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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기자가 전하는 평양 풍경(사진)

남북 간 충돌 위기가 고조된 22일 평양 시내는 평온한 분위기였으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북한이 이날 오후 5시까지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한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이날 오전 평양역 광장을 찾았다. 국제유소년 U-15(15세 이하) 축구대회 취재차 지난 16일 평양에 도착한 뒤 엿새만이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 단계로 악화하던 시점이었는데도 시민들은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며칠 동안 목격한 것과 다름 없이 시민들은 도심 거리를 바쁘게 걸어 다녔다. 광장 구석에서는 일행끼리 웃으며 환담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청량음료를 파는 매점 앞에서는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제대로 삼키지 못할 정도로 웃곤 했다.

이틀 전 오후 경기도 군사분계선에서 교전이 벌어졌고 남과 북이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며 남북 관계가 극도로 나빠졌지만, 겉으로 본 평양시 풍경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다만, 남한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싸늘하다 못해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광장에서 만난 평양시민 리주현 씨는 "제 집안에서 불상사가 일어나면 우리와 억지로 연결하게 하는 것이 남측의 군 당국자들과 군부 호전광들"이라며 "그들은 바다에서 함선이 침몰해도 북 어뢰 때문이고,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날아들어도 북의 소행이라고 본다"고 비난했다.

이어 "(교전이 일어난 날) 우리는 그 어떤 훈련도 한 것이 없으며 포탄도 발사한 것이 없다"면서 "철저한 날조극이고 기만극"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에 조성된 정세와 관련된 최고사령부의 입장을 지지하며 찬동한다. 만일 이에 불응한다면 다지고 다져온 선군의 위력을 총폭발시킬 불타는 결의에 충만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따금 평양역 앞 로터리로 군용차량이 지나갔다. 이상할 것 없는 장면이었으나 기자의 긴장 탓인지 엔진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광장 한쪽에 세워진 대형 전광판에는 전쟁과 관련된 노래 영상이 쉴 틈 없이 흘러나왔다.

'육중한 강철 대포 우리는 길들였다네', '조국을 지키는 방패 우리가 되리' 등 가사 자막이 화면에 나왔다.

취재진은 평양에 도착 후 매일 두세 차례씩 차량으로 평양역 앞을 지났는데 평소에는 모란봉악단 공연 장면 등 일반적인 노래 영상이 나왔다.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강한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트는 것 같다고 북측 안내원이 설명했다.

북측 안내원들은 그동안 축구대회 취재진이 묵는 양각도 국제호텔과 대회장인 능라도 5·1경기장, 미림승마장 등만 취재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갑작스레 평양역 광장 취재를 하도록 허용했다.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방북한 남측 선수단과 대회 관계자, 취재진 80여 명은 교전 이후에도 추가 제약을 받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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