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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도어 끼어 숨진 정비직원 친구들의 증언 : "몇 번이나 혼자 수리 나갔다고 말했다"

  • 허완
  • 입력 2015.09.01 08:09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수리 작업에 홀로 나섰다가 참변을 당한 조아무개(28·사망)씨의 사고 원인과 관련해 원청인 서울메트로와 조씨가 속한 외주업체 ㅇ사가 정했다는 ‘2인1조’ 근무 규정을 평소 지킬 수 없었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31일 조씨의 주검이 안치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에서 만난 조씨의 가족과 친구들은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씨의 어머니 안아무개(63)씨는 <한겨레> 기자와 만나 “장례식장에 들어온 80~90대 망자들 사이에 28살 내 아들의 이름이 끼어 있더라. 사고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기 전에는 이대로 아들을 보낼 수 없다”며 오열했다.

친구들은 조씨가 평소 여러 차례 혼자서 안전문 수리에 나섰다고 전했다. 친구 장아무개(28)씨는 “○○이가 평소에도 여자친구에게 ‘막내(근무자)다 보니 몇 번이나 혼자 정비를 하라고 보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친척이 운영하는 작은 법무사 사무실에서 일하던 조씨는 지난해 6월 ㅇ사에 취직했다. 친구 박아무개(28)씨는 “어떻게 1년차 근무자가 혼자 수리를 할 생각을 했겠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역사의 승강장 안전문을 유지·보수하는 업체의 한 직원은 “나 역시 지난 3년간 2인1조로 일을 나간 적이 다섯 번도 안 된다”고 했다. 2013년 1월에 발생한 외주업체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로 서울메트로가 2인1조 규정을 강조해왔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이다. 그는 “현실에서 2인1조 안전규정은 지켜질 수 없다. 주어진 시간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조(2인1조)라도 찢어져 혼자 이동한다”고 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외주업체 직원의 ‘안전불감증’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는 일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유지·보수업체의 업무 관행부터 안전관리의 구조적 결함까지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서울메트로와 외주업체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숨진 조씨는 내년 2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이날부터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이었다고 한다.

관련기사 : 지하철 ‘안전문’, 정비직원에게는 ‘죽음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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