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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감'은 사과인가 아닌가?

  • 김도훈
  • 입력 2015.08.25 14:19
  • 수정 2015.08.25 14:20
In this photo provided by the South Korean Unification Ministry, South Korean Unification Minister Hong Yong-pyo, right, and presidential security adviser Kim Kwan-jin, second from left,  pose with Kim Yang Gon, right, a senior North Korean official responsible for South Korean affairs, and Hwang Pyong So, North Korea' top political officer for the Korean People's Army, after their meeting at the border village of Panmunjom in Paju, South Korea, Tuesday, Aug. 25, 2015. South Korea has agreed to
In this photo provided by the South Korean Unification Ministry, South Korean Unification Minister Hong Yong-pyo, right, and presidential security adviser Kim Kwan-jin, second from left, pose with Kim Yang Gon, right, a senior North Korean official responsible for South Korean affairs, and Hwang Pyong So, North Korea' top political officer for the Korean People's Army, after their meeting at the border village of Panmunjom in Paju, South Korea, Tuesday, Aug. 25, 2015. South Korea has agreed to ⓒASSOCIATED PRESS

그래서, 유감은 사과인가 아닌가.

8월 25일 남북 고위당국자 공동보도문을 통해 북한이 지뢰 폭발과 관련해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이것이 한국 정부가 요구한 '사과'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는 "보수층 일부에선 ‘사과’도 받지 않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실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사실, 진보층 일부에서도 이번 유감 표명은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남북간 합의문에 북한을 명기해 '유감'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은 공동보도문 2항에서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했다'고 적시했다. 정부는 또 외교문서에서 '유감' 표명은 사과의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 조항은 '북한이 사과했다'는 내용이 된다고도 설명했다. 이처럼 공동보도문 2항은 사과의 주체를 명확히 밝힌 것으로 이 같은 표현은 과거 남북 합의문에는 없었던 것이라고 정부측은 밝혔다. 북한은 그동안 특정 사안에 대한 유감을 표명할 경우에도 주체를 밝히지 않거나 '남과 북은'의 표현으로 애매하게 넘어갔다. 또 1950년 이후 지금까지 2천여건 가까이 침투도발을 일삼아온 북한이 과거 몇 차례 유감을 표명한 사례가 있지만, 이는 성명 등 북한의 자체 문건을 통해서 표현한 것이었다고 한다. 연합뉴스 8월 25일 보도

한국 정부는 공동보도문 3항에서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고 명시한 것이 재발방지 약속이라고 해석한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청와대 관계자 역시 "재발방지라는 표현은 없지만 재발하면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한다는 패널티까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더 센 재발방지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는 8월 25일 보도를 통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상대방이 있는 관계에서 ‘사과’를 명시하기보다는 ‘유감’이라는 절충형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문맥상으론) 북한의 유감 표명을 사과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남북이 주고받으면서 한 발씩 양보해 합의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정부가 아량을 발휘해 이를 사과로 받아들여서 군사 충돌 상황을 피한 것은 잘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 8월 25일 보도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과거 사례와 같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사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동아일보 8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옛날에도 사고를 누가 일으켰다고 하지 않고 ‘그런 사고가 있었다는 데 대해서 유감을 표시한다’ 이런 식으로 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선례와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 전 통일부 장관은 "그래도 그렇게 해서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잘된 것이며,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긴박한 상황이었는데. 그걸 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우선 잘된 일"이라며, 한국이 북한의 유감 표명을 받아들여 발표한 공동보도문의 가치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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