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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5 국제디자인총회 파고들기-추진위원장과 사무총장을 만나다

"우리나라 구조에서는 30대 후반이 넘어가면 현장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기가 무척 힘들어요. 매니저가 되든지 자영업자로 변신하죠.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제도와 장치를 통해 커리어를 계속 연장합니다. 50~60대까지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외국에 나가보면 각 국가의 디자인 협회들은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커리어 관리에 엄청나게 신경을 씁니다."

  • 전종현
  • 입력 2015.08.27 10:07
  • 수정 2016.08.27 14:12

오는 10월 17일부터 10월 23일까지 광주광역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2015 국제디자인총회(International Design Congress). 이 거대한 세계 디자인 행사의 개요는 일전에 간략히 다뤘습니다.(참고-2015 국제디자인총회: 세계 최대 디자인 행사가 올가을 한국에서 열립니다) 이번에는 행사를 준비하느라 동분서주하는 실무진을 만나 행사를 개최하게 된 과정과 그 의미에 관해 대화를 청해보았습니다. 장동련 추진위원장과 김현석 사무총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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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장동련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전공 교수. 2003년 icograda(현 Ico-D) 부회장, 2007년 동양인 최초로 회장을 역임했다. <트랜스 시대의 트랜스 브랜딩>을 공저했고 현재 국가브랜드 개발추진 단장을 맡고 있다. '2015 국제디자인총회'의 추진위원장이다.

(우) 김현석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전공 교수. 2011년부터 Ico-D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장이다. '2015 국제디자인총회'의 사무총장이다.

          '2015 국제디자인총회'를 유치하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장동련(이하 장): 2011년부터 준비했으니 4년 가까이 준비를 했네요. 제 3회 '국제디자인연맹(IDA) 총회'를 유치했다가 중간에 IDA가 해체되어 버렸죠. 그래서 저희는 다학제적 디자인을 논하는 담론의 장이라는 정신은 살리고 그 대상을 확장해 기존 icograda, icsid, ifi 세 단체에 조경, 하우징, 인터랙션, 학회 관련 단체까지 연결해 유례 없이 큰 규모의 국제디자인총회(IDC)를 열게 됐습니다. 이제 IDC는 혁신적인 디자인 담론을 다루는 총회로서 제1회를 새롭게 맞이하게 됐습니다. 특히 고도의 디자인 담론을 협의하는 서밋(summit) 구조도 구축했어요. 이제 2년 후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행사에 핵심 디자인 이슈 및 아젠다를 이어가는 협력 플랫폼으로 진행되며 향후 다른 도시에서도 2년마다 지속하는 총회가 될 수 있습니다.

          개최지로 광주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장: 광주는 벌써 광주 비엔날레 개최 20주년을 넘겼고 올해 6번째 디자인 비엔날레를 치룹니다. 그만큼 세계적인 인지도가 쌓여있어요. 외국만 해도 모든 행사가 대형 도시에서 진행되진 않아요. 영화제와 광고제로 유명한 칸느만 해도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고 세계적인 경제 서밋인 '다보스 포럼'도 스위스의 아주 작은 도시에서 열립니다. 우리도 광주라는 도시에 특화된 새로운 디자인 유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총회를 통해 광주가 디자인 서밋이 열리는 콘퍼런스 보드 겸 플랫폼으로 발전되기를 기대합니다.

          주제가 '이음ㆍ디자인커넥츠(EeumㆍDesign Connects)'인데요.

김현석(이하 김): 원래 주제는 '디자인 한판'이었어요. 거대한 장에서 다학제적 디자인 분야에 대한 미래를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자는 목표였죠. 개최도시로 선정이 됐는데 2013년 icsid가 IDA를 탈퇴하면서 IDA 총회라는 이름을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됐어요. 그래서 결속력이 중요한 단체 중심이 아니더라도 발전적인 방향을 논의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 개념을 가져왔어요. 다양하게 변하는 디자인 시대의 요구를 어떻게 부합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해보자는 취지로 '이음ㆍ디자인커넥츠'라는 주제가 나온 거죠. 디자인에서 융합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융합은 전문적 지식과 수평적 연결이 기본이거든요. 이번 총회는 창조적인 융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서로 고민하는 열린 자리입니다.

          총회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중시한 것은 무엇인가요?

김: 디자인 프로파일의 변화입니다. 현재 디자인은 어떤 면모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변화해오고 있는가죠. 특히 '개방성'을 기반으로 비전공자도 디자인 세계에 쉽게 들어오는 시대에 디자이너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디자이너란 직업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 디자인 역할과 면모의 변화 속에서 디자이너가 어떤 사회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전에 디자인이란 무언가 장식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기업이 기업의 핵심전략에서 디자인을 빼놓지 않아요. 점차 디자인 영역이 공공 서비스, 복지로까지 확대되고 있죠. 디자인에 대한 전문 지식을 활용해 사회를 어떻게 변혁시킬 것인가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대화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디자인 콘퍼런스가 디자이너의 작업을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 식인데요. 저희는 각 연사들이 15분씩 발표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토론 중심으로 진행합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이제 굳이 콘퍼런스가 아니더라도 좋은 작업들은 너무 쉽게 만나볼 수 있어요. 이제 필요한 건 토론에 참가하며 스스로 대화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혹 추천하고 싶은 연사나 세션이 있으신가요?

