만2000원에 이른다. 의대에 진학한 방군의 고향 친구는 한 해 등록금만 1000만원을 웃돈다고 했다.

요즘 대학에선 ‘학점관리’ 차원에서 계절학기 수강도 ‘필수 과목’처럼 되고 있다. 방군이 앞으로 계절학기 세 과목만 수강해도 65만원가량을 추가로 내야 한다.

방군이 대학을 다니면서 쓰는 생활비도 만만찮다. 기숙사비는 한달 32만원(1인실 기준)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기숙사 입주에 실패한 방군은 50만원가량의 월세를 내고 자취를 하고 있다. 식비와 교통·통신비 등 다른 생활비도 한달에 최소 30만~40만원 안팎이 든다.

이런 비용을 따져보니, 방군이 졸업유예 기간을 포함해 대학을 5년간 다닐 경우 총 8510만원가량의 돈이 필요하다. 등록금이 3092만원으로 가장 컸고 주거비 2690만원, 생활비 2400만원을 써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탓이다.

방군의 동생이 곧 대학에 입학하면 방군의 부모님은 한 해 3000만원이 넘는 돈을 자녀들의 대학교육비로 내야 한다. 월급쟁이인 방군 아버지의 한달 봉급은 264만원(2014년 임금근로자 평균 월급)이다.

결국 방군은 일자리를 구하기로 했다. 올해 초 한 연구기관(<대학내일> 20대연구소)이 낸 보고서를 보면, 대학생의 66.3%가 조사 직전 6개월 동안에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으며 이 가운데 58.3%는 대학 생활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일을 했다. 지난해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75만4000여명이며, 대출액은 2조3590억원에 이른다.

■ 졸업 뒤 취업 준비도 부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안포기(26)씨는 후배 방그래를 보면서 “그래도 학교에 다닐 때가 좋았다”고 말한다. 새내기 시절 읽은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2010)는 표현은 책 속에만 있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뉴스에는 청년실업률이 10%를 웃돈다는(6월 10.2%) 암울한 소식만 나온다.

취업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도 크다. 안씨는 영어학원은 물론이고 모의면접 학원, 웅변·스피치 학원, 이미지메이킹 학원 등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졸업을 코앞에 둔 하반기 취업 준비 비용으로만 대략 153만원(지난해 인크루트 조사)이 들어간다.

안씨처럼 취업을 위해 각종 사설학원에 다닌 대학생은 10명 중 8명에 이른다. 3명 중 2명(63.3%)이 어학학원, 3명 중 1명(30.8%)은 자격증학원, 10명 중 1명은 고시학원에 다니고 있다.

안씨는 1년 더 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 초 ‘졸업유예’를 신청했다. 취업에 더 유리할 거라는 판단에서다. 이 또한 공짜는 아니다. 수업을 듣는 것도 아니지만, 졸업유예 수강비로 317만원을 냈다. 안씨처럼 졸업유예를 신청한 대학생은 전국적으로 2만5245명(2014년)이나 된다.

대학원에 갈까도 생각해봤지만, ‘석·박사 실업자’가 넘쳐나는 탓에 선뜻 택하지 못하고 있다. 1990년 8만6911명이던 대학원생(석사과정 7만2417명, 박사과정 1만4494명)은 지난해 33만872명(석사 26만897명, 박사 6만9975명)으로 3.8배나 늘었다. 대학원 학비는 대학보다 비싸다. 올해 국내 사립대 대학원 연간 평균 등록금은 최저 857만원에서 최대 1510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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