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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복제 작물 쏟아진다, 괜찮을까?

'라운드업 레디' 특허 만료에 따라 농민들은 지난해 수확한 콩을 올해 봄 이후 종자로 다시 쓸 수 있게 됐다. 또 올해 심은 콩 중에서 내년에 종자로 쓸 것을 골라 저장해놨다가 심어도 된다. 그동안 매년 몬샌토로부터 종자를 사야 했던 농민들에게는 희소식이 날아든 셈이다. 종자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종자가 그냥 일반 종자가 아닌 GMO라는 점이다.

  • 곽노필
  • 입력 2015.08.28 08:11
  • 수정 2016.08.28 14:12

특허가 끝난 몬샌토의 유전자변형 콩 '라운드업 레디'의 복제종자. 아칸소대 제공

GMO 시대를 연 몬샌토 콩 '라운드업 레디' 특허 만료

지난 2012년 화이자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되자 전 세계 제약업체들은 환호작약했다. 특허에 구애받지 않고 비아그라를 복제해 내놓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에서만도 15개 제약업체에서 28개의 비아그라 복제약 시판을 허가받았다. 이후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원조 비아그라가 아닌 값싼 복제의약품(제네릭)들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조만간 종자 분야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까? 미국의 곡물 대기업 몬샌토(Monsanto)가 유전자변형기법을 이용해 개발한 대두(콩) 종자 '라운드업 레디'(Roundup Ready)의 20년 특허기간이 올해 3월로 끝났다. 1996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이 GMO(유전자변형작물=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종자는 뛰어난 제초제 내성 덕분에 재배 면적이 급속히 확대돼 왔다. 현재 미국에서 재배되는 대두의 90% 이상이 몬샌토의 '라운드업 레디'이다. 몬샌토는 GMO 특허만 1676개 보유하고 있는 이 분야의 세계 최대 기업이다. 베이어, 바스프 등 몇몇 다른 기업들도 GMO 종자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지만 몬샌토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미국 농부들이 재배하는 옥수수의 80%도 몬샌토 GMO 종자이다. 옥수수, 콩, 면화 등 3가지 GMO 품목이 회사 총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GMO 반대자들이 가공할 만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몬샌토를 사탄에 비유해 '몬사탄'(Monsatan)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라운드업 레디' 특허 만료에 따라 농민들은 지난해 수확한 콩을 올해 봄 이후 종자로 다시 쓸 수 있게 됐다. 또 올해 심은 콩 중에서 내년에 종자로 쓸 것을 골라 저장해놨다가 심어도 된다. 그동안 매년 몬샌토로부터 종자를 사야 했던 농민들에게는 희소식이 날아든 셈이다. 종자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종자가 그냥 일반 종자가 아닌 GMO라는 점이다. 몬샌토 같은 곡물 대기업들은 GMO 유해성이 입증된 바가 없고, 세계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개발과 보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체 유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GMO 반대론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재배 역사가 20여년에 불과해, 장기간 섭취했을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선 누구도 확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 장벽이 사라지는 건 GMO 식품 보급을 반대해온 사람들에겐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특허 만료로 복제 GMO들이 잇따라 등장할 게 뻔한 탓이다. 이는 GMO를 더욱 확산시키고, 그나마 표적이 확실하던 감시망의 초점마저 흐트러뜨릴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복제 GMO 종자들의 등장은 GMO에 대한 불안감을 더 자극할지도 모를 일이다.

