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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재고율 2000년대 들어 최고

  • 원성윤
  • 입력 2015.08.21 09:38
  • 수정 2015.08.21 09:40
ⓒ연합뉴스

생산공장에 재고가 많이 쌓이면서, 재고율 지수가 2000년대 들어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수출도 부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재고율 지수는 재고 수준을 보여주는 재고 지수를 물건이 팔린 수준을 보여주는 출하 지수로 나눈 값이다. 재고율 지수가 높다는 것은 앞으로 쌓이는 재고를 먼저 처리하기 위해 지금보다 생산 수준을 더 낮춰야 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20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6월 현재 ‘제조업 재고율 지수’(2010=100)는 129.2다. 지난해 12월에 116.4를 나타낸 뒤 올해 들어선 5월만 빼고 가파르게 올랐다. 월별로 보면 1월 120.1, 2월 122.9, 3월 123.5, 4월 126.7, 5월 126.5였다.

한 해 전과 비교하면 재고율 지수의 상승 속도는 매우 두드러진다. 전년동월비로 지난 1월 재고율 지수 상승률은 1.87%에 머물렀지만 2~5월에는 3~4%대, 6월에는 8.12%를 나타냈다. 최근 들어 재고율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6월 재고율 수준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았던 2008년 12월(129.9)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당시는 미국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 3개월이 지나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던 시기다.

재고율 상승이 늘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앞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미리 생산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재고율의 가파른 상승세는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수출 경기마저 꺾인 영향이 큰 탓이다. 올 상반기 수출은 2690억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줄었다. 수출품이 창고에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 경제통계국 박병선 사무관은 “러시아를 비롯해 신흥국의 경제 불안이 가중되고 주요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수출업종의 실적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자동차(6.2%), 철강제품(6.2%), 평판디스플레이(10.8%), 석유화학(18.8%), 가전(19.1%), 석유제품(36.1%) 등 주력 수출품목 상당수의 올 상반기 수출액은 한 해 전보다 크게 줄었다.

상승 일변도에다 높은 재고율 수준은 향후 국내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할 가능성이 크다. 재고 처리 부담으로 기업들이 추가적인 투자나 생산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재고율은 통상 오르락내리락하며 순환한다. 현재는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이라며 “향후 경기 흐름을 볼 때 재고가 늘어나는 데 대한 부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한국의 재고율 수준에 경계감을 드러냈다. 무디스는 지난 18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 6월 전망보다 0.1%포인트 내린 2.5%로 제시하며, 그 이유로 높은 재고율을 지목했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6월 재고율 지수가 애초 전망치에서도 1990년대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는데 그보다도 더 큰 폭으로 올랐다. 대외적 충격이 발생할 경우, 급격한 재고 조정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08년에는 세계 금융위기 충격에 따라 같은 해 12월(129.9)부터 이듬해 12월(93.9)까지 급격한 재고 조정이 이뤄지면서, 투자(총고정자본형성)와 생산(제조업) 증가율이 전년대비 0%대에 머물며 국내총생산 증가율(실질)이 0.7%까지 떨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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