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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낮은데 더 좋은 근무지 간 전 대법관 아들

ⓒ영화 친구

국회의원 자녀들의 채용 특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법원에서도 지난 4월 신임 법관 채용 당시 유력 법조인 자녀의 ‘근무지 특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지난 4월 법조 경력 3년 이상인 사법연수원 출신 판사 52명을 신규 임용했다. 20일 법조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여기에 포함된 전직 대법관 아들이 연수원 성적에 견줘 좋은 근무지에 배치되면서 뒷말이 무성했다. 기존 관례대로라면 서울지역 법원에 배치될 정도의 성적이 아닌데 ‘배경’ 덕분에 서울에서 근무하게 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오래전부터 판사의 첫 임지는 특혜 시비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성적(사법시험+사법연수원 성적)순으로 서울중앙지법 등 서울-수도권-지방 순서로 배치되는 게 보통이다.

전 대법관의 아들과 동기인 한 법조인은 “연수원 41기 중 한 명이 대표로 (신임 판사로 임용된 이들이 다수 포함된) 육해공군 군법무관 출신들의 연수원 성적을 모두 취합해 동기들 사이에 공유했다”며 “성적이 더 좋은 사람의 임지가 지역으로 결정되고, 더 낮은 사람이 서울로 배치되면서 뒷말이 나왔다”고 했다.

지방에 배치된 한 판사는 대법원에 “내가 왜 이곳으로 배치됐느냐”며 항의했다고 한다. 다른 동기 법조인도 “그 판사는 전 대법관 아들보다 성적이 좋은데도 연고도 없는 지역에 배치받아 ‘배경에 밀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동기들 사이에 돌았다”고 했다.

연수원 성적을 반영하는 ‘초임지’는 법관으로 재직하는 내내 경력처럼 따라붙기 때문에 판사들은 이에 민감한 편이다. 또 다른 법조인은 “서울에 가야 할 사람이 강원도나 경기도권으로 가기도 했다. 성적대로 가는 관행이 깨진 것이라는 불만이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한 판사가 대법원에 전화를 걸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올해 연수원 출신 신임 법관들은 연수원 성적 외에 종합적인 임용심사 성적에 따라 배치 권역이 바뀐 경우가 52명 중 9명이나 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2013년 법조일원화 도입으로 경력 3년 이상 법조인 가운데 판사를 선발하면서 연수원 성적뿐 아니라 실무능력 평가 면접, 법조윤리 면접, 집중 심리검사 결과를 반영한다.

하지만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는 획일적인 근무지 배치 방식을 개선하겠다며 평가 방식을 바꾼 것이 오히려 공정성 시비를 부르는 상황이 됐다. 이에 선발 절차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처럼 대법원의 법관 선발 방식도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대법원은 단기 법조경력자 법관 임용 시 전형 단계별 선발 인원 또는 선발 비율을 사전에 공개하고, 실제 응시자와 합격자 수, 합격 점수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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