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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쇼크가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끼친 5가지

  • 원성윤
  • 입력 2015.08.26 07:37
  • 수정 2015.08.26 07:40

'중국발 쇼크'의 후폭풍이 거세다. 중국발 악재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면서 경제 흐름이 바뀌고 있으며 이는 정치·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1. 중국 지도부 리더십에 타격, 미 대선에도 영향

중국증시가 폭락하면서 세계경제 불안의 진원지가 됐다. 이 때문에 국가 경제력을 토대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맞서온 중국 지도자들이 체면을 잃게 됐다.

중국 지도자들은 지난 6월 29일 베이징에서 한국과 영국 등 57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원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AIIB 협정문 서명식'을 개최하는 등 속전속결로 출범 준비를 완료,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중국이 드디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중국발 쇼크로 중국 지도부는 국내외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경제불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위기를 키웠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증시 폭락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정책 담당자들이 최고 지도부의 눈치를 보고 의중을 추측하느라 제때 정책이 나오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주식시장의 동요로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입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들도 나오는 상황이다. FT는 "지난달 초 주가가 폭락하자 중국 금융당국은 전례 없는 조치로 증시 부양에 나섰는데 시장 불신을 초래한 계획의 설계자는 바로 리 총리"라며 주식시장 동요가 공산당 체제와 리 총리를 흔들어 놓았다고 전했다.

홍콩 중문대학의 중국 정치학 전문가인 윌리 람은 "리커창의 지위가 최근 시장의 위기로 위태롭게 됐다"며 "상황이 더 나빠지고 (시진핑 주석이) 정말 희생양이 필요로 할 시점이 온다면 리커창이 적임자"라고 말했다.

미국 대선판에도 중국발 쇼크의 불똥이 튀었다. 중국 주식 폭락 여파로 미국 증시도 흔들리자 공화당 후보를 중심으로 미국 현 정부를 겨냥한 '경제 위기론'이 흘러나왔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 경제가 너무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에 얽매여 있다. 미국이 세계경제의 열쇠를 중국에 내줘 무력해졌으니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경제 위기론은 민주당의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는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그가 '오바마 행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만큼 경제 위기론을 '나 몰라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미국 금리인상 인상 지연 관측 확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중국 증시 대란으로 9월설이 유력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론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10일까지만 해도 9월 인상 가능성을 밝혔던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장은 최근 중국이 금리 인상 계획에 큰 부담임을 인정하면서 "올해 언젠가는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마켓워치가 24일 전한 바클레이스 보고서는 애초 9월로 예상했던 시점을 멀찌감치 내년 3월로 늦췄다. 블룸버그는 내달의 FOMC 회동 전까지 나올 새로운 지표들이 연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면서 오는 28일 발표되는 소비자 신뢰 지수와 8월 고용 규모(내달 4일), 소매 판매 실적(내달 15일)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나은 형편이지만, 세계 경제를 도울 만큼 충분히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 경제의 둔화가 미국 수출품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켜 미국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상 전에 허약한 세계경제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연기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중국의 경기둔화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수요가 급감, 중남미 국가 등 에너지 생산국들의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만큼 인상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아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통화 긴축이 아니라 양적완화(QE)에 나설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위험이 인플레이션보다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시장이 극도의 침체를 겪고 있어 미국의 금리 인상 충격파까지 더해질 경우 미국은 전 세계 국가들로부터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3. 일본·유럽, 추가 양적완화 강화 가능성

중국발 세계금융시장 충격파로 인해 일본과 유럽도 양적완화 실행에 속도를 내거나 그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국제유가 하락에다 중국의 급격한 위안화 평가 절하가 일본의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JP 모건 체이스의 야마와키 다카푸미 전략가는 "돈이 실물 경제로 흘러가지 않는다"면서 "일본은행이 일본 국채를 대거 사들임으로써 유동성이 일본은행과 시중은행 간을 오갈 뿐"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월부터 국채와 민간 영역의 채권 등을 사들여 매월 600억 유로(약 77조6천496억 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쇼크로 유럽경제가 흔들리면 ECB(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행보가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ECB가 좀 더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4. 신흥국 위기, 갈수록 심각

신흥국 경제 상황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자원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를 중심으로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 경기의 둔화 우려로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6년 반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고 원자재가도 1999년 8월 이후 16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프라이스 선물그룹의 필 플린 연구원은 "중국 주식시장의 폭락이 모든 것을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 우려와 원자재 가격 추락으로 자원 수출국의 통화 가치도 급락했다. 특히 중국 경제에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외환시장이 출렁거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잠비아와 나이지리아 등의 통화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자원 부국인 남미 국가들의 통화도 급락했다. 블룸버그 JP모건 남미통화 지수는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외환위기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세이은행의 마사오 다카오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0년대 후반과 같은 상황이 시작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가장 취약한 신흥국의 자산을 팔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도 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CDS 프리미엄이 2∼8년 만에 최고조로 올랐다. 이런 신흥국 위기는 해당국 정치 지형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들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을 요구하는 경우가 과거 역사에서 적지 않았다.

5. 저성장 고착화 우려, 한국 경제도 경고음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자 세계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의심은 불안을 넘어 공포 수준까지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또 내렸다. IMF가 전망한 올해 세계 성장률은 3.3%로 이전 예상치(3.5%)보다 0.2%포인트 낮다.

IMF 예상대로 들어맞는다면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의 여파로 제로(0) 성장했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을 하게 된다. 세계 경제는 2010년과 2011년 각각 5.4%, 4.2% 성장했지만 2012년부터 3년간은 내리 3.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IMF는 "급격한 자산가격 변동과 금융시장 변동성 증가,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이 하방 위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더 암울한 예상치를 내놨다. NIESR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하면서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이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도 2분기에 사실상 제로성장에 머무는 등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큰데, 중국 경기마저 부진해 '설상가상'의 난국에 빠졌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수출 회복이 점점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중국의 경기 둔화를 불확실성 증대의 최대 요인으로 꼽았다.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에 중국 경기 불안, 신흥국 위기 등 대외 악재도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한국 경제는 앞으로도 휘청거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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