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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건 예술이 아니야'라고 말하지 말아 달라

  • 김도훈
  • 입력 2015.09.12 08:38
  • 수정 2015.09.12 08:45
ⓒgettyimagekorea

한 사람은 클로드 모네의 평온한 수련 그림을 들여다 보며 눈물이 고이는 것을 참지 못한다. 다른 사람은 인상주의에는 감명받지 않고, 신디 셔먼의 노골적인 자화상을 보며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한다. 또 다른 사람은 둘 다 재미없어 하고, 곰 젤리를 그린 3차원 초크 아트에 사로잡혀 있다.

즉, 인간의 예술 취향은 아주, 아주 다를 수 있다.

대학에서 철학 입문 수업을 들은 사람이라면 아마 임마누엘 칸트의 미학 이론이 친숙할 것이다. 간단히 말해, 18세기 프러시안 학자 칸트는 미는 작품의 작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작품에 대한 감상자의 감정적 반응이라고 했다. 그러니, 미는 주관적인 것이다.

그러나 칸트는 미에 대한 우리의 견해 – 더 정확히 말하자면 취향의 판단 – 가 주관적인 것 만큼이나, 누구나 쓸모를 찾을 필요 없이 미를 즐길 수 있는 한 보편적이기도 하다는 주장 역시 펼쳤다. 결국 우리 모두는 어느 종류의 예술에 감동받을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우리를 언짢게 만들고, 어떤 것은 예술적 식욕을 만족시켜 준다. 한 사람의 저질 예술은 다른 사람의 걸작일 수 있다.

에드워드 A. 베셀, G. 가브리엘 스타, 나바 루빈은 최근 인간 신경과학 프론티어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 각 개인은 아주 다른 이미지와 작품들에 반응하고, 미술, 음악, 문학에서 미학적 감동을 느끼는 능력과 느끼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에게 있어 보편적이라는 주제를 파헤쳤다.

언뜻 보기에 패러독스 같은 이 주제에 호기심을 품은 베셀 등은 뇌 안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그들은 16명의 피험자(남성 11명, 여성 5명)를 MRI 스캐너에 눕히고 아트 뮤지엄 이미지스 온라인 카탈로그 데이터베이스에서 고른 작품 109점을 보여주었다. 각 작품을 보면서 피험자들은 “이 그림이 당신에게 얼마나 강한 감동을 주나요?”라는 질문에 1부터 4까지의 숫자로 답했다. 그들이 보기에 이 작품이 ‘강렬하고 만족스럽거나 심오한지’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으로 대답하도록 했다. 스캔을 한 다음, 그들은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109점 하나하나에 대한 ‘미학적 경험의 평가적, 감정적 요소’에 대해 묻는 질문지에 답변하도록 했다.

연구를 마친 베셀과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자신을 ‘감동시킨’ 작품에 대해 표현한 응답들의 강도가 천차만별이었고, 기쁨, 경탄과 즐거움부터 슬픔, 역겨움, 혼란스러움까지 온갖 반응이 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평균적으로, 한 참가자가 높게 평가한 이미지는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다르게 말하면 사람들의 취향은 아주 달랐다.

그러나 스캔을 보면 ‘감동적인’ 작품(4점을 준 작품)을 감상할 때 뇌가 활성화되는 정도는 상당히 비슷했다. ‘미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신경계는 사람마다 거의 비슷했다. 가장 감동적인 작품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정신 작용을 일으키는 곳으로 여겨지는 DMN(즉 aMPFC이지만, PCC와 HC도 해당된다)의 중앙절의 선택적 활성화를 일으켰다.’고 연구자들은 적었다.

제시카 헤링턴은 SciArt 아메리카에서 이 정보를 분석했다. ‘가장 감동적인 예술 작품은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분일 뿐 아니라 미학적, 감정적 경험도 평가하는 뇌 영역을 활성화시켰다. 즉 사람들은 자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을 때 더 감정적으로 ‘감동’을 받았다는 의미다.’

여기에 보편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관성도! 우리의 미학 경험은 ‘감동적인 예술’에 의해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사람마다 거의 같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다. 그러나 이 영역은 우리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을 조정하는 영역이다. 칸트가 옳았다. 미의 두 가지 해석은 상호 배제적이 아니었다!

그러나 칸트와 학술 연구 한 건의 자세한 내용은 제쳐두고 – 우리의 뇌가 왜 그로테스크한 것들, 아름다운 것들에 감동을 느끼는지 설명하려면 분명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 당신이 얻었으면 하는 교훈이 한 가지 있다. 이 글에서 벌써 두 번이나 등장한 내용이다.

당신과 다른 사람이 예술 작품들에 대해 완전히 똑같은 의견을 지닐 확률은 마음 속에 숨은 개인적으로 연관있는 정보들이 완전히 똑같을 가능성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의견이 같을 때보다는 다를 때가 더 많을 것이고, 그래도 괜찮다! 독자들이여, 과학은 괜찮다고 말한다. 나도 괜찮다고 말하겠다.

그러니 당신이 다음에 예술 작품을 보게 되거든, 그것이 누드 사진이든 그래피티든 당신을 당혹하게 만드는 컨템포러리 조각이든, 제발 “이건 예술이 아니야!”라고 외치지 말아달라. 당신은 예술 작품을 판단하는 아주 주관적인 행동을 예스-노 퀘스천으로 축소시킬 뿐 아니라, 당신의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뉴런과 개인적 경험의 엄청나게 복잡한 시스템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저 저주 받은 문장을 입에 올리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이 예술이 내게 감동을 주나?” 그 질문 하나만으로 당신과 예술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어느 예술 작품이 당신을 전혀 감동시키지 못해도, 다른 사람에겐 신경학적 수준에서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대단한 일 아닌가.

허핑턴포스트US의 I Beg Of You, Please Stop Saying 'This Isn't Ar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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