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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율급등, 원화약세가 아니라 달러강세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많은 이들이 불안해 하는 반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수출 신장에는 도움이 될 거라는 주장이 여전히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만 그 같은 주장은 최근까지 진행된 원달러환율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소치라고 본다. 2014년 7월을 저점으로 최근까지 진행된 원달러 환율은 원화 약세라기보다는 달러 강세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

  • 선대인
  • 입력 2015.09.09 08:07
  • 수정 2016.09.09 14:12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많은 이들이 불안해 하는 반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수출 신장에는 도움이 될 거라는 주장이 여전히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만 그 같은 주장은 최근까지 진행된 원달러환율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소치라고 본다.

2014년 7월을 저점으로 최근까지 진행된 원달러 환율은 원화 약세라기보다는 달러 강세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 환율 급등은 미국 양적완화 종료와 금리 인상 흐름 속에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한국 원화라는 거울에 비친 이미지에 가까웠다. 즉 이 기간에 원화뿐만 아니라 다른 거의 모든 국가들 화폐 가치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 특히 이 기간 양적완화를 확대한 유로존의 유로화와 일본 엔화는 한국 원화 대비로도 더 약세를 보였다. 양상이 이렇다 보니 원달러 환율이 뛴다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처럼 수출이 잘 된다는 정부나 상당수 언론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상황은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전개돼 왔고 미국의 꾸준한 금리 인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향후 몇 년간도 큰 틀에서 그럴 것이다.

다른 수출 경쟁국들의 화폐 가치도 떨어지는 셈이니 (심지어 일본은 우리보다 더 가파른 약세) 미국이나 중국 등 수출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특별히 더 생길 리가 없다. 더구나 중국을 제외한 EU와 일본의 경우에는 원화가 해당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더 강세를 띤 셈이니 오히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더 악화된 셈이다. 대체로 미국 달러에 연동돼 강세를 띠어온 중국의 경우도 최근에는 위안화 가치 절하에 나선 상태인데다 자국 내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자들이 급부상해 역시 한국 수출이 급감하게 된다.

다만 같은 수출을 하더라도 원화 환산 수출실적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침체와 한국 주력산업의 위축으로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물론 최근 한 달여 사이에 벌어진 원달러 환율 상승은 외국인 단기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에 따른 측면이 크고 다른 주요국 화폐에 비해 약세를 띠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를 수출 증대보다는 위기의 징후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5년여 만에 종가 기준으로 1,200원대에 진입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종가가 1,20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0년 7월 22일(당시 종가 1,204.0원) 이후 약 5년 2개월 만이다.

어쨌거나 이미 재벌독식구조와 부동산 거품-가계부채 급증으로 내수가 죽은 지 오래됐는데, 수출마저 이런 상태면 한국경제가 기댈 곳이 어딜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국내 언론들은 중국경제가 붕괴할 것처럼 떠들지만, 오히려 구조개혁 과정의 성장통에 가까우며 중장기적으로 중국경제는 상대적 고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는 상당한 침체를 겪고 있지만, 중국은 수출과 건설-설비투자 중심의 경제구조를 내수와 서비스 위주 경제구조로 전환하면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일자리와 소득이 여전히 7~9% 대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도 이런 저런 실수를 많이 하지만 대체로 구조개혁이라는 과제만큼은 한국보다 훨씬 잘해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재벌 대기업 위주의 경제 운용과 부채를 동원한 부동산 거품을 계속 조장해왔다. 땜질식 처방, 언 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을 계속해왔다. 그 결과 이제 재벌 대기업들의 성장도 한계에 이르렀고, 부동산은 현상적으로 잠깐 살아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라는 화약고를 키우고 있다. 최경환부총리 등 당국자들은 "부동산시장을 살렸다"고 너스레를 떠는데, 실은 부동산시장을 억지로 살리려고 다른 모든 경제를 죽이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다른 모든 경제가 죽어가고, 집을 사줄 가계의 체력이 바닥나는데 부동산 거래가 지속될 수 있을까. 부동산 거래도 내년 초 정도를 고비로 내리막길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목이 따갑도록 얘기했지만, 땜질식 처방이 아닌 정책 기조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구조 개혁을 이제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 이 글은 선대인경제연구소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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