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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새운 마라톤회의, 남북은 무슨 얘기 했나?

  • 박세회
  • 입력 2015.08.23 06:40
  • 수정 2015.08.23 07:43
ⓒ연합뉴스

남북은 극적으로 마련된 고위급 접촉에서 쉽사리 합의점을 타결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모처럼 조성된 대화 테이블을 박차지도 않았다.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밤을 새우며 장장 9시간45분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고, '정회'라는 형태로 접촉을 멈추고 숨을 고른 뒤 23일 오후 3시부터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기로 합의한데서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예상 밖의 '마라톤 협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남북이 어떤 내용을, 어떤 식으로 논의하고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김규현 청와대 안보실 1차장은 전날 고위급 접촉 개최 사실을 발표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관계 상황"과 관련해 접촉을 갖는다고 밝혔지만, 고위급 접촉 정회 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쌍방은 최근에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더욱 구체적으로 의제를 전했다.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이라 함은 당연히 북한의 지뢰 도발과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또 이에 반발한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과 준전시상태 선언 및 최후통첩 등 긴장 고조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 측은 이번 긴장 고조가 지난 4일 북한군에 의한 비무장지대(DMZ)내 지뢰도발에서 비롯된 만큼 북측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최근의 북측의 서부전선 포격도발에 대한 책임도 물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측은 지뢰도발과 포격도발 자체에 대해 "남측이 조작한 것"이라고 강변해온 터여서 고위급 접촉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고집하면서 오히려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중단을 요구하며 맞섰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북한의 도발 사건때나 남북 회담의 전례에 비춰 현 사태를 초래한 원인과 상황에 대한 북한의 책임 인정과 그 입장표명 수위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지면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부닥쳤을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지뢰도발 사건에 대한 사과는 뒷전으로 미룬 채 확성기 방송 중단만을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요구한다면 최종 합의문 도출은 어려워지게 된다.

더불어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는 브리핑에 담겨 있듯이 고위급 접촉 테이블에서는 최근 양측 충돌 사태외에도 다른 남북관계 현안까지 광범위하게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의제로는 우리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 재개가 우선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8·15 경축사에서 "연내에 남북 이산가족 명단교환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산가족 상봉 재개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다음 달 중순까지 남한 이산가족 6만여명의 현황을 파악해 북측에 일괄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이산가족 상봉 재개 문제가 논의됐다면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까지도 함께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측은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 등을 이산가족 상봉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재개와 연계해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 18일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제안한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내용을 비난하며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이산가족이 자연히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오늘 새벽 남북 고위급 접촉의 합의문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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