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하나고 학부모들, 공익제보 교사에게 "학교 떠나라"

ⓒ한겨레

전국형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가 입학 전형에서 남녀 학생 비율인 ‘성비’를 맞추기 위해 입학 성적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 학교 교사가 학부모들의 집단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동료 교사도 단식 투쟁 등으로 학부모들과 뜻을 같이하고 있어 공익 제보자가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8일 하나고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학교 학부모 300여명은 지난 4일 집회를 열고 공익 제보자인 전경원 교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을 보면, 학부모들은 전 교사에게 △단식하고 있는 유아무개 선생님께 조금이나마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교직을 떠나라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외부로 끌고 가서 학교 이미지를 땅에 떨어뜨린 것이 합당한지 말하라고 요구하고 △원서를 쓰고 있는 4기 학생들(고3)에게 한 번이라도 미안한 마음 가져본 적이 있는가 등을 묻고 있다.

전 교사는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 행정사무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하나고가 2010년 3월 문을 연 뒤 입학전형에서 서류 평가와 면접 점수를 합산한 엑셀 문서를 조작해 여학생 지원자를 떨어뜨리고 남학생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입학생의 성비를 맞춰왔다고 증언했다. 전 교사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3차례가량 입학전형위원으로 참여했다.

정철화 하나고 교감도 같은 자리에서 “기숙사 때문에 남녀 숫자 조율이 필요했다”며 전 교사의 증언을 인정했다.

하나고 학부모들은 4일 집회를 마친 뒤 전 교사에게 보낸 ‘어머니들의 마음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오늘 하나고 학부형들의 집회가 있었는데, 선생님은 당당하지 못하게 자리에 안 계셨고, 저희 어머니들은 다시 한번 선생님의 비겁함에 눈물을 흘렸다. 이제 교직을 떠나주셨으면 한다”며 “지금까지 어머니들이 지켜본 하나고는 내 손자도 내 조카도 보내고 싶은 학교다. 진정으로 이 학교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교육의 산실이 되길 희망한다”고 썼다.

하나고 학부모들은 이 학교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에서도 전 교사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학교 이태준 교장이 ‘전경원 선생님에 대한 징계 제청 경위 등 설명’이란 제목의 글에서 “지난주 전경원 선생님이 우리 학교의 내부 일을 왜곡, 과장하여 발표를 하고 언론에도 유포함으로써 우리 학교가 마치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며 “8월 초 이미 전 교사에 대한 징계가 제청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자 한 학부모는 “한 사람의 사심에서 나온 행동으로 인해 참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네요”라고 말했고, 다른 학부모는 “만일 그것이 진실이었어도 지금 공부하는 학생들, 특히 앞으로 입시가 코앞에 있는 고3들, 졸업생들을 생각하면 꼭 그런 방법으로 해결을 보고 싶었을까, 진정한 선생님이라면 그렇지 않았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마음이 많이 답답했다”고 적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어떤 상황이든지 전경원 선생님 이렇게 하시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정의라는 가면을 쓴 위선적 행동들이 모두 우리 아이들에게 간다는 것을 왜 모르셨을까”라고 썼고, 고3 아빠라는 학부모는 “우리 모두 겪어보지 않았나요? 이만하면 하나고 괜찮은 학교 아닌가요? 그러니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점진적인 교육 발전을 위해 당장 모든 게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한발 물러서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썼다.

이 학교의 한 교사도 8일 현재 9일째 단식을 하면서 “전 교사는 폭로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7~8명의 다른 교사도 인트라넷에서 학교 쪽 입장을 대변하며 전 교사에 대해 인신공격을 하고 있다.

전 교사는 이에 대해 “입시와 진학 결과도 좋고 학생 만족도도 높은 학교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면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훌륭한 학교로 만들자고 나올 줄 알았는데, 학부모님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 몰랐다”며 “매우 충격적이고,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교 준비위원으로 발령받아 7년째 근무 중이고, 하나고 교가를 작사한 작사가로서 학교 발전을 위해 부끄럽지 않게 노력했다고 자부한다”며 “인격과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는 집단폭력”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하나고 #사회 #교사 #공익제보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