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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자살률 1위에서 벗어나는 방법

OECD에서 탈퇴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에서 즉시 벗어나게 만드는 쉬운 선택인지도 모른다. 허무개그처럼 들리거나 냉소적으로 들리는 이 말은, 실제로 삶의 여러 지표를 들여다 본다면 그리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OECD 회원국 중 삶의 만족도 지표 34개 회원국 중 26위. 정부의 공공지출은 가장 낮으며, 자살률, 출산율, 이혼율 등 가족 공동체적 지표 역시 최악이다.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가장 길지만, 노동생산성은 최하위권이다. 노인빈곤율 1위,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가계부채, 소득불균형, 부의 편중비율, 고용불안, 비정규직 비율 최상위...

  • In Han SONG
  • 입력 2015.08.24 07:08
  • 수정 2016.08.24 14:12

[송인한의 호모 커넥티쿠스 두 번째]

OECD 국가 중 2003년이래 계속 유지하고 있는 자살률 1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쉬운 방법과 어려운 방법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 중>

먼저, 쉬운 선택.

OECD에서 탈퇴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에서 즉시 벗어나게 만드는 쉬운 선택인지도 모른다.

허무개그처럼 들리거나 냉소적으로 들리는 이 말은, 실제로 삶의 여러 지표를 들여다 본다면 그리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OECD 회원국 중 삶의 만족도 지표 34개 회원국 중 26위. 정부의 공공지출은 가장 낮으며, 자살률, 출산율, 이혼율 등 가족 공동체적 지표 역시 최악이다.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가장 길지만, 노동생산성은 최하위권이다. 노인빈곤율 1위,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가계부채, 소득불균형, 부의 편중비율, 고용불안, 비정규직 비율 최상위...

이러한 부정적 삶의 지표들은 높은 자살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다른 부분들이 변하지 않는 한, 자살률만 특별하게 낮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OECD 탈퇴라는 허무해 보이는 이 말이 과장인 것만은 아닌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OECD 국가들과의 비교에서 벗어난다고 높은 자살률 랭킹에서 해방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전세계 국가통계의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지난번 기고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진국과의 비교에서만 자살률이 높은 것이 아니라, 세계보건기구의 2014년 발표에 따르면, 비록 OECD 회원국 비교보다는 통계집계방법에서 덜 체계화 되어 있지만, 1위 가이아나 (인구 10만명당 44.2명)에 이어, 북한(33.5명)과 대한민국(28.9명)이  2,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자살률 2, 3위 사회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다.

전세계 최상위의 자살률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구에서 탈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게 현실이다.

이 말을, OECD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오해하시진 말기를 바란다.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는 "어려운 선택"으로 향해야 한다는 말이니까.

또 다른 (비교적) 쉬운 선택.

첫 번째 선택보다는 조금 어려우나 여전히 쉬운 선택.

자살을 개인적인 결함으로 치부하고 개인의 약함으로 비난하는 방법.

"그런 나약한 마음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가!"라는 차가운 말 속에, "그 사람이 알고보니 원래 우울증이 있었대요"라는 수근거림 속에, 자살문제는 간단히 정리된다.

강하지 못한 개인의 잘못이니까, 정신적으로 문제를 가진 본인의 책임이니까.

인생은 원래 아픈 거니까, 낙오하는 이들은 본인이 노력하지 않은 거니까.

내 책임이 아니니까, 우리의 책임이 아니니까, "그들"의 책임이니까.

자살시도의 약 40%가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있으나, 그러한 우울을 심화시키는 사회적 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여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난이도에서 그와 많이 다르지 않은 또 다른 선택.

1997년 금융위기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자살률의 원인을 "경제적"인 곳에만 두고, 국가차원에서 잘 살게 되면 자살률이 떨어질 거라고 믿는 방법.

그러나, "국가"가 잘 살게 된다 하더라도, 불평등 문제의 심화는 자살문제를 더욱 악화시킴을 알고 있다. 만약 지금의 자살문제가 우리사회 성공지상주의의 부작용이라면, 각 개인에게 경제적 성공 레이스에 적응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재 인구 10만명당 약 29명의 자살률을 경제적 처방만으로 1997년의 약 13명으로 돌이킬 수는 없다. 경제위기가 만들어 낸 사회문화적인 전반적 변화로 인해, 우리는 결코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자 그러면 유사한 여러 쉬운 선택을 건너뛰고, 어려운 선택.

그러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무엇이 지금의 심각한 자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나는 단순한 정답을 알지 못한다. 하긴, 일개 대학교수 정도가 그 해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자살문제는 진작에 해결되었을 것이다.

맹독성 농약 그라목손 등 자살수단에 대한 접근성을 통제하고, 심리적 부검을 통해 자살문제의 원인에 대한 분석을 심층적으로 진행하고,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등 여러 가지 치열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은 아직 충분히 떨어지지 않고 있다.

어느 누구도 하나의 관점에서만 단순한 해법을 쉽게 내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사회 전체를 치유하고 회복시켜 자살률을 낮추는데 대해 무기력과 회의감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른다. 궁극적으로 살만한 세상, 살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 되어야 자살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막연하게 모두가 가지고 있으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해 관심과 의지는 현재로서는 부족하다.

자살문제는 어느 하나의 해법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개인차원의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개입과 함께, 사회전반에 대한 근본적 접근을 위해 다양한 노력들이 합해져야 한다. 앞으로 본 블로그를 통해, 자살예방을 위한 다양한 관점을 하나씩 다뤄가 보기로 하겠다. 궁극적으로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그리하여 근본적으로 자살률을 낮추는 노력을 위한, 멀고 긴 과정이 될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향해야 할 길이다.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글을 맺는다면, "다음 이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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