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 크라스키노에 있는 발해 유적지인 염주성 터에서 발해의 모든 시기를 보여주는 토층과 함께 여러 유물이 발견됐다.
이곳에서 9년째 발굴을 진행 중인 동북아역사재단은 러시아과학원 극동역사고고민족학연구소와의 작업에서 발해 전 시기 문화가 축적된 토층이 노출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발굴에서 눈에 띄는 성과 중 하나는 '청동 낙타상'의 출토.
청동낙타상. 가로 1.8cm, 세로 1.9cm 크기의 쌍봉 낙타 모양의 청동상인데 이런 모양의 유물이 발견된 것은 발해유적 사상 처음이다.
이 낙타상은 앞서 2012년 발굴된 낙타뼈와 함께 발해가 육로를 통해 서역과 교류했음을 보여준다.
또 같은 지점에서 청동 낙타상과 함께 같은 규모의 조형물 2점이 더 출토된 점을 미뤄 이곳이 염주성의 공예품 제작소라는 점을 추정할 수 있다.
발굴지역 동쪽에서는 가로·세로 1m 이상, 깊이 50cm의 저장구덩이가 4군데에 걸쳐 발견됐다.
저장시설이 이렇게 밀집해 나온 것 역시 염주성이 처음이다.
염주성 내 음식·도구 저장시설로 보이는 저장구덩이에는 동물뼈, 대형 토기편, 부싯돌, 방추차편, 철제 꺽쇠, 허리띠 과대장식, 입방체 유물편, 각종 토기, 기와편 등이 다량 출토됐다.
발해 건국(698년)부터 멸망(926년)까지 약 230년 간의 시간을 담고 있는 토층도 발견됐다.
염주성터에서 발견된 발해 모든 시기 토층
염주성은 발해 62개 주 가운데 하나인 염주의 행정기관이자 발해와 신라·일본 간 교류의 거점지였다.
발굴을 총괄한 김은국 연구위원은 "성내 북서부 지역 중 사원지와 성벽 발굴 조사지역 표토층에서 시작해 더는 유물이 나오지 않는 생토층까지 21차례에 걸쳐 최장 2m 30cm 아래까지 다듬어 간 결과 이런 성과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살지 않았던 공간층을 제외하면 토층은 크게 6개의 건축문화층으로 구분된다.
재단은 각 층에서 포함된 목탄시료를 여러모로 채취하고 정확한 절대연대 측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굴된 토층 최하층에서 고구려 시대의 유물로 보이는 토기가 출토됐는데 연대측정에서 맞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했음을 보여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