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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노역' 허재호 전 회장, 뉴질랜드로 슬며시 출국

ⓒ연합뉴스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으로 논란을 불렀던 허재호(73·사진) 전 대주그룹 회장이 조세포탈 의혹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뉴질랜드로 슬그머니 출국했다. 더욱이 그는 60억원대의 국세를 체납한 상태다.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 탓에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광주지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허 전 회장은 지난 7월31일 한 구청에서 여권을 새로 만든 뒤 사흘 뒤인 이달 3일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현행 여권법엔 고액 세금 체납자의 여권 발급 거부 등의 제재 규정이 없다. 허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여권 기한이 만료돼 임시여권으로 입국한 뒤 검찰에 의해 출국금지 조처됐다. 광주지검은 회삿돈 수천억원을 국내외로 빼돌린 혐의 등 허 전 회장이 연루된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뒤 지난달 말 출금 조처를 해제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세무당국이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려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08~2010년 차명 주식 매각 과정에서 허 전 회장이 증여세와 양도세 등 국세 63억원을 탈루한 사실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고의성이 있는 6억8000만원에 대해 허 전 회장을 고발했다.

참고인 중지는 중요한 증인을 찾지 못해 수사를 계속할 수 없다는 취지의 처분이다. 허 전 회장은 조세포탈죄 집행유예 기간에 추가로 5억원이 넘는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드러나, 만일 기소될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징역형 외에 탈루한 세금(63억원)의 2~5배에 이르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참고인 중지 결정은 무혐의 처분은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는 수사가 계속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능적으로 사건을 덮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준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허 전 회장이) 차명 신탁 주식대금 사용자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진술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소재 불명이다. 그렇지만 이 사건에 대해 최종 결정을 한 건 아니다. 이 사건 외에 (국외 재산 은닉 의혹 등) 다른 건은 모두 무혐의 처분됐는데 허 전 회장의 출금 조처를 해제하지 않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허 전 회장의 출국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국세청은 부랴부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출입국관리법은 5000만원 이상의 관세·국세·지방세 체납자에 대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주지방국세청 관계자는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여권이 없을 경우 고액 세금 체납자라도 출금을 요청할 수 없다. 허 전 회장처럼 고액 체납자가 신규로 여권을 발급받을 경우 그 사실을 통보하는 규정도 여권법에 없다. 허 전 회장이 다시 입국하면 법무부에 출금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 대주그룹 관계자는 “최근까지 벌금(224억원), 국세(292억원), 지방세(20억원) 등 530억원가량을 납부했다. 허 회장님이 지난해 3월 귀국한 뒤 뉴질랜드 아파트 분양 사업이 어려워져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출국했다. 곧 돌아올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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