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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1년이 넘은 허니버터칩은 여전히 귀하다

  • 남현지
  • 입력 2015.08.26 06:05
  • 수정 2015.08.26 06:09

회사원 김정환(35) 씨는 지난주말 경기 광명시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진열대에 있는 '허니버터칩'을 보고 얼른 집어 들었다.

그동안 다른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할 수 없었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집어든 허니버터칩 뒤에는 '카라멜콘 메이플'이라는 낯선 과자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카운터에 있던 편의점 직원은 "허니버터칩을 사려면 붙어 있는 과자도 같이 사야 한다"며 "5개까지 묶어 파는 곳도 봤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김 씨는 왠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허니버터칩을 언제 또 구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각 1천500원씩 총 3천원을 내고 제품을 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허니버터칩은 출시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편의점과 중소 마트 등 일부 유통 채널에서는 이런 점을 악용해 비인기 제품과 함께 묶어 파는 '끼워팔기'를 이어가고 있다.

다른 과자와 묶음으로 판매 중인 허니버터칩 제품.

판교에 사는 양승희(30·여)씨도 한달 전 동네 마트에서 허니버터칩에 꼬깔콘,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다른 과자까지 모두 3개 묶음으로 돼 있는 제품을 구입했다.

양 씨는 "나머지 두 과자를 반도 안 먹고 버릴 때가 많으니 사실상 2∼3배 가격을 주고 허니버터칩을 사는 것"이라며 "그래도 먹어보고 싶으니 속아주는 셈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주민 박진광(30) 씨는 "여태까지 허니버터칩을 끼워팔기가 아닌 것으로 먹어본 적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통업체나 제조업체가 제품을 묶음으로 판매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특정 제조업체의 과자를 네댓 개 묶어 저렴하게 판매하는 일은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품귀 현상을 빚는 허니버터칩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일반적인 묶음 판매 제품은 낱개로도 구매할 수 있지만, 허니버터칩 묶음 판매는 같이 묶인 제품을 사지 않으면 허니버터칩을 단품으로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돼 사실상 '강매'로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과 크라운제과 '참ing'을 묶은 제품. 시민 제보 사진.

허니버터칩 끼워팔기를 두고 일부 누리꾼이 '허니버터칩 인질극'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같은 불만을 반영한다.

제조업체인 해태제과와 유통업체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유통업체 점주 개개인이 제품 인기에 편승해 매출을 올리려고 하는 것 같다"며 "제조업체에서 책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태제과는 공장을 증설해 내년 4월부터 허니버터칩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나면 품귀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묶어파는 제품 중에는 해태 제품과 모회사인 크라운 제품도 많다는 점에서 해태도 완전히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끼워팔기 사례가 발견된 세븐일레븐은 "조직적인 끼워팔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개별 점주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교육하고 주의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별도의 조사 계획이 없는 상태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인기상품과 비인기상품을 같이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끼워팔기'가 될 수 있다"며 허니버터칩 끼워팔기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후 공정위측은 "당장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아 조사할 계획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제조·유통업체의 책임 떠넘기기와 관계 당국의 무관심 속에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끼워팔기 제품을 구매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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