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미국 정치에 '디스럽션'이 찾아오다

공화당 후보 중 한번도 선출직에 당선된 적이 없는 세 후보, 즉 부동산 거물이자 리얼리티 TV 스타 도널드 트럼프, 신경외와긔 벤 카슨, 휴렛팩커드의 전 CEO 칼리 피오리나 세 명의 지지율을 합치면 46%에 달했다. 민주당 지지측을 보면 구체적으로는 좀 다르지만 내부자를 싫어하는 현상은 같다.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율은 5월에는 57%였으나 지금은 37%로 떨어졌다. 올해는 구체제의 일원들에겐 분명 위험한 해다.

카니예 웨스트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색다른 방법으로, 즉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를 통해 발표했다. 그리고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최소한 웃지는 않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까지 모두 예측 가능한 일이다.

웨스트의 유일한 실수는 그가 2020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한 것이다. 논란을 불러일으키지만 결코 지루한 법은 없는 그는 지금 출마했어야 했다. 반 정치인 열풍이 정말 뜨겁기 때문이다.

디스럽션(Disruption)이 해답이다.

2월에 경선이 시작될 아이오와에서 이번 주에 실시된 한 설문 조사에서, 공화당 후보 중 한번도 선출직에 당선된 적이 없는 세 후보, 즉 부동산 거물이자 리얼리티 TV 스타 도널드 트럼프, 신경외와긔 벤 카슨, 휴렛팩커드의 전 CEO 칼리 피오리나 세 명의 지지율을 합치면 46%에 달했다. 다른 새로운 조사에서는 트럼프와 카슨이 아이오와에서 각각 23%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피오리나는 10%를 얻어 3위였고, 이 세 명의 지지율을 합치면 56%였다.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중 전현직 선출직 공무원들은 두 조사에서 전부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자 동생인 전 플로리다 주지사 젭 부시는 5 내지 6%로 최저권이었다.

아이오와의 민주당 지지측을 보면 구체적으로는 좀 다르지만 내부자를 싫어하는 현상은 같다.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율은 5월에는 57%였으나 지금은 37%로 떨어졌다. 그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외로운 늑대, 사회주의자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는 15%에서 30%로 올라갔다.

올해는 구체제의 일원들에겐 분명 위험한 해다.

20년 전, 하버드 경영 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의 세계에 (기존의 흐름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디스럽션'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그는 경제학과 사업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휴대전화가 지상 통신선을 쓰는 일반 전화와 컴퓨터를 대체하고, LED가 전구를 대체하는 현상 등에 적용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같은 단어와 같은 과정이 사회 전체와 정부에도 적용이 된다. 최근 수십 년간 대부분은 엄청난 디스럽션을 거쳤다.

소련은 개인주의, 자유 시장, 스스로의 비효율로 인해 약화되었다. 1천 년간 서로 전쟁을 해오던 유럽 국가들은 새로운 형태의 통합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통제된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실험을 시작했다. 아랍의 봄은 중동을 휩쓸기를 기도했고,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1945년 이후 가장 디스럽션을 적게 겪은 정부는 세계2차대전에서 승리하고 전 지구 위에 우뚝 선 미국 정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의 세기'는 끝나고 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승리자의 공공 기관들은 작동을 멈추고 무력해질 위험에 처해 있다. 그리고 미국의 대중은 그들을 경멸하고 불신한다.

대중이 넌더리를 내는 이유는 도처에 있다.

의회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 중 하나인 예산 책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정당들은 극단적인 지지층의 돈과 표만 바라볼 뿐, 더 이상 타협의 브로커로 기능하지 못한다. 워싱턴은 복지국가를 지지하지만, 어마어마한 돈을 빌려 그 비용을 충당한다. 군대는 1991년 이후 재래식 전쟁에서 '승리'한 적이 없고 IS를 무찌를 방법을 모른다. 국경은 구멍 투성이이고 이민법은 엉망이다. 대형 은행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기업 CEO들은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하다. 힘도 돈도 중산층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법원과 의회에서 인권 운동이 보인 진전은 진정한 평등을 가져오지 못했고 이제 다시 뒷걸음치려 한다. 워터게이트 이후의 캠페인 모금 법 개혁은 법원에서 박살이 났고, 이제 억만장자들이 캠페인을 사버릴 수 있다. 버락 오바마는 여러 면에서 효율적인 대통령이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바라왔던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는 데는 실패했다.

