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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짜장 라면 3종을 둘러싼 전문적인 수다평

ⓒ한겨레

지난 5월에 출시된 짜장라면 ‘짜왕’(농심)의 돌풍이 거세다.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짜왕은 출시 한달 만에 50%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어 ‘팔도짜장면’(팔도), ‘진짜장’(오뚜기) 등이 줄지어 시장에 얼굴을 내밀어 ‘프리미엄 짜장라면 시대’를 열었다.

‘허니버터칩’, ‘순하리’에 이어 ‘미투(Me too)상품’ 열풍에 짜장라면도 가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맛 비교에 나선 누리꾼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3㎜의 굵은 면발인 짜왕은 다시마 성분을 활용한 쫄깃한 식감과 풍미를 배가시킨 분말수프, ‘야채풍미유’를 자랑거리로 내세운다.

방송으로 큰 인기를 얻은 대세, 이연복 중식 셰프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팔도짜장면은 2.5㎜ 굵기의 면발로 분말수프가 아닌 두툼한 액상짜장소스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와 공동기획한 국산 돼지고기, 완두콩 등의 건더기로 승부에 나섰다. 짜왕과 같은 3㎜인 진짜장은 소비자가격이 개당 1500원인 두 짜장라면과 달리 200원 내린 1300원의 가격, 구수한 짜장 맛을 재현했다는 액상수프로 대결의 장에 나섰다.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의 총주방장인 여경옥 중식 셰프와 자타공인 간식비평가인 김학선 음악평론가가 지난 14일 맛 비교에 나섰다.

짜왕

짜왕

기자 칼국수 면처럼 굵군요. 쫄깃한 식감이 좋아요. 하지만 좀 짠데요.

김학선(이하 김) 짜서 ‘짜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웃음) 고소한 맛이 강한데요. 요즘 중국음식 좋아하는 이들이 ‘불맛’ 따지잖아요. 그런 점도 염두에 두고 만든 맛이군요.

여경옥(이하 여) 요리 과학의 발달이 놀라워요. 진한 맛을 내기 위해 기름을 많이 썼네요. 짜장면보다는 간짜장면에 비슷한 맛이군요. 부드럽게 넘어가는 짜장면보다 간짜장면이 좀 뻑뻑한 느낌이 들잖아요.

기자 기름 때문인지 좀 느끼한 것 같아요. 짜파게티의 확장판인데 짜파게티는 ‘라면’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은 ‘요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짜파게티와는 완전히 다른, 업그레이드된 맛이에요. 면의 질은 농심이 좋다는 라면 마니아들 평이 많아요.

홍콩이나 동남아시아에 가면 계란 반죽한 면 있어요. 잘 붇지 않죠. 그 면이 생각나요.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면 ‘맛있다’ 생각 들 거 같군요.

기자 남자들 보통 두 개 먹잖아요. 한 개는 배고프고 두 개는 너무 배불러요. 남성 소비자의 욕구를 고려한다면 한 개 반짜리 정도의 양인 라면이 출시되면 좋겠어요.

과거에 비해 원가가 많이 올랐잖아요. 가격은 덜 올리는 대신 양을 줄이는 방법으로 수익을 맞추는 거 아닐까요.

기자 일반 짜장면의 흥건한 국물이 짜왕엔 거의 없네요. 시간이 지나도 면이 안 불어나요.

기름이 많으니깐 아무래도 덜 붇죠. 손님이 많은 중국집의 경우 점심시간 전에 면을 삶아서 살짝 기름에 버무려놔요.

팔도짜장면.

팔도짜장면

중국집의 짜장면과 유사해요. 시각적으로 훌륭합니다. 액상수프라서 향은 덜한데요.

짜왕보다 면이 좀 얇아 부드럽지만 고소한 향은 적고 단맛은 좀 세네요. 건더기로 들어간 완두콩은 실제와 비슷합니다. 기름을 조금 더 넣으면 풍미가 더 오를 것 같아요.

기자, 김, 여 완두콩을 비롯한 건더기가 훌륭한데요.

맛이 좀 달군요. 팔도는 이전에 이미 ‘일품짜장면’을 출시했죠. 팔도짜장면은 건더기가 많고 풍미가 강해 일품짜장면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것 같지만 큰 차이는 못 느끼겠어요.

