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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의 디스멀랜드(Dismaland)를 가다 : 칙칙하고 암울하게 만든 디즈니랜드?(사진, 동영상)

  • 강병진
  • 입력 2015.08.21 13:48
  • 수정 2015.08.21 13:52

뱅크시는 지금까지 만든 작품 중,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를 오는 8월 22일, 웨스턴슈퍼메어의 해변 리조트에서 오픈할 예정이다. 허핑턴 포스트 영국판이 다른 언론사들과 함께 제일 먼저 둘러보았다.

웨스턴의 바닷가 산책로 앞 중심에 위치한 디스멀랜드는 거의 하룻밤 사이에 나타난 불길한 구조물 때문에 못 보고 지나치기가 힘들다.

바닷가에 1만 제곱미터 넓이로 설치된 이곳에는 동화 속의 성, 망명 신청자들로 가득한 모형 보트 연못, 발레를 하는 대형 트럭 두 대, 아나키스트 훈련소에서 진행하는 버스 정류장 침입 방법 강좌 등이 있다.

디스멀랜드에서는 사신이 범퍼카를 탄다

춤추는 대형 트럭

입장권

뱅크시는 “미술 전시회보다는 앨튼 타워스(주:영국의 테마 파크)에 가고 싶어하는 99%의 사람들을 위한 미술 전시회”라고 말했다.

디즈니랜드처럼 입장객들에겐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는데, 디즈니의 신데렐라 성 로고와 비슷한 로고가 그려져 있다.

그러나 비슷한 점은 거기까지다. 여기 있는 모든 것은 암울한 색이다. 검정, 갈색, 더러운 회색에 가끔 선명한 빨강이 섞여 있다. 심지어 스탭들까지 그렇다.

입구에는 (이 곳의 특징답게 우울한) 경비원들이 있는 가짜 보안 구역이 있다. 사방에 뱅크시다운 아트워크, 가짜 소도구, 가짜 신체 스캐너가 있다.

모든 것이 칙칙하고 수수하고 색이 없다.

들어갔을 때 제일 먼저 보이는 정경

메인 어트랙션은 원래 웨스턴슈퍼메어의 해수욕장이었지만 이제는 썩고 무너져가는 신데렐라의 성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다.

왼쪽에는 디즈니의 인어 아리엘이 무언가 다운로드 받다가 문제가 생긴 것 같은 모양으로 일그러져 있다.

원래 북아일랜드에서 쓰던 경찰 밴이 물에 잠겨 있고, 분수 대신에 포탑이 있다.

음울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신데렐라 성 안에는 디스멀랜드에서 가장 마음 아픈 전시가 있다.

입장객들이 그린 스크린 앞에서 사진을 찍고 나서 어둠 속을 걸어가면 뒤집힌 마차가 나온다.

옆에는 디즈니 고전 스타일로 만든 죽은 말이 누워 있다. 신데렐라의 몸의 절반은 마차 밖으로 나와 있고, 죽은 듯하다.

그렇지만 파파라치 대여섯 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쉴 새 없이 플래시를 터트리며 이 비극적인 장면을 촬영한다.

파리에서 다이애나 비가 사망한 사건을 잔혹하고 충격적인 방식으로 묘사했다

중앙 연못 근처에는 이런 팻말이 있다. “공짜 핫도그: 핫도그에 어떤 동물이 들어있는지 맞추는 사람에게.”

그리고 이곳은 정말로 가족을 대상으로 한 곳이다. 어떤 의미로는 말이다.

‘용돈 대출’이라는 시설이 있는데, 다섯 살짜리 어린이도 외상으로 장난감을 살 수 있는 곳이다.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율은 트램폴린에서 뛸 때만 볼 수 있다.

이곳 전체 길이의 커다란 갤러리에서는 데미언 허스트, 제니 홀저, 제프 질레트, (당연히) 뱅크시 등의 작품이 있다.