이러한 교착과 기능 장애의 늪 속에서, 왕조 가문 정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전통적인 정치인들은 외부인에 의한 디스럽션을 겪게 된다. 외부인들은 낡은 방식과 낡은 매체에 얽매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비현실적이긴 해도 짜릿한 해답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낡은 정당 아젠다를 읊기보다는 유권자의 감정과 공포에 직접 어필한다. 그리고 셀러브리티 스타일의 요란함, 센세이셔널한 비난, 전투적인 자세를 동원해 캠페인한다.

공화당을 휩쓸고 있는 트럼프는 이 모든 것의 전문가다. 그는 미국의 재난을 미국 밖의 세력과 사람들 탓으로 돌린다. 특히 멕시코, 중국, 일본 사람들을 욕한다. 그는 워싱턴의 선출직 공무원들이 전부 '무력하다'고 한다. 오바마와 오바마의 고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며 조롱한다. 그는 자신만의 강력한 '매니지먼트'를 동원해 얽히고설킨 모든 문제들을 다 해결하겠다고 다짐한다.

처음에는 광대 취급을 받았다가, 신나게 노는 사람으로 비쳤다가, 곧 사라질 여름의 진풍경으로 생각되었던 트럼프이지만, 이제 공화당원들과 다양한 메인스트림 논평자들은 그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보수 일각에서는 트럼프에서 모든 세대에는 민중의 '혁명'이 필요하다는 제퍼슨적 생각을 본다. "포퓰리스트 개혁들의 사이클이 있는데, 트럼프가 이번 포퓰리스트 개혁이 아닌가 한다." 로널드 레이건에 대한 권위있는 전기를 쓴 역사가 크레이그 셜리의 말이다. 이전 세기의 앤드류 잭슨, 심지어 테디 루즈벨트와 같은 지도자들은 외부인으로 인식되는 지위를 이용해 단단히 자리잡은 권력에 대한 분한 마음을 부추기고 변화를 원하게 했다.

하지만 다른 보수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전형적인 위험한 인물을 떠올리게 하며, 권위주의적인 '강한 남자'의 고의적인 무지함이 생각난다는 일부 메인스트림 작가들의 우려에 공감한다.

"우리 가족과 나는 1950년대 말에 그와 비슷한 지도자에게서 탈출하려고 쿠바를 떠났다. 우리가 '바나나 공화국'이 되거나 공산주의 독재 국가가 될 거라는 말은 아니지만, 그를 보면 나는 걱정스럽다." 공화당 컨설턴트 알렉스 카스테야노스의 말이다.

보수적 컬럼니스트 조지 윌(그의 아내는 다른 대선 경선 주자 위스콘신 주지사 스콧 워커와 일한다)은 비슷한 경고를 한 바 있다. 정치적으로 중립 성향인 뉴욕타임스의 토마스 프리드먼도 마찬가지다.

윌은 1,100만 명의 밀입국 이주자들을 한꺼번에 출국시키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을 암암리에 나치적이라고 조소했다. 프리드먼은 그에 비해서는 덜 종말론적이었다. 그는 트럼프를 보면 1950년대에 정부 관료들을 무차별적으로 소련 간첩이라고 비난해서 잠깐 명성을 얻었던 고 조셉 맥카시 상원의원이 생각난다고 썼다.

카니예 웨스트는 2005년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흑인들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정치에 관한 발언을 했다. 아직 트럼프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곧 한 마디 할 것으로 보인다. 웨스트가 트럼프에 대한 발언을 하는 날, 우리는 두 디스럽션의 싸움을 보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 게재된 'Disruption' Comes to U.S. Politics를 번역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디스럽션 #미국 대선 #카니예 웨스트 #도널드 트럼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