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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에선 지뢰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한겨레

"두 번 다시 나 같은 사고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됩니다."

이달 4일 발생한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으로 중상을 당한 하재헌(21) 육군 하사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남긴 글이다.

지뢰도발을 계기로 급격히 고조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위급접촉의 극적 타결로 해소된 것을 지켜보면서 밝힌 소회였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와 매설한 목함지뢰를 밟은 하 하사는 오른쪽 다리 무릎 위와 왼쪽 다리 무릎 아래쪽을 잘라야 했다. 함께 수색작전을 하던 김정원(23) 하사도 목함지뢰의 폭발로 오른쪽 발목을 절단했다.

다리를 붕대로 친친 감고 병상에 누운 이들의 사진은 지뢰가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살상무기인지 새삼 일깨워줬다.

지뢰는 사람의 발가락이나 발목, 다리를 절단해 사고 현장에서 꼼짝할 수 없게 하는 야만적인 무기이다. DMZ에 이런 지뢰가 100만여 발 이상 매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한 군대가 6·25 전쟁 이후 62년 동안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지상에 뿌리거나 땅속에 매설한 결과다.

지뢰는 화생방 무기를 제외하면 가장 잔인한 무기다. 저렴한데도 적의 진격을 장기간 차단하는 효과 때문에 DMZ 일대에 무더기로 묻혔다.

DMZ에는 우리 군의 M-14와 M-16 대인지뢰, M-15 대전차 지뢰가 있다. 북한군 지뢰도 부지기수다. 북한군 대인지뢰는 목함(PMD-57), 수지재(PMN), 강구(BBM-82)지뢰와 ATM-72, ALM-82 대전차 지뢰 등 다섯 가지다.

북한 지뢰는 군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휴대용 장비로 탐지하기 어렵다. 목재와 플라스틱 등 비금속 지뢰이기 때문이다. DMZ 수색로뿐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에 묻혀 있다.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19일 만인 지난 23일에도 경기도 연천군 DMZ에서 부사관 1명이 부상했다. 우리 군의 M-14 지뢰가 터졌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남측 DMZ에서 지뢰 탐지·제거 작업을 하고 미확인 지뢰 지대는 따로 구별해두는데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뢰는 DMZ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방공기지 같은 후방 지역 군사시설 주변에도 유사시에 대비해 매설했다. 호우나 산사태가 발생하면 유실되기도 한다. 군사지역을 벗어난 곳에서 민간인이 지뢰를 밟아 다치는 원인이다.

2010년 7월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사미천에서 주민 2명이 북한의 목함지뢰를 거둬가는 과정에서 터져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당시 사미천과 강화도 일대에서는 목함지뢰가 집중적으로 발견돼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유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지뢰폭발사고는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온 북한군이 파묻은 목함지뢰가 터진 것으로 조사됐다.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 지뢰가 폭발한 뒤 연기와 흙먼지가 솟구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999년 발효된 대인지뢰금지협약(일명 오타와협약)은 서문에서 군인과 민간인은 전시에도 구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뢰의 비인간성을 부각시켰다.

지뢰금지국제운동(ICBL)의 한국지부인 '평화나눔회'는 6·25 전쟁 이후 지뢰 피해 민간인은 총 462명으로 파악했다.

정부는 올해 4월 민간인 지뢰폭발 피해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골자로 하는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들어가 피해 신청을 받고 있다.

이달 25일 기준으로 국방부 '피해자 지원 심의위원회'가 접수한 지뢰폭발 사고 피해 사례는 모두 215건이다. 사망 위로금 신청은 99건, 상이 위로금 신청은 116건이다.

피해 접수 지역별로는 강원도와 경기도가 각각 149건, 47건으로 가장 많다. 북한과 인접한 전방에서 지뢰폭발이 집중한 때문이다.

지뢰 문제를 한반도에서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뢰 제거와 매설 금지를 목표로 하는 대인지뢰금지협약에 160여개국이 참여했지만, 남북한은 가입하지 않았다. 미국은 작년 6월 더는 대인지뢰를 생산하거나 구매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한반도는 예외로 뒀다.

2000년 남북한 경의선 철도로 건설에 합의하면서 남쪽 지역 공사 과정에서만 3만6천여 발의 지뢰를 걷어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DMZ 세계생태평원공원을 조성하려면 DMZ 남북 지역에서 지뢰 제거는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5년 전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지뢰 제거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필요한 여건도 조성됐다.

북한 지뢰 도발로 촉발된 군사적 긴장을 해결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돼 군사회담 개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급접촉 공동보도문 1항은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나가기로 했다"고 언급, 지뢰 문제를 자연스레 회담 의제로 삼을 수 있게 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DMZ에서 지뢰를 한꺼번에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남북한이 DMZ에서 협력사업을 추진하면서 해당 구역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없애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고 말했다.

"DMZ에 묻힌 100만 발의 지뢰를 걷어내는 협력사업을 추진한다면 국제사회에 평화의 상징으로 큰 관심을 끌 수 있는 만큼 지뢰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라는 조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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