기자 ‘이연복 중식 셰프’라는 요리사를 광고모델로 등장시켰잖아요. 짜왕은 개그맨 정형돈을 내세웠는데 존재감이 없어요. 광고모델은 팔도짜장면이 승자라 생각해요.

짜파게티만 즐기던 이들이 팔도짜장면을 먹어보고는 완전히 다른 맛이라면서 환호했어요. 짜왕의 생산업체 농심은 라면 시장의 50% 이상 점유했다고 하던데, 우리도 모르게 그 맛들에 길들여져 있는지 몰라요. 새로운 맛의 출시는 환영할 만합니다.

기자 면 자체는 큰 감동은 없어요.

팔도를 좋아하는 이들조차 면발은 늘 아쉽다고 말해요.

젊은이들, 꼬들꼬들한 면 좋아하잖아요. 라면은 젊은이들 선호하는 식품이고. 그런 면에서 짜왕이 판매에 유리하겠군요.

고춧가루 뿌려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요. 봉지에 적힌 이연복 셰프의 레시피는 간편하게 먹고자 하는 이들이 따라 하기에는 번거로워요.

단맛에는 매운맛을 추가하면 더 맛있어져요. 짜왕과 팔도짜장면은 맛의 색깔이 확실히 구별되어 마니아층이 다를 겁니다. 짜왕은 기름진 맛, 풍미 등이 중국 본토 음식에 좀더 가깝다면 팔도짜장면은 한국에 정착한 우리 식 중국요리 같아요.

진짜장.

진짜장

짜왕과 굵기가 비슷한데요. 짜왕과 팔도짜장면 맛 비교는 에스엔에스에서 많이 봤는데 진짜장은 별로 없더군요. 셋 중에 가장 맛이 가볍다고 해야 하나! 면이 부드러워요.

기자 쫄깃한 식감보다는 술술 넘어가는 면발 좋아하는 이들에게 소구력 있을 거 같아요.

건더기는 아쉬워요. 별로 짜지 않아서 좋습니다.

기자 짜왕과 팔도짜장면은 ‘색다른 짜장면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진짜장은 ‘라면의 한 종류네’라는 느낌인데요.

팔도짜장면이나 진짜장은 액상수프잖아요. 분말수프인 짜왕보다 덜 뻑뻑해요. 분말과 액상수프는 차이가 분명한 것 같군요.

그냥 가볍게 한 끼 해결하는 차원에서 부담 없이 선택하라면 진짜장을 먹을 거 같아요. 좀더 특색 있는 짜장라면 맛을 보자고 하면 짜왕이나 팔도짜장면 중 하나를 고를 것 같습니다.

총평

면은 짜왕이 돋보이고 진짜장은 부담 없이 먹기 좋아요. 팔도짜장면의 건더기는 훌륭한 편입니다.

팔도짜장면의 소스가 맛있어요. 건더기도 훌륭하고. 제품 자체가 신선하다는 느낌입니다. 짜왕은 고소한 맛과 쫄깃한 면발이 돋보입니다.

기자 짜왕은 면이 좋고, 팔도짜장면은 짜장면과 비슷해 보여 ‘재밌다’는 느낌이 들어요.

‘프리미엄 짜장라면’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자연스럽게 일반 짜장면 이야기도 곁들여졌다. 지금은 거의 식용유 등을 써 짜장면을 만들지만 1970~80년대까지는 돼지기름을 썼다. 두툼한 비계를 잘게 썰어 팬에 넣고 볶으면 기름이 흥건하게 나왔다. 기름은 따로 저장해두고 사용하고 바삭해진 찌꺼기는 물에 넣었다가 다른 요리의 재료로 썼다. 여 셰프는 “비계가 미끈거려 그걸 자르다가 손가락을 많이 베었다”며 “감칠맛은 최고였다”고 말한다.

지난 몇년 동안 짜장면은 수타면이 대세였다. 수타면은 과연 맛있는 걸까? 여 셰프는 “수타면은 주방장이 반죽을 직접 쳐서 뽑기에 면 굵기가 고르지 않다”며 “기계면 반죽을 사람이 하지만 기계로 뽑아내므로 면발이 균일하다”고 말한다. 면의 굵기가 다르면 소스가 묻는 정도가 달라지고, 입에 느껴지는 맛의 강도가 차이가 난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균일한 면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먹는 이의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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