뱅크시는 이곳에서 10개의 작품을 전시했다. 신데렐라의 성이 가장 크고, 주문 제작한 범퍼카가 가장 유머러스하다. 사신이 씩 웃으며 작은 차를 신나게 미친 듯 몰고 있다.

간간히 어린이 목소리로 안내 방송이 나온다. “잊지 마세요, 야망은 현실 안주만큼이나 위험합니다.”

오늘은 세계 미디어만을 대상으로 한 제한된 사전 공개지만, 내일은 지역 주민들에게 디스멀랜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무료 티켓을 배포할 것이다.

진정한 뱅크시 스타일로, 지역 신문인 웨스턴 머큐리에게 특종을 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지역 주민들은 신문을 사야 입장할 수 있다.

이번 주 전에는 지역 의회 의원 네 명만이 뱅크시의 계획을 전부 다 알고 있었다.

뱅크시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여기서 미키 마우스 이미지는 일체 배제했다. 내 제의를 거절한 두 명이 빠지긴 했지만,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모아 전시한 것이다.”

지난 주에 웨스턴 지역 주민들과 방문자들이 바닷가의 버려진 위락 시설 트로피카나가 있던 자리에 뒤틀린 신데렐라의 성이 들어서는 것을 목격했을 때 이 프로젝트의 크기와 스케일은 명백히 알려졌다.

“난 영화 촬영장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6개월 동안 지방의회가 여기를 열심히 손보던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네요.” 입구 밖에 서 있던 웨스턴 주민 일라인 버스의 말이다.

“훌륭해요, 뱅크시가 자기 식대로 이 마을에 기여하는 거예요. 그는 이 지역 출신이라, 트로피카나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어요.”

디스멀랜드 입구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전혀 몰라서 할 수 없이 밖에 서 있는 경비원들에게 물어보아야 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이곳의 비참한 경험을 시작부터 고조시키기 위해 경비원들은 모두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트로피카나는 14년 째 비어 있었고, 해안 침식을 방지하는 호안(護岸) 공사를 할 때 임시 창고로 활용된 것이 가장 최근에 사용된 일이었다.

뱅크시의 작업들 상당수가 그렇듯, 이 프로젝트 전체가 비밀리에, 일부러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가며 진행되었다. 주민들에게는 헐리우드 영화사가 야외 촬영지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의 포인트가 우리가 여가 시간을 보내는 곳의 공허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면, 트로피카나는 완벽한 선택 같다. 웨스턴 최고의 경치조차 결국엔 트로피카나를 구할 수 없었다.

뱅크시가 월트 디즈니사를 타겟으로 삼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6년에 그는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의 썬더 마운틴 안에 관타나모 죄수복인 오렌지색 점프수트를 입은 인형을 넣었다.

2011년에는 그린피스의 의뢰를 받아 ‘정글북’ 캐릭터들이 처형을 기다리는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과거에 디즈니 사의 광고를 훼손했던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상업 놀이 시설의 지도를 닮은 일러스트 지도

이곳에는 컨템포러리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가 세 개 들어설 것이다. 웹사이트에서는 ‘노스 솜머셋 해변 도시 역사상 최고의 컨템포러리 아트 컬렉션’이라고 한다.

공개되는 5주 동안, 금요일 밤마다 라이브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런 더 쥬얼스, 슬리포드 모즈, 매시브 어택, 푸시 라이엇, 코미디언 캐서린 라이언이 출연 예정이다.

수공예 모델 빌리지, ‘버스에 올라탄’ 미술관, 야외 영화관 등이 있고, 이곳 전체는 뱅크시가 디자인한 ‘거대한 바람개비에 의해 전력이 공급’된다.

디스멀랜드는 8월 22일 토요일부터 9월 17일까지 오픈된다.

입장료는 성인은 3파운드, 5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다.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니 예약을 서두르는 게 좋을 것이다.

 

허핑턴포스트UK의 'Banksy's Dismaland: Inside The Weston-Super-Mare Alternative Theme Park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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