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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문화시민연대가 추천하는 금서 11권

ⓒ아기공룡 둘리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는 다음달 1일부터 1주일 동안 펼치는 ‘금서 읽기 주간’ 행사 진행을 위해 현장 교사, 만화가 등 회원 100명의 추천을 받아 금서들을 추렸다. 회원들은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금서를 한 권씩 꼽아 직접 추천사를 썼다.

자살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출판 당시 금서가 됐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부터 버릇없는 아이를 만드는 불량만화의 대명사로 지탄받던 <아기 공룡 둘리>까지 다양한 책이 ‘추천 금서 목록’에 올랐다. 그 가운데 몇 권을 소개한다.

① 아기공룡 둘리

“아기공룡 둘리가 탄생한 시절, 어린아이가 모자를 삐딱하게 쓴다거나 어른에게 말대꾸하면 검열에서 잘렸다. 김수정 작가는 고민 끝에 동물을 그렸다. 그게 둘리다. 그러나 둘리마저도 시민단체로부터 불량만화의 대명사로 지탄받았다. 아이들 버릇이 나빠진다는 이유다. 우리는 이런 시선으로 만화를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멈춰 서 보자.” - 박재동(만화가)

② 몽실언니

“100만부 이상 팔렸지만, 잡지 연재 당시 여러 차례 검열에 걸렸고, 1회분이 통째로 잘려나간 적도 있다. 1980년대 문교부에는 학교도서관에서 빼라고 지시했다.” - 이주영(어린이문화연대 대표) “몽실언니를 통해 참된 사람살이와 인생의 길에 대해, 생명을 보살피는 존재가 왜 위대한가를 가슴으로 읽습니다.” - 정봉남(순천기적의도서관 관장)

③ 사슴

“백석 시집 <사슴>은 백석이 월북 작가로 분류되는 바람에 1988년까지 금서였다. 그러나 백석은 월북 작가가 아니다. 고향이 북쪽이라 그냥 거기 있었을 뿐이다. 재북 작가인 셈이다. 문제가 될 만한 이념적인 내용을 담은 시는 한 편도 없으며, 지금은 우리나라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닮고 싶어 하는 시인 1위이다.” - 도종환(시인, 국회의원)

④ 10대와 통하는 한국전쟁 이야기

“어떤 단체가 사실왜곡과 좌편향적 내용이 담겨 있다고 비판했지만, 사실왜곡이 아님은 인터넷 검색만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이 책은 역사를 단순 암기과목으로 치부했던 우리를 부끄럽게 하며, 한국전쟁의 아픔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 김대경(성수고 교사)

⑤ 나는 공산주의자다 1, 2

“남파 간첩으로 체포되어 비전향 장기수로 36년을 감옥에서 살았던 허영철의 회고록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가 원작이다. 만화가 박건웅의 선 굵은 그림은 한 인간의 굴곡진 삶을 잘 드러낸다.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함을 알게 된다.” - 김라영(어린이도서연구회 목록위원장)

⑥ 달려라 냇물아

“국방부가 배포한 ‘불온서적 리스트’ 가운데 ‘반자본주의’ 항목에 들어 있는 생태 에세이. ‘당하는 자’의 편에 서서 오랫동안 ‘평화로운 환경운동’을 지향해 온 지은이가 신자유주의의 세계지배 속에서 민중뿐 아니라 ‘자연’이 어떻게 이용당하고 능욕당해 왔는지 생생하게 고발한다.” - 김정숙(마곡중 교사)

⑦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

“수컷 펭귄 로이와 실로는 서로를 무척 좋아하지만, 알을 한 개도 낳지 못한다. 사육사가 임자 없는 알 하나를 내어주자 둘이 열심히 품어 아기 펭귄을 얻는다.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나, 2005년 출간 이후 동성애 조장을 이유로 금서 목록에 가장 많이 올랐다.” - 이상희(시인, 그림책작가)

⑧ 데카메론

“어렸을 적 <데카메론>은 음란한 대목에 교황청 비판까지 담겨 있으니 금서가 되어도 억울할 것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읽기 시작하니, 이 책은 엄청난 혁명으로 다가왔다. 이 책이 금서가 되어 마땅하다고 오해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분명 맹목의 위험이었다.” - 허병두(숭문고 교사, 책따세 이사장)

⑨ 열하일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1780년, 청나라 방문 사신단에 끼어 의주에서 북경까지를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여행기이다. 호방하고 유려하고 풍부하며 화려하고 곡진함을 어우르는, 보물창고 같은 작품이다. 친절한 해설을 보태어 꼼꼼히 공부해가며 읽는다면 조선 선비가 도달했던 최고 문장의 맛에 빠져들 것이다. 조선시대에 금서였던 책이다.” - 김종옥(작가)

⑩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사랑 때문에 자살을 택하게 되는 젊은이의 연애 이야기가 왜 금서가 된다는 말인가. 그렇지만 자살을 종교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라면 이 작품만큼 위험한 작품도 없으리라. 1774년 출간된 뒤, 라이프치히의 신학 교수들이 자살을 부추긴다고 고발했고 시의회는 이틀 만에 금서로 지정했다.” - 안찬수(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⑪ 지상에 숟가락 하나

“국방부가 ‘북한 찬양’을 이유로 불온서적 목록에 올렸다. 소설 속 ‘제주4·3 사건’을 문제삼은 것 같다.” - 주상태(중앙대부속중 교사) “피맺혀 사라진 기억들을 소환하는 저 애틋하고 아린 마음들을 보라. 정말 정성스런 위로 아닌가.” - 정우영(시인,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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