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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5 국제디자인총회 미리보기-기조 연사(1) 빅터 마골린

"우리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여러 분야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생산 및 관리, 마케팅 전문가가 함께 일하는 일반적인 디자인 프로젝트는 물론이거니와, 디자이너가 시스템 디자인에 관여하고 그 시스템을 각기 다른 시각에서 보는 협업자들과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상호보완하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죠."

  • 전종현
  • 입력 2015.09.07 10:28
  • 수정 2016.09.07 14:12

연사는 컨퍼런스의 꽃입니다.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연사들이 참여하는 '2015 국제디자인총회'에서 특히 관심이 가는 쪽은 역시 기조 연설에 참여하는 분이겠지요. 10월 19일 '디자인과 함께 하는 미래'라는 주제로 기조 연설을 맡은 세계적인 디자인 석학, 빅터 마골린(Victor Margolin) 교수와 나눈 대화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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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마골린 PROFILE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교 디자인사학과 명예교수. 디자인 역사, 사회 디자인, 개발을 위한 디자인, 디자인 교육 및 디자인 이론 등 광범위한 주제에 관한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는 디자인계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MIT Press에서 발간하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디자인 저널인 <Design Issues>를 공동 창립했으며 현재까지 공동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지난 2015년 6월 Cumulus와 Design Research Society가 디자인 연구에 대한 그의 노력을 기리며 '평생 공로상'을 수여했다. 그의 저서는 한국어, 스페인어, 터키어, 중국어 및 포르투갈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최근 3부작으로 구성된 <World History of Design>의 1, 2부를 Bloomsbury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기조연설의 초안을 살짝 보았습니다. 디자인의 역사를 살펴보면 미래가 보인다는 말씀이 흥미로웠는데요. 기조연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 부탁해도 될까요?

제 기조연설의 주요 내용은 보통 미래란 과거의 가치관에 따라 정해지는 현재의 가치관에 바탕은 둔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과거로부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요약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저는 19세기 후반의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와 바우하우스를 설립한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그리고 리처드 버크민스터 풀러(Richard Buckminster Fuller) 등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던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그들의 비전과 그 비전의 바탕이 되는 가치관에 대해서 말이죠. 저는 미래가 우리 자신의 가치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정해놓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잘 될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죠. 저는 과거 디자이너가 어떻게 미래를 상상했는지, 그리고 그 미래를 실현하는 데 성공했는지 여부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의 선례를 역사 속에서 돌아보며 연설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얼마 전 출간하신 교수님의 저서 <World History of Design>은 어떤 책인지 궁금합니다. 독자는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요?

<World History of Design>은 총 세 부로 구성됐습니다. 그중 두 권은 마무리가 됐고 세 번째 책은 아직 집필 중입니다. 제1부는 인간 사회의 초창기부터 제1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제2부는 그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제3부는 지금 현재까지 다룹니다. 내용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내용을 정리하는 저만의 방법이 필요했어요. 각 챕터마다 문헌과 기사 등 참고 문헌 목록을 작성한 뒤 필요한 내용을 읽고 그때마다 메모를 했습니다. 그 메모를 모아 커다란 종이에 옮겨 적고 도식화하며 정리하다 보면 해당 챕터에 관한 전반적인 그림이 그려지죠. 저는 그런 방식으로 모든 챕터마다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말에서 글과 그림으로, 그리고 다시 말로 돌아가며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거죠.

         이번 '2015 국제디자인총회'에서 워크숍을 진행하십니다. 주제로 정한 '참여 도시'란 무엇이며 워크숍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번 과제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의 절친한 동료인 레이첼 쿠퍼(Rachel Cooper) 박사와 함께하게 될 워크숍을 고대하고 있답니다. 워크숍의 주된 목적은 도시를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와 디자이너 지망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도시 정원, 퇴비화, 재활용, 소규모 서비스 창출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도시 환경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참여 학생들은 그룹 단위로 위와 같은 프로젝트를 설계하면서 워크숍이 끝날 즈음에는 도시 환경을 위해 전에 미쳐 생각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모든 워크숍은 작업 과정을 경험하는 것, 혹은 시각적인 결과물을 성취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요. 교수님의 이번 워크숍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요?

