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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프로레슬러, 14 년 만에 링 위에 서다

기술 실패로 링 위에 누워 있다 들것에 실려나가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꼭 돌아오겠다"고 마이크를 붙잡고 경기장에 있던 팬들을 안심시켰던 하야부사. 이제 팬들에게 정식으로 은퇴 인사를 하고 제 2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일본 TV 프로그램이 지난 8월 초순 하야부사를 위한 은퇴 행사를 도쿄 코라쿠엔 경기장에서 치렀습니다. 과연 하야부사는 링 위에서 10번의 공 카운트를 들을 수 있었을까요.

  • 김남훈
  • 입력 2015.08.31 07:06
  • 수정 2016.08.31 14:12

UFC같은 종합격투기가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프로레슬링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현실과 다른 판타지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때론 링 밖의 현실이 링 위의 판타지를 능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야부사(본명 에자키 에이지)는 일본 프로레슬링 단체 FMW를 이끌었던 프로레슬러로 확실한 캐릭터와 멋진 공중살법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레슬러입니다. 여러 차례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으며 승승장구를 했지만 2001년 10월 22일 링 위에 누워 있는 상대를 향해서 2단로프를 밟고 공중으로 점프해 돌면서 충격을 주는 '문설트' 기술을 시도하다가 실패합니다. 이때 매트 위로 정수리부터 떨어지면서 매우 심각한 경추손상을입었고 목 이하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상태가 되고 맙니다.

하야부사의 화려한 공중살법 / 출처 http://www.light-house-inc.com

사고 직전의 상황

사실상 프로레슬러로, 아니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던 하야부사. 자살까지 생각하며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뜻밖의 인물이 병실을 찾아옵니다. 링 위에서 선역 대 악역으로 숱하게 경기를 했던 후유키 고도. 본인도 대장암 말기임에도 불구하고 하야부사를 격려하기 위해서 자신이 있는 병원에서 2시간 걸려서 찾아왔던 것입니다. 하야부사는 이에 감동을 받아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게 됩니다. 처음에는 팔꿈치 정도밖에 움직이지 못했지만 1년 365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수 시간씩 재활 훈련을 한 끝에 휠체어에서 몸일 일으킬 수 있게 됩니다. 지팡이를 짚는다면 200m 정도는 혼자서 걸을 수도 있는 상태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14년.

악역 레슬러 후유키 고도. 병상 위의 하야부사를 격려하고 반년 후 세상을 떠납니다.

하야부사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슬램덩크를 그린 타케히코 이노우에의 '리얼' 13권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작품 속에서 프로레슬러 '스콜피온' 시라토리 카즈오는 오토바이 사고로 휠체어를 타는 신세가 됩니다. 하지만 그는 걷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메인이벤트 2대2 태그매치에 복귀합니다. 참고로 하야부사는 한국어로 '매'란 뜻이기도 합니다.

리얼 13권 '스콜피온' 시라토리 카즈오

기술 실패로 링 위에 누워 있다 들것에 실려나가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꼭 돌아오겠다"고 마이크를 붙잡고 경기장에 있던 팬들을 안심시켰던 하야부사. 이제 팬들에게 정식으로 은퇴 인사를 하고 제 2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일본 TV 프로그램이 지난 8월 초순 하야부사를 위한 은퇴 행사를 도쿄 코라쿠엔 경기장에서 치렀습니다. 과연 하야부사는 링 위에서 10번의 공 카운트를 들을 수 있었을까요.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하시죠.

링 위로 올라가기 직전의 하야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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