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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 정연만 환경부 차관님께

제가 듣기로 환경부 공무원의 대다수가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에 우려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고산대의 우수한 식생지대,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주요 서식처, 주요 봉우리 등에 들어서서는 안 되고, 기존 탐방로와의 연계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 계획이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두 차례 반려된 것을 환경부 공무원들이 다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또 다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설악산 케이블카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려 하고 있습니다.

  • 배보람
  • 입력 2015.08.25 12:48
  • 수정 2016.08.25 14:12

정영만 환경부 차관님께

8월의 호국인물이 고(故) 안병하경무관이라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까요?

저는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신군부의 서슬 시퍼런 명령을 거부하고 경찰이 시민을 향해 과잉진압하지 않도록 지시해 강제 해임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보니, 강원도 양양출신으로 6.25전쟁 당시 춘천대첩의 공로로 화랑무공훈장을 받았으며, 전역 후 경찰에 들어가 1968년 북한 무장 공비를 소탕한 공로로 중앙정보부장 표창과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고 적혀 있더군요. 이런 분이 과잉진압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해임되고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고 하니, 이 나라의 역사가 얼마나 권력자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지를 새삼 깨닫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이달의 호국인물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요사이 제 생각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왕조시대에도 왕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신하들이 꽤 많았는데, 민주공화국 시대인 오늘날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이 왜 더 어려워졌을까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아니 자리를 걸고서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답할 수 있는 책임 있는 공무원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시절입니다. 제 글은 이런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는 국민의 하소연이라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으나, 곧 4대강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이름만 바꿔 시행되는 과정에서 책임 있는 공무원들 중에서 이건 아니라고 자리를 내놓을 각오로 소신 있게 이야기하는 분들이 없었습니다. 그 결과 22조 원의 혈세는 토건족의 배만 불린 채 사라져버렸고, 4대강의 공사구간은 비참하게 파괴되었으며,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종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잘못이 이번에는 산에서 벌어지려 합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을 시작으로 호텔급 산장을 짓고, 승마와 산악자전거 코스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계획은 우리가 온전히 보전해야 한다며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자연마저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천박함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 환경부 공무원의 대다수가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에 우려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고산대의 우수한 식생지대,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주요 서식처, 주요 봉우리 등에 들어서서는 안 되고, 기존 탐방로와의 연계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 계획이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두 차례 반려된 것을 환경부 공무원들이 다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또 다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설악산 케이블카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차관님이 환경부 공무원들의 마음을 받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답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환경부 공무원들이 소신 있게 일하도록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차관님의 말씀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8월 28일, 그 동안 케이블카를 심의했던 원칙에 근거하여 올바른 결정이 날 수 있도록 차관님의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합니다.

2015년 8월 25일

윤기돈 드림

*윤기돈 : 녹색연합 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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