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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9가지 사례(2탄)

  • 김병철
  • 입력 2015.09.03 13:39
  • 수정 2017.09.03 07:19
ⓒtvN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한국의 '강압적인 기업문화'와 '근무기강 확립'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회사와 제보자 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일부를 편집했습니다.(편집자)

1. 건설 회사

출근 오전 9시, 퇴근 오후 6시지만 막내는 밤 10시까지 대기조로 기다려야 합니다. 야근이 시작되면 새벽 3~4시는 기본입니다. 그럴 땐 회사 근처 찜질방에서 자고 출근합니다. 야근을 못 견디면 그만둬야 합니다.

점심시간이 오후 1시까지인데 1시10분에 화장실에서 양치하다가 임원에게 걸리면 시말서를 써야 합니다.

2. 화장품 회사

야근하면 수당을 받도록 회사 내규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에 야근을 얼마나 할 것인지 계획서를 써서 사전 승인을 받아놔야 야근 수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주지 않겠다는 이야기죠.

3. 콜센터

오전 9시 출근이지만 오전 8시 10분쯤 출근해야 하고, 9시 전에 회의와 전날 피드백을 받습니다.

이런 일도 있습니다. 각종 욕설 콜의 스트레스로 위경련이 나도 "죽지 않는 병이니 남은 4시간 동안 일하고 병원 가라"고 하더군요. "5살 아들이 유치원에서 놀다가 다리가 부러졌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죽지 않으니 일 다 하고 가라"더군요.

한 팀에 15명 정도인데 계속 전화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은 한 명씩만 다녀올 수 있습니다. 그것도 5분 이내로요. 그래서 메신저에서 화장실 갈 순서를 예약합니다. 보통 예약하면 30분 후쯤 다녀올 수 있어서 매번 참다가 방광염이 고질병이 됩니다.

화장실 순서 어기면 사람대접을 안 해줍니다. 다들 급하기 때문이겠죠. 누군가 똥이라도 누면 팀 난리 납니다. 중간에 못 참고 가기라도 하면 "회사가 장난이냐" "아주 못된 것만 배웠다" "선배들도 다 참고 있는데"라는 인격모독을 받습니다.

낙태도 많습니다. 임신 6개월쯤 산부인과에서 조산끼 있으니 입원하자 했으나 회사에서 "사표내고 가라"고해서 일했습니다. 만삭이라도 예정일까지 근무하고 가라고 합니다.

4. 스타트업

복지 차원에서 한 달에 한 주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도 야근이 많은 회사라 밤 11시 퇴근은 기본인데, 주 4일 근무하는 주에는 월화수목을 새벽까지 야근을 해야 합니다. 쉬는 날에도 클라이언트 업무 전화는 계속 받아야 하죠. 쉬어도 쉬는 게 아닙니다.

5. 화학회사

팀장은 출근 길에 주차공간이 없으면 아랫사람에게 키를 주고 발렛파킹을 시킵니다. 회식이 새벽까지 이어져 졸게 되면 폭언을 하고, 따귀를 때리기도 합니다.

입사 4년 차인데 여름휴가(4일)와 명절휴가를 제외하고 연차 써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제 회사가 바뀌리라 생각하진 않지만 제 아들 때는 바뀌리라 생각하며 제보합니다.

6. 애견훈련소

여러 애견훈련소에서 일했습니다. 대부분 훈련소에서 숙식을 합니다. 기상시간(오전 6~7시)은 곧 업무시간입니다.

노동법에는 8시간 근무에 1시간 휴식이 필수라고 되어 있지만, 지켜지는 곳은 없습니다. 식사를 마치면 바로 업무 복귀입니다.

업무 종료 시간은 저녁 9~10시지만 지켜지지 않습니다. 자기 전까지 일합니다. 만약 '칼퇴'한다고 하더라도 하루 15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셈입니다.

복지란에 "숙식 제공"이라는 문구가 있지만 이건 좀 더 많이 부리기 위한, 업주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급여 수준입니다. 저렇게 근무하는 이들의 급여는 월 0~50만원입니다. 견습생, 문하생, 인턴이란 명목으로 저렇게 주다가 수 년 이상의 경력이 쌓이면 월 120만~150만원 정도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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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디자인회사

거의 모든 디자인 회사들은 야근과 철야를 대놓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면접에서 체력이 좋은지 물어본 후 '야근이 많은데 가능하냐'고 물어봅니다.

야근은 필수지만 야근수당은 물론 없습니다. 야근수당이 있으면 우리나라 디자인 회사들은 죄다 문 닫았을 겁니다. 심한 경우는 월요일에 출근해서 목요일에 퇴근한 경우도 봤습니다.

한 대표는 제게 "아래 직원들을 더 빡세게 굴려야 한다. 야근도 시키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자주 해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야근을 해야 이 업계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참 슬픕니다. 저는 외국에서도 일해봤습니다. 외국도 이렇게 일한다는 생각은 어디서 온 건지 모르겠지만 외국은 전혀 다릅니다.

8. 건설회사

해외 건설현장은 자유롭게 외부에 못 나가니 숙소 내에 체력 단련장이 있습니다. 퇴근 후 운동하러 갔다가 부장 혹은 소장급을 마주치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습니다.

꼭 이런 한 마디씩 하고 지나가죠. "요즘 한가한가 보다" "어 운동하러 왔나 안 바쁜가 보지?" 사원 대리 급은 그 이후론 이용을 거의 안 하게 되죠. 그들만의 헬스장이 되어버리는...

9. 물류회사

정시 출근하면 왜 늦었냐고 혼납니다. 정시 퇴근하면 "왜 먼저 가냐" "다 같이 가야지 의리 없게"라고 하고요. 심지어 일요일도 일을 해야 합니다.

명절은 쉬는 날이다 보니 미리 일을 해서 출고 준비를 해야 해서 오전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일하는 건 당연한 듯이 일 시킵니다. 오후 근무자는 아침에 출근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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