저는 이번 워크숍이 하나의 통일된 경험을 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디자인, 예를 들어 휴대전화 디자인을 떠올려보세요. 물리적인 형태의 중요성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정말 중요한 것은 디자인 프로젝트의 우수성과 함께 도시 내에서 유용하게 활용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레이첼 쿠퍼 교수님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실 텐데요. 쿠퍼 교수님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도시 설계에 대해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저는 도시 사업(urban project)에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쿠퍼 교수님은 도시와 도시 디자인에 관한 전문가세요. 그래서 도시 사업들을 전체적인 구조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 탁월한 분이십니다.

         1971년 빅터 파파넥(Victor Papanek) 은 그의 저서 <Design for the Real World>에서 "디자인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디자인에만 몰두한 나머지, 디자인을 실제로 활용하는 생태·사회·경제·정치적 환경에 대해 충분히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40년이 지난 지금 실제 디자인 교육은 유의미하게 달라졌나요?

빅터 파파넥의 생각은 옳았습니다. 오늘날 디자이너는 과거보다 훨씬 더 많고 복잡한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하죠. 많은 교육 기관에서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 학교에서 이런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많지 않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교육자들이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10~15년 후면 파파넥이 우려했던 것들이 디자인 커리큘럼에 반영돼 있을 거라고 사료됩니다.

         지금 디자인은 급변하는 환경에 노출돼 있습니다. 앞으로 변화 요인이 증가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고요. 앞으로 디자인 작업은 어떤 변화를 겪을까요?

현재 우리는 디자인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시점에 와있습니다. 지역적인 문제부터 전 지구적인 문제, 기타 크고 작은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죠. 일부 디자인 교육자는 이런 문제에 학생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돈인데요. 디자인이 시장에서 상업적 실무의 일부였던 시절에는 매출 증가에 도움을 받고 싶은 기업이 비용을 부담해 왔습니다. 이제 공공의 이익을 위한 디자인을 진행할 경우 비록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할지라도 누가 부담하느냐는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지금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하나는 집필 중인 책을 마무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좋은 사회'가 무엇인지 비전을 수립하고 그 실현을 위해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역할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최근 네덜란드의 010 퍼블리셔스(Publishers)에서 <Designing for the Good Society>라는 책을 출간했는데요. 저도 '좋은 사회'란 무엇인지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디자인은 명백히 직업의 한 분야입니다. 디자인이 환경, 도시, 지속 가능성 등의 다양한 문제 해결에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민주적 디자인' 등과 같은 상황을 마주하며 직업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조언을 부탁합니다.

맞습니다. 디자인 실무의 미래에는 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메이커스 운동의 출현,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일부 디자인 분야는 기술에 제 자리를 내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풀어야 할 여러 문제는 그 밖에도 여전히 많으므로 저들만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디자이너는 새로운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도 디자이너의 작업을 대체할 수 없도록 말이죠.

         이번 총회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다학제간 접근'입니다. 디자인에서 적절한 다학제간 접근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디자인에서 궁극적인 다학제간 접근법은 사회를 디자인하는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여러 분야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생산 및 관리, 마케팅 전문가가 함께 일하는 일반적인 디자인 프로젝트는 물론이거니와, 디자이너가 시스템 디자인에 관여하고 그 시스템을 각기 다른 시각에서 보는 협업자들과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상호보완하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죠. 서로 다른 전문성을 지닌 디자이너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개발할 필요도 있겠네요.

◇ 인터뷰에 응해주신 빅터 마골린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thedesigncrac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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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국제디자인총회

2015 International Design Congress

www.2015idc.org

일시     2015년 10월 17일-2015년 10월 23일

장소     광주광역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소개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과 광주광역시가 공동 주최하는 '2015 국제디자인총회'는 세계 디자인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국제단체들이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30여 개국, 3,000명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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