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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임신한 공무원입니다" 통화 대기음, 어떻게 생각하는가?

ⓒgettyimagesbank

“전화의 상대방은 아기를 가진 임산부입니다. 전화 예절은 배려의 시작입니다.”

앞으로 시·군·구청 등에 민원 전화를 걸었을 때 안내받을 메시지 가운데 하나가 될지 모른다. 민원인의 언어폭력을 예방하고, 특히나 위약한 임신 여성공무원을 보호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행정자치부는 전국 지자체에 임신 여성 공무원 배려 방안을 시달했다고 27일 밝혔다. 임산부라는 사실과 함께 배려를 요청하는 문안이 담긴 통화연결 대기음, 직원이나 민원인이 임신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분홍색 공무원증, 임신기간 중 태교 관련 책자·자료를 장기 대여하도록 조정한 게 핵심이다.

서울시는 이번주 초에 행자부의 시달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 공무원들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시의 한 여성 공무원은 “임신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을 때도 있고, 기본적으론 임신 여부를 떠나 배려가 부족한 사회라는 문제가 바탕에 있다. 결국 궁여지책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원인보다 직장 상사한테 받는 언어폭력이나 스트레스가 더 크다”는 푸념도 나온다.

주로 정책을 다루는 중앙정부 부처와 달리, 대민 업무까지 직접 처리하는 자치단체 직원들이 민원인들의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다. 서울시 산하 120다산콜센터의 상담원들은 지난해 하루 평균 31건(1월 경우)의 악성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시가 지난해 2월 성희롱을 한차례만 저질러도 경고없이 법적조치하겠다는 ‘악성민원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이유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지난해 2월~지난 5월에도 민원인 45명을 성희롱(32명), 폭언, 욕설,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해야 했다.

이는 폭력을 작정한 민원인들의 경우 처벌하겠다는 ‘경고’로 그다지 제어가 되지 않음을 말해준다. 때문에 임신 여성 직원이란 공지 자체로 혹독한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한 여성 공무원은 “실효성을 떠나 모성보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행정 노력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실제 제도가 생긴 뒤 임산부 직원이 오후 5시 퇴근하려고 할 때 주위에서 눈치를 주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자부의 시달은 가이드라인을 참고해서 지자체 사정에 맞춰 반영하라는 취지인데, 서울시에선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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