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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출신 LG유플러스 최연소 임원의 죽음 부른 '실적 압박·사내 따돌림'

  • 허완
  • 입력 2015.09.07 03:03
  • 수정 2015.09.07 03:08
ⓒShutterstock / luxorphoto

겉으로는 더없이 ‘잘나가는’ 듯 보였지만, 실제 그의 회사 생활은 전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끝없는 실적 압박과 회사 내 파벌싸움에서 오는 시기·질투에 괴로워했지만 그에게 손을 내미는 이는 없었다. 부인과 두 자녀를 둔 가장이자 회사 내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한, 성공했던 46살 가장은 결국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원은 그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이아무개씨는 1989년 카이스트 졸업과 동시에 엘지그룹 계열사에 입사했다. 계열사 몇 곳을 거쳐 엘지씨엔에스(LG CNS)에서 일하던 2004년 그는 또다른 계열사인 엘지파워콤 고위 임원의 제안을 받고 회사를 옮겼다. 2010년 1월 엘지텔레콤·엘지데이콤·엘지파워콤 3사가 합쳐져 엘지유플러스(LGU+)가 되면서, 그는 평균보다 4~5년 이른 44살의 나이에 회사 내 최연소 상무가 됐다.

통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방송 분야인 인터넷텔레비전(IPTV) 사업부장을 맡게 되면서 시련을 맞게 됐다. 가입자 확보 경쟁에서 경쟁사인 에스케이텔레콤(SKT), 케이티(KT)에 밀리자 사업 부진의 화살은 그에게 돌아왔다. 합병된 3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은 파워콤 출신인 그는 입지가 좁았고, ‘회사 내 주류’인 텔레콤 출신이 직속 상사인 본부장으로 부임하면서 그런 현상은 더 강화됐다. 새 본부장은 이씨를 배제한 채 부하 팀장들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하기도 했다.

견제에는 시기와 질투도 따랐다. 2012년 4월 그가 국내 인터넷텔레비전 가입자 500만명 달성의 공로로 동탑산업훈장을 받게 되자, 새 본부장은 공개회의에서 회사 고위층의 말이라며 “상무 직급인 이씨가 대표이사에 앞서 훈장을 받는 것이 불쾌하다. 훈장을 취소하고 싶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 뒤로 눈에 띄게 말수가 줄어든 그는 팀장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고 ‘그동안 회사와 집만 다니고 취미나 다른 일이 20년간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자신을 파워콤으로 영입했던 전 파워콤 고위 임원에게는 ‘새 본부장 외에도 다른 상사 및 동료와도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는 전자우편을 보내고, 친하게 지냈던 동료들이 새 본부장 취임 뒤 등을 돌리는 것 같다며 주변에 배신감과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평소와 달리 아내에게 ‘힘들다. 안아달라’고도 했던 그는 2012년 8월10일 처남에게 “우리 아이들과 처를 잘 부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이른 아침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했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병수)는 “이씨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 증세가 악화돼 정상적인 인지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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