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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방어의 달인' 김준수의 활약에 웃는 포항

황선홍 감독은 부산, 전남, 수원, 제주전에서 상대 팀의 에이스를 봉쇄하기 위한 카드로 김준수 시프트를 활용했다. 이 경기들에서 김준수가 맞붙은 상대 선수는 이름만 들어도 그 면면이 엄청나다. '레오나르도(전북), 웨슬리(부산), 오르샤(전남), 염기훈(수원), 로페즈(제주)' 모두 자신만의 강점이 뚜렷한 개성 넘치는 스타 선수들이지만, 사실상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을 맡았던 로페즈를 제외하면 모두 김준수와의 경쟁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 임형철
  • 입력 2015.09.03 13:25
  • 수정 2016.09.03 14:12

(사진 : 포항스틸러스)

'줄타기의 달인' 김승대의 뒤를 잇는 포항의 새로운 달인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대인방어의 달인'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수비수 김준수가 주인공이다. 2013 시즌 프로 무대에 진출하여 리그 7경기를 소화한 뒤, 두 번째 시즌에는 리그 10경기 출전에 그쳤던 김준수는 2015 시즌 8월까지 리그 11경기에 출전하며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나섰던 11경기 중 대부분 경기에서 주 포지션이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 활약했다. 그동안 포항의 미래를 이끌 중앙 수비수로 기대를 받던 그였지만, 올 시즌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줄곧 기용되며 팀의 신뢰를 받는 측면 수비 자원으로 성장했다.

사실 김준수가 포지션을 변경하게 된 건 팀의 불안한 상황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느낌이 컸다. 그러나 이 선택은 오히려 기회가 되어 김준수와 포항이 모두 웃을 수 있는 결과를 만들었다. 절묘한 타이밍에 수비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김준수의 활약에 포항이 웃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 : 포항스틸러스)

데뷔 시즌에 잠깐 측면 수비를 봤던 경험은 있지만, 김준수의 측면 수비수 기용이 시작된 것은 올해 6월부터다. 이전까지 중앙 수비수로 올 시즌 네 경기에 나선 김준수는 시즌 초반 부상으로 인해 결장했던 김광석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3월 15일 울산과의 홈경기에서는 치명적인 백패스 미스로 실점의 빌미가 됐고, 그밖에 선발로 나선 인천전과 부산전에서도 김원일과 위험한 장면을 종종 연출했다. 결국, 김광석의 복귀, 배슬기의 활약으로 다시 출전 기회를 쉽게 얻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 그였지만,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6월 3일 전북과의 14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황선홍 감독은 전북의 에이스 레오나르도를 막기 위해 김준수를 오른쪽 수비수로 기용하는 강수를 뒀다. 이는 효과적이었다. K리그 최고의 크랙으로 통하는 레오나르도는 김준수의 끈질긴 수비 탓에 평소만큼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경기는 0대 0 무승부로 종료됐다. 이후 황선홍 감독은 부산, 전남, 수원, 제주전에서 상대 팀의 에이스를 봉쇄하기 위한 카드로 김준수 시프트를 활용했다.

이 경기들에서 김준수가 맞붙은 상대 선수는 이름만 들어도 그 면면이 엄청나다. '레오나르도(전북), 웨슬리(부산), 오르샤(전남), 염기훈(수원), 로페즈(제주)' 모두 자신만의 강점이 뚜렷한 개성 넘치는 스타 선수들이지만, 사실상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을 맡았던 로페즈를 제외하면 모두 김준수와의 경쟁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황선홍 감독은 공개석상에서 김준수의 플레이에 자주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격적인 역할도 해주어야 할 측면 수비 포지션에서 너무 수비에만 집중하는 태도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전문 측면 수비수가 아닌 김준수에게 전문 측면 수비수만큼의 오버래핑을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특히 포항의 측면 수비가 치명적인 위기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라도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김준수가 있는 점은 팀으로서도 다행이다.

신광훈이 떠난 빈자리는 아직도 느껴지고 있다. (사진 : 포항스틸러스)

지난 시즌까지 포항의 오른쪽 수비를 맡았던 신광훈이 군 복무를 위해 안산으로 떠난 뒤, 포항에는 양쪽 측면 수비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신광훈을 대체하기 위해 영입된 박선용은 잦은 실수를 범해 시간이 지날수록 주전과 멀어졌고,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도한 이재원의 측면 수비 기용도 준수했으나 만족스럽지 못했다. 여기에 기대주 박준희도 지난 수원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깜짝 기용되어 포지션 변경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왼쪽 수비도 김대호와 박선주의 활약이 꾸준하지 못해 결국, 지난 7월 최재수의 임대 영입으로 보강이 이루어졌다. 왼쪽은 임대생 최재수가 합류해 숨통이 트였지만, 여름 중 보강이 없었던 오른쪽의 경우 사실상 중앙 수비수 김준수가 가장 제 몫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사진 : 프로축구연맹)

현재 5위를 기록 중인 포항은 시즌 목표인 ACL 진출권을 확보하기 위해 후반기 내내 최대한 많은 승점을 벌어들일 필요가 있다. 특히 상위 스플릿에 접어든 이후 연이어 예정된 강팀들과의 일전에서 최대한 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전반기 동안 여러 스타 선수들을 대인방어로 꽁꽁 묶었던 김진수의 활약이 반가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지 않기 위해 안정된 수비가 절실한 상황에서 김준수는 측면 수비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음과 동시에 강팀들의 에이스를 막는 데에 있어 큰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포지션 경쟁자들의 폼이 떨어져 있을 때, 대인방어의 달인 김준수의 안정된 수비에 만족하지 않을 이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포항은 다음 시즌을 대비해 측면 수비수 보강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올 시즌은 김준수 시프트로 끝까지 기대해볼 법 하지만, 오버래핑에 어려움이 있는 중앙 수비수 김준수가 역할을 바꿀 정도로 전문 측면 수비수들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 점은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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