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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선교와 통일운동 | 한국 기독교가 북한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한국 기독교는 이념적 갈등을 넘어, 어떤 방식으로 평화와 통일, 북한 인권 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까? 평화통일기독교연합의 최은상 사무총장은 진보적 교인과 보수적 교인의 주장 모두 용서, 화해, 전도라는 기독교 교리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이 정신을 어떻게 실천으로 옮기냐 하는 것"이라며 "보수적 교인들은 경제 제재를 통해 북한을 고립시켜 정권을 무너뜨려야 기독교 정신을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진보적 교인들은 정권이 지금 당장 무너지지 않을 것이니 북한 사람들을 설득해 남한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 NK News
  • 입력 2015.09.11 11:18
  • 수정 2016.09.11 14:12
ⓒgettyimagesbank

분단은 한반도의 남북을 나눈 것과 동시에 한반도 남쪽을 좌우로 나누었다

"한반도의 전쟁 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하루 속히 전쟁 상태를 종식시키는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하며 ...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남북한 상호간에 신뢰회복이 확인되며 한반도 전역의 평화와 안정이 국제적으로 보장되었을 때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하며 주한 유엔군 사령부도 해체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진영을 수호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대한민국에서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한 것이 반공이다. 반공이 없으면 적화통일이 되고 그 결과는 자유세계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 이것은 주한미군 철수를 줄기차게 외쳐온 북한의 입장을 수호한 것이다"

위에서 인용한 두 입장문은 정당이 발표한 입장이 아니다. 1988년 한국기독교협의회(NCCK)에서 발표한 '88선언(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선언)'과 그에 대한 보수 기독교계의 반박문을 요약한 것이다.

통일운동의 첫 삽을 뜨다

먼저 통일논의를 시작한 것은 진보 진영 기독교인들이었다. 1981년 미국에서 활동하던 김성락 목사가 방북했다. 서울신학대학교의 박명수 교수는 <반공, 통일, 그리고 북한선교>에서 "당시 군부 체제에서 진보적인 민주 통일운동은 자유롭지 못했고, 비교적 자유로운 해외 교포들을 통해 확대되었다"고 서술했다. "북에 두고 온 고향을 사모하던, 외국 시민권을 가진 한국인들"은 "외국에서 불기 시작한 데탕트의 열기를 이용하여 북한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뒤이어 NCCK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측 기독교인들과 회담을 가졌다. 이 때 발표된 성명서의 주요 내용은 "주한미군 철수와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반대, 평화협정 체결과 중립적인 연방제 통일안"으로 종래 북한의 주장을 상당부분 수용한 것이었다.

박명수 교수는 80년 5월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이 한국 기독교의 두 축인 반공세력과 민주세력의 갈등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반공세력은 전두환의 군사독재를 지지하는 듯 했고 광주 민주화 운동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사건으로 보았다.

반면 민주세력은 군사정부가 반공을 빙자한 국가안보를 내세워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있으며, 반공 이데올로기를 무력화하기 위해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세계교회협의회(WCC)를 비롯한 국제기독교단체들은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연대했고, 분단 고착화의 중심에 미군이 있다고 보았다.

88선언 이후 원로 민주화 운동가 문익환 목사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정부의 허가 없이 1989년 3월 북한을 방문했다. 귀국 이후,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북한 복음화 그리고 대북교류사업

문익환 목사의 방북으로 충격을 받은 남한의 보수 기독교계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결성하였다. 동성애 반대, 이단 척결 등을 기치로 하는 한기총은 북한동포돕기선교본부와 북한교회재건운동본부, 통일선교대학을 두고 북한 복음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남한의 주류 교회를 장악하고 있는 보수 교계가 월남한 기독교인들에 의해 세워졌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김병로 교수는 "보수 계열에서는 '민주화' 등의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북한 선교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진보 계열에서는 사회적 교류 사업, 교회의 사회적 역할 등에 초점을 맞춰 시민단체(NGO)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기총의 대표회장이자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로 재직 중인 이영훈 목사는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통일기금을 모으겠다고 발표했다. 교회 예산의 1퍼센트를 모금하여 통일을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4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나 통일을 얘기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은 내놓지 못한다. 사실 통일비용을 마련하는 건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이런 부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미약하다"고 말했다.

