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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털들은 거의 매일 접견을 한다

  • 김병철
  • 입력 2015.09.08 14:04
  • 수정 2015.09.08 14:09

형 확정 전 미결수가 수용되는 구치소 재소자 가운데 일부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호사를 접견하며 일반 재소자들에 비해 자유롭게 생활한다는 이른바 ‘황제 접견’의 실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황제 접견의 혜택을 누리는 이는 대부분 돈과 관련된 경제범죄를 저지른 이들(이른바 ‘범털’)이었는데, 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사법 불평등이 처벌 과정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7일 <한겨레>가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법무부의 ‘전국 구치소 수용자 변호사 접견 현황’을 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년 반 동안 전국 구치소에 수감된 수용자 가운데 8명이 1000번 이상 변호사를 접견했다.

이들은 모두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수용돼 있었으며, 유흥업소를 운영해 10억원대 수입을 거둬들인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횡령·배임·사기 등 경제범죄 피의자들이었다.

변호사 접견을 가장 많이 한 재소자는 14만여명에게서 1조원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된 다단계업체 제이유(JU)그룹의 주수도 전 회장이었다. 그는 1년 반 동안 2591번, 하루 평균 4.79번 변호사를 접견했다.

이외에도 회삿돈 42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한 재소자는 지난해 2월부터 1351번, 대출 담보로 받은 주식을 임의로 팔아치운 혐의로 구속된 또다른 재소자는 1241번 접견했다.

횡령과 대출사기 등 혐의로 구속된 또다른 재소자 2명은 각각 1110번·1109번 변호사를 불러 만났다. 변호사 접견은 일반 면회와 달리 교도소 내 별도 공간에서 이뤄져 수감자들에게는 ‘사실상 외출’과도 같은 의미가 있다.

황제 접견은 서울·수도권과 대도시 구치소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서울구치소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변호사 접견 횟수를 기록한 이는 회삿돈 2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경제사범이었는데, 1년 반 동안 869번 접견했다.

이어 구치소별 최다 접견자 접견 횟수는 △수원구치소 682번(국가보안법 위반) △서울 성동구치소 492번(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부산구치소 352번(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인천구치소 224번(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순이었다.

피해액이 큰 경제범죄 피의자들이 주로 서울 등 대도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 만큼, 지방 소규모 구치소에서는 ‘황제 접견’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방 구치소 최다 변호사 접견 횟수는 충주구치소 56번, 통영구치소 47번, 밀양구치소 39번 수준이었다.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이 법률적 도움을 얻기 위해 변호사를 접견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이 때문에 일반인 면회와 달리 변호사 접견은 시간과 횟수 제한이 없다. 하지만 변호사를 원하는 만큼 자주 불러 접견하려면 ‘돈의 힘’이 필수인 만큼, 경제범죄 피의자들이 이 권리를 최대한 편안한 수감생활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현실이다.

전해철 의원은 “변호사 접견권을 남용해 수감시설 안에서 사실상 특혜를 받는 황제 접견의 실태가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특히 경제범죄에 집중된 황제 접견의 문제점을 파악해, 국가 형벌권의 형평성을 회복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은 1년5개월여 수감기간 동안 1778번 접견하고,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6개월 남짓한 기간에 254번 변호사를 접견한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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