'라운드업 레디' 복제종자의 시험재배 장면. 아칸소대 제공

아칸소대 등 저렴한 GMO 복제 종자 보급 나서

미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아칸소대 등 일부에서는 이미 몬샌토의 '라운드업 레디' 복제종자를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 복제 종자는 아칸소대의 육종학자 펑인 천(Pengyin Chen)이 개발했다. 그는 '라운드업 레디'의 제초제 내성 유전자를 다양한 유형의 콩에 이식하는 작업을 수년간 해왔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말 'UA5414RR'란 이름의 품종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대학 쪽은 이 품종은 '라운드업 레디' 최고 품종에 비하면 수확량이 약 7% 적지만, 비용이 적게 들어가고 종자 재사용이 가능해 수확량 부족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설명한다. 이 대학은 지금까지 이 종자 2400 포대를 종자업자들에게 팔았다. 무게가 50파운드(22.7㎏)인 각 포대에는 종자가 14만개씩 들어 있다. 이는 1에이커(1124평, 4046㎡)의 땅에 심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미국 전역의 콩밭은 8400만에이커(944억평)에 이른다. 따라서 아칸소대 종자가 차지하는 비중만 놓고 보면 극히 미미하다. 그러나 캔자스, 조지아 등 다른 농업대학들 역시 아칸소대처럼 각각 복제종자를 개발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몬샌토 인근에 있는 미주리대는 올해 네개의 종자를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의약품 시장처럼 GMO 분야에서도 복제종자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단하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다. 아칸소대 곡물품종개발프로그램의 도널드 돔베크 이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화 문의가 오지만 얼마나 많은 거래가 일어날지는 우리도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몬샌토가 '라운드업 레디 2' 와 다른 콩 종자를 비교시험 재배하고 있는 장면. 몬샌토 제공

상업적으로만 보면, 별도의 추가비용 없이 몬샌토의 GMO 종자를 얻는 것은 농민들에게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아칸소대가 개발한 복제종자는 한 포대에 25달러이다. 이는 몬샌토의 종자의 절반가격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특허가 끝난 몬샌토 종자를 심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유전공학과는 별도로, 다른 특허들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몬샌토는 특허가 끝났다고 모든 장벽이 사라진 건 아니라고 경고한다. 몬샌토는 형질특허만 만료됐을 뿐 품종특허 같은 다른 형태의 지적재산권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저장한 종자는 자신의 땅에서만 다시 심을 수 있을 뿐, 다른사람에게 종자를 공급하는 건 불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형질특허가 끝난 마당에 이런 경고들이 시장에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이다.

복제GMO는 동전의 양면을 갖고 있다. 잭 클로펜버그(Jack Kloppenburg) 위스콘신매디슨대 교수(사회학)에 따르면, 동전의 한 면은 복제GMO 종자 생산은 새로운 종자 대신, 여전히 몬샌토가 주도하는 종자를 들고 게임에 뛰어드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다른 한 면은 복제작물이 최소한 농민들에게 종자 대기업들의 독점적 지배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제초제 내성을 보유한 GMO 작물 재배면적의 비중 추이. 위로부터 콩(대두), 면화, 옥수수. MIT테크놀로지 리뷰.

세계 GMO 시장 현황. 한겨레신문 자료 그래픽

몬샌토는 어떻게 종자 헤게모니 지키려 할까

몬샌토는 앞으로 어떻게 할까? 종자 헤게모니를 놓지 않으려는 몬샌토의 전략은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특허가 끝난 1세대 제품은 단종시키고, 특허가 유효한 차세대 제품을 계속해서 내놓는 것이다. 몬샌토는 이미 2009년부터 2세대 제품을 개발해 시판 중이다. 제초제 저항력은 유지하면서도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높인 '라운드업 레디 2'를 내놨다. 3세대 제품 역시 개발을 마치고,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1세대 종자는 공짜이지만, 2세대 종자에 비해 수확량이 적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입과 비용을 따져보면 1세대 종자를 쓰는 농민들은 손해를 볼 것이라고 몬샌토는 주장한다. '라운드업 레디' 2세대 종자로 세계 콩 종자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2020년대 말까지 이어간다는 게 몬샌토의 계획이다.