김: 연사는 콘퍼런스의 알파이자 오메가죠. 키노트 연사들은 정말 쟁쟁해요. 그리고 다른 연사들 또한 저희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 제 영역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분들이에요. 해당 섹션에서 늘 언급되는 유명 인사들은 일반 미디어를 통해서도 충분히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입장을 가진 목소리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 분을 콕 찍기는 참 애매하고요. 프로그램 중에서는 통합 세션을 강조하고 싶은데요. 총회의 주요 목표인 다학제적 담론에 가장 잘 맞는 측면이 있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저라면 '사회적 책임 : 디자이너의 눈으로 바라보다(Designing for Cause)',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Accessibility)'처럼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질 거 같아요.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창업이 기존과는 어떻게 다를까도 궁금하기도 하고요. '디자인교육의 미래(Future Design Education)'와 '디자인을 통한 혁신(Design led Innovation)' 섹션에도 흥미가 갑니다.

          섭외를 진행했다가 아쉽게 무산된 연사가 궁금합니다.

김: 세션에 가장 잘 맞는 분들이 일 순위 섭외였는데요. 먼저 키노트 연사로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인 이브 베하(Yves Behar)를 초청했는데 5~6개월 후 스케쥴에 대한 확정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기업에 있는 분들도 비슷한 이유로 무산됐어요. 1주일 후 스케쥴도 모르는데 반년 후 스케쥴을 확정하기는 너무 힘들다고 해서요. 중국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상을 받은 건축가 왕슈(王澍)는 워낙 은둔 성향이라 인맥에 인맥을 타고 진행하다 거의 성사 직전까지 갔는데 결국 안 됐어요. 미국의 대표적인 디자인 평론가인 스티브 헬러(Steven Heller)도 원래 세션에 참여하려고 했는데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스피커에서 빠졌죠. I♥NY의 주인공인 그래픽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는 비행기 공포증 때문에 미국 밖으로 나가질 못하는 상황이었고요. 이거 말고도 사연은 너무 많네요. (웃음)

          워크숍 프로그램도 있던데요.

김: 원래 중고등학교 교사와 대학생, 주니어 디자이너를 위한 워크숍을 기획했다가 약간 바꿨는데요. 지금 벌써 좌석이 많이 찼어요. 말레이시아에서 학생 20명이 비행기 타고 오겠다고 할 정도예요. 토론으로 지식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지만, 지식을 직접 전달하고 경험하는 데는 워크숍이 큰 위력을 발휘하죠. 이번 워크숍 강사 수준은 정말 세계적이에요. 시간만 있다면 저도 듣고 싶을 정도니까요.

          국제디자인총회는 세계 디자인 커뮤니티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장: 세계 여러 디자인 단체들이 '변화'에 눈을 돌리며 서로 공감하고 있어요. 단지 단체뿐 아니라 디자인 분야 자체가 상당한 변화의 격랑을 겪고 있죠. 디자인의 가치와 디자인이 사회, 비즈니스, 교육에 기여하는 바에 대해 모두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므로 한자리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다음 세대를 위해, 다음 단계의 연구를 위해, 디자인과 비즈니스 간의 인터페이스를 위해 디자인에 대한 담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변화의 심각성을 모두 인지하고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을 함께 느끼며 우리 역할은 무엇인지 개인과 협회 차원에서 재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디자인 커뮤니티에는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까요?

김: 우리나라 구조에서는 30대 후반이 넘어가면 현장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기가 무척 힘들어요. 매니저가 되든지 자영업자로 변신하죠.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제도와 장치를 통해 커리어를 계속 연장합니다. 50~60대까지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외국에 나가보면 각 국가의 디자인 협회들은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커리어 관리에 엄청나게 신경을 씁니다. 스웨덴만 하더라도 그래픽&일러스트레이터협회에 상주 변호사가 있어서 회원들의 계약서를 검토해줍니다. 상위 10% 디자이너들은 이런 장치가 필요 없겠지만 나머지 90%에게는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많은 디자인 협회들이 해외 협회와 교류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변화를 위해 필요한 첫걸음은 네트워킹입니다. 한국에 이렇게 많은 외국의 유력 디자인 인사들이 모일 기회가 정말 없거든요. 앞으로 디자인 산업계에 발전이 있길 기대해봅니다.

          더 많은 사람이 총회에 참석해야 할 이유에 대해 귀띔해 주신다면요.

장: 디자이너뿐 아니라 비디자이너들, 기관에 계신 많은 분이 총회를 통해 디자인과의 인터페이스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큰 경쟁력 중 하나는 디자인이 되어야 합니다. 총회에서 디자인의 새로운 면모를 안다면 큰 도움이 될 거에요. 디자인은 소통을 위한 기능, 감성적인 기능, 총체적 가치를 형성하는 기능을 발휘하면서 우리 고유의 문화를 현대화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thedesigncrac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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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국제디자인총회

2015 International Design Congress

www.2015idc.org

일시     2015년 10월 17일-2015년 10월 23일

장소     광주광역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소개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과 광주광역시가 공동 주최하는 '2015 국제디자인총회'는 세계 디자인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국제단체들이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30여 개국, 3,000명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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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CA Korea 2015년 09월호 'PEOPLE'에 기고한 원고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www.ca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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