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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몸값 어떻게 나왔을까요?

손흥민의 몸값은 어떻게 결정됐을까요? 수없이 많은 데이터를 양산하는 야구는 선수의 가치 평가에 대한 공식이 있습니다. 투수부터 포수, 타자까지 평가가 가능합니다. 축구는 야구와 다릅니다. 득점이나 도움주기, 골키퍼 선방, 출장시간, 패스, 크로스, 슈팅수 등 개개인의 능력치를 엿볼 수 있는 변수들이 있지만, 이것들을 승리 기여도로 연결지어 측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단체운동이어서 개개인별 평가가 상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김창금
  • 입력 2015.09.02 06:42
  • 수정 2016.09.02 14:12
ⓒ토트넘

손흥민의 몸값 2200만파운드(400억원)가 화제입니다. 손흥민이 자기 주머니에 챙긴 돈은 아닙니다. 손흥민을 영입한 잉글랜드 토트넘 구단이 원 소유주인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 지급한 이적료입니다. 레버쿠젠은 2년 전 1000만유로에 영입을 해, 거의 3000만유로에 팔았으니 2000만유로를 번 셈입니다. 좋은 선수를 보내는 것은 아깝지만, 실속은 톡톡히 챙겼습니다.

흔히 몸값이라고 하는데 시장에서 평가받은 선수의 가치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손흥민은 역대 유럽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1999년 일본 축구의 영웅 나카타 히데토시가 AS로마에서 파르마로 이적할 때 받은 2600만유로보다도 많습니다. 제가 16년간의 물가상승률을 연평균 2%로 상정해 계산을 해보니, 나카타 몸값의 현재가치는 3570만유로입니다. 손흥민의 2200만파운드는 3000만유로로 환산되니까,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나카타의 이적료가 더 높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 비교로는 손흥민이 아시아선수 최고 몸값 기록을 경신한 것이 됩니다.

국내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흥민의 몸값은 눈부십니다. 2002년 안정환이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꾀했을 때 안정환의 몸값은 400만달러 수준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국가대표팀의 간판 미드필더 기성용이 2012년 셀틱에서 스완지시티로 옮길 때의 이적료가 600만파운드입니다. 만약 지금 기성용이 시장에 나오면 얼마의 몸값을 받을 수 있을까요. 최고 2000만파운드까지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2200만파운드를 넘기는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2005년 에인트호벤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간 박지성의 이적료(400만파운드)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습니다.

최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명문 도르트문트로 옮긴 박주호의 이적료는 350만유로이고, 역시 마인츠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한 구자철의 몸값도 350만유로 수준으로 손흥민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손흥민이 "토트넘 안방팬들의 환대가 소름 끼칠 정도"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손흥민의 몸값에 대한 팬들의 기대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9월1일 마감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적시장에서도 손흥민의 몸값은 톱10 안에 듭니다. 영국의 <비비시>는 5월부터 9월1일까지 마감된 올여름 유럽의 이적시장 결산표를 1일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선수들을 보면,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의 케빈 더브라위너가 5500만파운드를 받고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해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뒤를 이어 라힘 스털링(맨체스터 시티·4400만파운드), 앙토니 마르시알(맨체스터 유나이티드·3600만파운드), 멤피스 데파이(맨체스터 유나이티드·3100만파운드), 크리스티앙 벤테케(리버풀·3250만파운드)가 몸값 2~5위를 차지했습니다.

위키피디아

2200만파운드를 기록한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에서 리버풀로 옮긴 호베르투 피르미누(2900만파운드), 사우샘프턴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옮긴 모르간 슈네데를랭(2500만파운드) 등에 이어 9위에 올랐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첼시로 옮긴 페드로(2100만파운드)보다 높고, 제니트에서 웨스트브로미치로 간 호세 살로몬 론돈(1200만파운드)이나 인터밀란에서 스토크시티로 이적한 제르단 샤치리(1200만파운드)의 두배 수준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멕시코 출신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가 손흥민이 속했던 레버쿠젠으로 이적하면서 맨유 구단에 안긴 몸값이 730만파운드에 불과하니 손흥민이 더욱 돋보입니다. 축구팬들은 맨유나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던 치차리토보다 손흥민의 시장가격이 3배나 높다는 것을 놀랍게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손흥민의 몸값은 어떻게 결정됐을까요? 수없이 많은 데이터를 양산하는 야구는 선수의 가치 평가에 대한 공식이 있습니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ins Above Replacement)의 약어인 WAR 측정법이 그중 하나입니다. 한 선수가 언제라도 대체 가능한 선수(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경계에 있는 선수)와 비교했을 때 팀에 몇승을 더 선물하는지를 따지는 것이지요. 투수부터 포수, 타자까지 평가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타자의 경우 평가의 주요 요소는 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득점 등입니다. 데이터는 나와 있기 때문에 대입만 하면 선수의 팀 승리 기여도가 나옵니다. WAR 수치와 구단 운영 비용의 관계를 따지면 1승당 값어치가 나오고, 팀에 기여한 선수의 몸값을 추정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투·타, 주루, 수비, 에러, 득점, 타점, 포볼 등 각 측정 항목을 나눠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야구가 단체운동이라기보다는 개인 운동이어서 개개인별 절대평가가 가능한 것이죠.

축구는 야구와 다릅니다. 득점이나 도움주기, 골키퍼 선방, 출장시간, 패스, 크로스, 슈팅수 등 개개인의 능력치를 엿볼 수 있는 변수들이 있지만, 이것들을 승리 기여도로 연결지어 측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단체운동이어서 개개인별 평가가 상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야구는 데이터 스포츠기에 정량분석이 가능하지만, 축구는 정량 측정이 매우 어렵다. 정성분석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좋은 패스가 들어가기 위해서는 상대의 수비를 흔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주변에서 보조적인 움직임을 해주는 선수들이 많아야 하는데, 그 선수들의 노고를 통계로 잡을 수가 없습니다.

축구 선수의 몸값은 기본적으로 경기력에 의해서 산정됩니다. 그러나 그 경기력에 대한 잣대는 감독이나 스카우트의 감식안에 상당 부분 의존합니다. 신문선 교수는 "시즌 득점 등 기록으로 선수의 능력치를 통계화한 정량평가가 30%라면, 선수에 대한 선호도가 70%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시즌이 끝나면 방출선수와 영입선수 후보 리스트를 만듭니다. 감독은 점찍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스카우트 등 프런트와 논의에 들어가고, 선수 에이전트와 접촉해 계약을 이끌어냅니다. 윤기영 인스포코리아 대표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몸값은 리그별 비중과 비슷한 포지션의 선수들이 받는 연봉 등을 감안해 시장에서 대충 결정돼 있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라는 유럽의 빅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2000만파운드 이상의 이적료를 기록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력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0살의 신예 앙토니 마르시알을 3600만파운드의 거금을 들여 영입한 것은 확실한 스타로 키워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선수의 미래 가치는 잠재력(경기력)이 판단 기준이 됩니다. 손흥민이 2000만파운드 이상의 몸값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토트넘의 축구 스타일에 꼭 필요한 선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객관적으로 실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으로 봐도 됩니다. 앞으로 손흥민의 경기를 지켜볼 때 움직임 하나하나가 고부가가치 상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관전의 묘미가 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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