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꼰대레이더와 꼰대예방수칙 5가지

가슴에 쌓인 울분을 어떻게든 풀어야겠는데 별 다른 방법은 못 찾겠고 약해 보이고 후환이 없어 보이는 젊은 여인들에게 큰 소리를 치면서 풀어내는 것이죠. 꼰대들에겐 '꼰대레이더'가 있어서 나이,성별, 체격, 학벌, 직업, 수입, 자동차 배기량, 손목시계 등으로 '만만한 이들'을 골라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꼰대짓을 하기 위해서 특화된 능력이지요. 꼰대가 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 김남훈
  • 입력 2015.08.27 08:08
  • 수정 2016.08.27 14:12
ⓒgettyimagesbank

꼰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년 어른을 비꼬아 일컫는 말이면서 자신보다 어리거나 힘이 없는 사람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대뜸 가르치려고 하거나 훈계하려고 드는 이들을 말하기도 합니다. 동네 어귀 슈퍼마켓에서 막걸리에 취한 채 괜스레 지나가는 젊은 여성들에게 '어디 여자들이 밤늦게 돌아다녀'라며 일장연설을 하는 분들이 바로 꼰대입니다. 이처럼 꼰대는 어느 개인 한 명을 특정지을 때도 있고 확산과 복제를 거쳐서 마치 하나의 이념처럼 형성되기도 합니다.

꼰대들은 자기 스스로를 평가하지 못하니 모든 일을 간단하게 이분법으로 구분합니다. 칭찬과 망신. 이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어떤 문제가 일어났을 때 원인과 결과를 찾아보고 다른 유사사례와 비슷한 점은 없는 지 어떤 서사적 맥락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판단하기보단 쯧쯧 혀를 차면서 피해자를 더 가해자보다 더 욕보입니다. 아이돌 스타들의 노예계약이 문제가 되자 국제적 붐을 일으키고 있는 한류열풍이 식을 수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모 지역에서 정신지체아동에 대한 유지들의 성폭행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지역관광수입을 걱정하는 이들이 그러합니다. 무형과 가상의 거대한 손실을 미리 만들고 그 원인을 사건 당사자이자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신들은 안전해지니까요. 서두에 등장했던 막걸리에 취한 할아버지도 가슴에 쌓인 울분을 어떻게든 풀어야겠는데 별 다른 방법은 못 찾겠고 약해 보이고 후환이 없어 보이는 젊은 여인들에게 큰 소리를 치면서 풀어내는 것이죠. 꼰대들에겐 '꼰대레이더'가 있어서 나이,성별, 체격, 학벌, 직업, 수입, 자동차 배기량, 손목시계 등으로 '만만한 이들'을 골라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꼰대짓을 하기 위해서 특화된 능력이지요.

꼰대가 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자신만이 옳다고 자신만이 정의롭다고 믿기만 하면 됩니다. 또는 자신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상처받은 짐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몇 해 전부터 마흔이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중년남성에 돌입하면서 저 자신도 모르게 멈칫할 때가 있습니다.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애들이 열정이 없어', '아무튼 요즘 애들은...' 이런 생각이 너무나 손쉽게 머릿속을 맴돌다가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을 간신히 진압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최소한 꼰대는 되지 말자며 다짐하면서 저만의 예방책을 만들어봤습니다.

- 말을 적게 하자

언어는 관념의 바다이고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그 관념의 바다에서 본인이 직접 한 바가지 길어올린 것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머리가 아니라 호르몬을 통해서 내뱉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말이란 것은 치약과 같습니다. 한번 짜내면 다시 넣을 수가 없습니다. 이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입을 여는 횟수를 줄이는 것밖에 없습니다.

- 함부로 조언/위로하지 말자

본인의 인생에서 어려웠던 부분 힘들었던 시기를 하나의 전설로 만들고 그걸 통해서 성공법칙을 추려냅니다. 그리고 이걸 강요합니다. 술자리에서 가장 꺼려지는 사람이 자수성가한 사장님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신만의 전설과 법칙을 알려주고 싶은 겁니다. 본인은 그 비밀을 알려주는 것이 큰 시혜를 베푼다고 생각하지만 일반화하기 어려운 그런 경험들은 타인에겐 별반 효과도 없으며 더군다가 술자리에서 "내가 젊었을 땐 말이지. 하루에 4시간 자고 일했어"같은 내용의 무한반복은 어려웠던 시절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일 뿐입니다.

- 타인의 업적을 인정하려고 노력하자

삼십대를 넘어 사십대의 영역에 진입하니 인생에 있어서 몇 개의 방점을 찍은 이른바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보입니다. 영역이 넓어지고 업적을 평가받습니다. 그것은 모두 엄격한 자기관리의 산물입니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완결성을 바탕으로 외부와 소통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들입니다. 타인의 업적을 인정하고 그것을 본받아 노력할 때 나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이룬 것보다 큰 성공'을 거둔 이에 대해선 업적을 낮게 평가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보다 나이가 적으면 그런 시기심은 더 커집니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어도 입 밖으로 내서는 안됩니다. 운이 좋아서, 어쩌다 보니, 빽을 써서 등등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말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 바로 정신적인 노화 즉 진짜로 사리분별 못하고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 건강을 챙기자

건강한 육체라는 것은 젊음의 시기에 잠깐 보장해주는 조물주의 선물입니다. 실제 통계를 보더라도 60세이후의 삶이란 것은 절반 이상이 투병생활입니다. 몸이 병들고 아프면 사람은 편협해지기 쉽습니다. 스스로 건사하기도 힘든데 주변 사람의 수고스러움이나 공동체의 아픔에 눈을 돌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남자라는 동물은 자신보다 젊고 건강한 수컷에게 어마어마한 질투를 느끼며 그 강도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 강해집니다. 그리고 이 질투심에 눈이 멀어 공정하지 않은 판단, 사적인 감정에 치우친 행동을 할 때가 있으며 이는 그를 진짜 꼰대로 만들어버립니다. 미학적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배가 나온다는 것은 여러 분야에서 적신호가 켜진 것입니다. 신경 써야 합니다.

- 수입의 일부를 기부하자

안타깝고 눈물어린 감동사연, 분노에 겨워 주먹을 벌벌 떨게 만드는 피해자들의 고통, 어금니 꽉 깨물게 하는 파렴치한 가해자들의 행각. 이런 내용들이 담긴 게시물이 SNS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물이 끓어 기화하듯 빠르고 맹렬하게 반응합니다. 거침없이 올라가는 좋아요와 리트윗들. 분노와 결의에 찬 표정으로 스마트폰의 아이콘을 손으로 꾹꾹 누릅니다. 그리고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습니다. 물론 널리 알린다는 것엔 일조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사건 해결의 키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넘기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지구의 공전궤도를 조금이나마 바꾸려고 노력하는 곳에 아주 조금이라도 기부하세요. 무한알티와 무한공유보다는 천원 입금이 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타인에게 무엇을 베푸는 것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지 않게 만드는 자신을 썩지않게 하는 방부제 이기도 합니다.

꼰대예방수칙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아봤는데 내용은 여러분들도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모두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저부터 제대로 늙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꼰대 #김남훈 #꼰대레이더 #사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