순복음교회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성도가 등록된 교회이다. 이영훈 목사는 "연간 예산의 1%면 약 10억 원이 된"다며, "남한에는 5만5천 교회가 있다. 모든 교회가 1%씩 적립을 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교회에서 평양에 심장 전문병원을 짓고 있는데 7년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1㎞쯤 떨어진 곳에 있는데 남북 간 갈등 때문에 짓다 말다 하면서 8층 건물의 뼈대만 흉물처럼 남아있다. 통일부에서 겨우 허가를 받았고 대통령으로부터도 인도주의적 차원의 사업은 진행하자고 간곡히 요청해서 허가를 받아냈는데 이번에는 북한에서 남측을 믿지 못하겠다고 해서 아직 공사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과의 교류 사업이 끊어진 데 대하여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기총 회장이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전향적인 태도에 대해 김병로 교수는 "이러한 변화를 한기총 자체 성향이 변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한편, NCCK는 여성, 홈리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을 적극 펼쳐나가고 있으며 지난 7월 27일에는 "한국, 북한, 미국, 중국은 즉각 평화조약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회협 관계자는 "평화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이고,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분단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하며 "민간교류를 통해 남북 이질감을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 교회를 세우는 것만이 선교가 아니"라고 하면서 교회협은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봉사하고 활동하며 (북한에)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그리스도련맹

NCCK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조선그리스도교련맹(조그련)과 공동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남북공동기도문을 발표했다. "이 땅을 둘러싼 강대국들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를 압박합니다 ... 최근 미국과 일본 간 군사동맹은 점점 강화되고 중국과 러시아 사이 동맹의식이 공고해집니다. 군비 경쟁을 일삼고 군사협력을 추진하면서 다시 위기를 부채질합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주님의 온전한 평화를 소망합니다. 70년 동안 반복되어 온 갈등과 대결의 역사를 속히 끝내기를 소원합니다"

조그련에서 발행한 성경 | 사진출처: uritours

통일부 통일교육원은 조그련에 대해 "1970년대 이후 남북 대화가 시작되면서 북한 내에도 종교 활동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그간 유명무실한 단체에 불과했던 종교 단체들의 활동을 재개시켰다"고 설명하며 "북측에서는 대외 정치선전과 지원 획득의 동기에서 출발"하고 있어 남북 교류의 접점을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교회협의 입장은 달랐다. 교회협 관계자는 "조그련 위원장은 뿌리 깊은 기독교 집안 출신이다. 북한이 기독교의 씨를 말린 것이 아니었고 (북한 내에서) 자생한 민족교회는 인정했다"고 설명하며 "교회협의 실체를 두고 논쟁하는 것은 바람직한 대화의 자세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체제가 다르기에 (남과 북에서) 교회가 존재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라면서 "다른 체제에 대해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한국 기독교는 이념적 갈등을 넘어, 어떤 방식으로 평화와 통일, 북한 인권 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까?

평화통일기독교연합의 최은상 사무총장은 진보적 교인과 보수적 교인의 주장 모두 용서, 화해, 전도라는 기독교 교리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이 정신을 어떻게 실천으로 옮기냐 하는 것"이라며 "보수적 교인들은 경제 제재를 통해 북한을 고립시켜 정권을 무너뜨려야 기독교 정신을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진보적 교인들은 정권이 지금 당장 무너지지 않을 것이니 북한 사람들을 설득해 남한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최 사무총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현실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재가 북한 경제를 약화시키고 있지 못하며 분단 체제는 점점 더 공고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최 사무총장은 "북한 정권이 붕괴한다고 해도 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상황은 한국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은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 글을 쓴 최하영은 NK News 서울지부 특파원입니다. 메인사진의 출처는 pixabay입니다. 영문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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