몬샌토 전략의 또 다른 축은 GMO의 유해성 논란을 피할 새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몬샌토는 현재 유전자 간섭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스프레를 통해 특정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유전자를 변형시키지 않고 유전자를 조절하는 것이어서 GMO와 관련한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대안이라는 판단에서다. 유전자 스프레이는 해충이나 바이러스 공격에 GMO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기존 RNA 간섭을 통한 유전자 발현 억제보다 지속기간이 길다고 한다. 이 기술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물이 부족할 땐 RNA 스프레이를 뿌려 가뭄에 견디는 형질을 발현시킬 수 있다. 또 잎사귀에 스프레이를 뿌려 이 잎을 먹은 특정 벌레를 죽일 수도 있고, 토마토가 물러지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스프레이가 식물 세포 속으로 들어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주기 때문이다. 몬샌토는 오는 2020년쯤 감자잎벌레 퇴치를 위한 RNA 스프레이를 시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감자잎벌레를 첫 타겟으로 설정한 건, 이 벌레가 기존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곡물 대기업들의 종자 독점에 맞서 OSSI 같은 기구는 종자 공유 운동을 벌이고 있다. OSSI 페이스북에서.

복제GMO도 GMO...더 복잡해진 이해관계, 더 커질 불안감

복제작물의 등장은 GMO와 비GMO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복제작물 역시 근본적으로는 GMO 식품이다. 복제작물도 GMO에 쏟아지는 비판을 똑같이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종자 공유 및 무료배급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에겐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12년 '오픈소스종자 이니셔티브'(OSSI=Open Source Seed Initiative)란 기구를 만들었다. 육종가들과 농민, 그리고 종자공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설립에 참여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운동을 본따 만든 이 기구의 목적은 특허나 지적재산권에 구애받지 않고 작물유전자를 자유롭게 거래하는 것이다. 종자 분쟁과 더 나아가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이 기구는 실제로 지난해 4월 브로콜리, 당근 등 29종의 종자를 무료로 배포했다. 특허가 끝난 GMO 종자도 이들의 무료 배포 대상이 될까? 논리로만 따지면 당연히 포함된다. 그러나 이 기구 설립자 가운데 하나인 육종가 어윈 골드만(Irwin Goldman)은 종자은행에 GMO 작물을 허용할지 확언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오픈소스 종자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은 대개 유기농(오가닉)을 지지하는 사람들인데, GMO는 자연친화적인 작물은 아니다."

본격 GMO 시대를 연 '라운드업 레디'의 특허 만료를 시작으로, 앞으로 특허가 풀리는 GMO 종자들이 잇따라 나올 것이다. 덩달아 복제GMO도 속속 등장할 것이다. 향후 세계 GMO 작물과 종자 시장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대립 구도와 유해성 논란 양상이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 사이에서 소비자들의 불안만 더 깊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한국, 한 해 1천만톤 넘게 GMO 수입

100% 수입콩으로 제조됐음에도 GMO 표시가 없는 국내 콩기름 제품들. 탁기형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한국의 GMO 재배, 소비 상황은 어떤 상태일까? 현재 전 세계에서 재배되고 있는 GMO 작물은 콩과 옥수수 외에도 쌀, 밀, 카놀라, 목화, 사탕무, 파파야, 호박, 알팔파, 감자, 보리, 엽연초, 토마토, 포도 등 모두 18가지에 이른다. 품종 수로는 1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GMO 재배는 금지하되 수입은 허용하고 있는 나라이다. 현재 국내 수입되는 식용 GMO는 대부분 옥수수와 대두이다. 이것들은 주로 식용유, 전분 등 가공식품의 원료로 쓰인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펴낸 'GMO 수입 현황과 시사점'을 보면, 지난해 수입된 GMO는 228만여톤에 이른다. 동물 사료용 854만톤을 합쳐 총 수입량이 1천만톤을 웃돈다. 금액으로 따지면 30억달러(3조3천억여원)을 넘는 규모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GMO 식품을 먹고 있으면서도, 어느 누구도 이를 의식하지 못하며 산다. GMO 표시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허술한 탓이다. GMO 식품이라도 최종 제품에서 GMO 성분이 검출되지 않거나, GMO가 '상위 5가지 원재료'에 속하지 않으면 표시할 의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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