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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에 노동자 이름 왜 없나? : 한 용접공의 문제제기가 19년 관행을 바꿨다

  • 허완
  • 입력 2015.09.02 19:02
  • 수정 2015.09.02 19:05

“올림픽 단체전에서 입상하면 출전자 이름이 불려지고 모두에게 메달이 주어지지 않나요? 그런데 기능대회 상장에 회사명과 대표이사 이름만 나오는 것은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개개인의 노력을 기억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건 아닐까요?”

지난 6월 보일러 관련 기기 제조업체인 한국미우라공업에서 일하는 장현동(34)씨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는 전국용접기능대회 기업체 단체부문에 출전했다. 밤낮없이 연습한 끝에 2위에 입상했지만, 대회 주관단체인 한국용접공업협동조합으로부터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상장과 상패에는 회사명과 대표이사 이름만 기재되고 정작 입상자인 장씨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씨는 “회사 대표로 대회에 참가한 것은 맞지만 출전자의 노력이 기록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 사실을 안 모리오카 신니치 대표이사도 “당연히 출전한 우리 직원이 상을 받아야지 왜 내 이름으로 상을 받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용접공업협동조합 쪽은 “19회째 대회가 이어지는 동안 한 번도 이런 이의제기가 없었다. 관례상 늘 이렇게 해왔고, 다른 경진대회들도 사정은 비슷하다”며 노동자 이름 표기를 거부했다.

장씨의 이름이 적힌 상장

장씨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고, 결국 산업통상자원부가 그의 의견을 받아들여 ‘무명 노동자’ 관행을 시정하기로 했다. 장씨는 1일 열린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상장과 상패를 받았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2일 “우리 사회의 이런 관행은 산업 현장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숙련기술자에 대한 보상이나 위상이 어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월에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길다는 율현터널 관통식에 정작 2~3년에 걸쳐 터널을 뚫어온 현장노동자들이 초대받지 못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관련기사 : "장관님 오시니 얼씬도 마라"…율현터널 관통식에 초대받지 못한 작업자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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