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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비슷하네'...제품 표절 기준 아시나요?

‘서울연인 단팥빵’은 2013년 5월 공항철도 서울역에 1호점을 낸 지 5개월 만에 하루 평균 7000개 이상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개당 1800원이니 어림잡아 한달에 3억7000여만원의 수입을 올린 셈이다. 2년여 만에 매장은 14개로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제품 이름과 점포 인테리어가 비슷한 단팥빵 가게가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 들어섰다. 후발 경쟁업체의 대표는 2013년 5월부터 4개월가량 서울연인 단팥빵에서 제빵기능사로 일했던 사람이다.

결국 서울연인 단팥빵은 “검은색 바탕 위에 브랜드명과 단팥빵에만 전등을 설치하는 외부 간판과 매장 디자인 등을 따라했다”며 ‘누이애 단팥빵’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등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재판장 이태수)는 최근 “원고가 매장을 개장하기 전 상품 기획을 위해 수차례 일본을 방문하는 등 매장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또 각종 인터넷 신문 등에도 보도돼 매장이 비교적 널리 알려진 점을 보면 독특한 분위기를 모방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최근 이처럼 인기 높은 제품을 교묘하게 베끼는 이른바 ‘미투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제품 표절을 가르는 법적 기준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인다. 법원에서는 그동안 상표, 표지, 상호 등 구체적 항목들이 원래 제품과 얼마나 혼동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주요하게 봤다. 하지만 인터넷의 영향 등으로 부정경쟁이 점점 더 다양화한다는 지적에 따라 2013년 7월 관련 법률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해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조항이 신설된 뒤로 후발 표절업체가 소송에서 패소하는 일이 늘고 있다.

앞서 ‘벌집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해진 ‘소프트리’가 후발주자인 ‘밀크카우’를 상대로 외부 간판 등 인테리어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형태까지 그대로 따라했다며 소송을 냈는데,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심우용)는 “밀크카우는 경쟁관계인 소프트리의 노력과 투자에 편승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재판부는 프랑스 명품 업체인 ‘에르메스’가 똑같은 디자인의 가방을 소재만 달리해 판 국내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표절을 주장하는 쪽이 쉽사리 승소하는 것은 아니다. 쌀로 만든 햄버거(라이스버거)를 판매하는 ‘밥리알버거’는 ‘알폴스버거’를 상대로 “우리 상표를 따라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재판부에서 두 업체가 사용하는 알버거(R Burger)라는 명칭은 음식의 종류 자체를 표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 사건을 전담하는 한 판사는 “(사안을 판단할 때) 두 제품이 얼마나 혼동 가능성이 있는지를 주요하게 본다”며 “원고가 해당 제품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했다는 것에 상대방이 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까지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정경쟁방지법에 ‘타인의 노력을 무단으로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 경우’를 추가한 것은 그동안 보호받지 못했던 저작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라며 “다만 문제는 창작물의 성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성과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사안별로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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