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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 설악산케이블카 발언 유감

이번에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거나 동조하는 사람들이 계속 알프스 케이블카를 사례로 든다. 어쩌다 스위스 또는 프랑스 샤모니에서 케이블카 한번 타보고 와서는 마치 자기 자신들은 해외 사례를 잘 알고 있고, 환경단체나 국민들은 국제적인 추세를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로 착각하는 오만에서 나온 말들이 아닌가 싶다.

  • 장재연
  • 입력 2015.08.20 10:32
  • 수정 2016.08.20 14:12
ⓒ연합뉴스

8월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설악산 케이블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있자, 황당한 광경이 연출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바흐 위원장, 린드베리 조정위원장은 차례차례 답변을 넘기고, 조양호 위원장이 '케이블카 사업과 평창올림픽은 관계가 없다'고 부인하였다. 딱 거기까지면 좋았다. 그런데 한 마디 더한 것이 문제였다. "케이블카가 자연을 훼손한다고 하지만, 알프스와 록키산맥에 케이블카가 있는데 왜 설악산만 환경을 훼손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환경파괴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자신은 그 답변이 그럴듯한 비유라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남산에 케이블카가 있는데, 설악산에는 왜 케이블카를 놓지 못하는가'라는 답변과 똑같은 것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전경련에서, 설악산 정상에 4성급 호텔과 레스토랑을 만들기 위해 특별법을 요구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인식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 전경련

이번에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거나 동조하는 사람들이 계속 알프스 케이블카를 사례로 든다. 어쩌다 스위스 또는 프랑스 샤모니에서 케이블카 한번 타보고 와서는 마치 자기 자신들은 해외 사례를 잘 알고 있고, 환경단체나 국민들은 국제적인 추세를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로 착각하는 오만에서 나온 말들이 아닌가 싶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이 바로 본인인줄은 전혀 모르고 있다.

그들이 보고 온 스위스나 프랑스의 산은 국립공원이 아니다. 유명 관광지이지만 법적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은, 그냥 평범한 일반 자연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고, 지금 추진되고 있는 오색케이블카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케이블카이며 자연훼손도 없는 케이블카이다.

우리나라 설악산에 해당하는, 스위스와 프랑스의 진짜 국립공원은 일반인들이 관광하고 온 인터라켄, 융프라라우, 마테호른, 몽블랑 등 유명한 산이 아니라 아래 그림처럼 따로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본 사람 거의 없을 것이다. 케이블카는커녕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면서 보호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있지도 않을지도 모른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립공원 위치

유럽 알프스 지역 국가들이 국립공원을 관리하고 있는 수준을 보기 위해, 스위스 국립공원이 어떤 지침을 유지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들은 국립공원의 목적을 '사람에 의한 모든 간섭으로부터 자연을 보호하고, 모든 동식물이 그들의 자연 상태 그대로 있을 수 있도록 보호하는 지역이다' 라고 선언하고 있다. 노약자, 장애인, 심지어 시간이 부족한 외국인까지 모두가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 즐기자는 것이 국립공원이 아니다.

The Swiss National Park is a sanctuary in which nature is protected against all interference by men, and the entire flora and fauna are left to their natural development.

자연과 동식물에 대한 간섭을 극도로 최소화하는 수준에서만 탐방객들의 방문을 허용하고 있다.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지정된 길을 벗어나면 안 되며, 꽃, 뿌리, 버섯, 심지어 죽은 나무까지 일체의 식물을 훼손하면 안 되고, 동물은 물론 물고기까지도 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그들에게 스트레스조차 주면 안 된다. 또한 애완견을 데리고 가도 안 되며, 텐트를 치는 것은 물론 주차장에서의 노숙도 금지되어 있고, 모든 쓰레기는 당연히 공원 밖으로 직접 갖고 나가야 한다.

몇 년 동안 공사를 해대고, 동물들을 공포에 떨게 하며, 수백 년 된 나무를 잘라내고, 공사 후에는 하루에도 열 시간씩, 연간 수십 만 명을 케이블카로 정상부로 올려보내겠다고 하는 곳은 국립공원이 아니다.

ⓒ Swiss National Park

알프스 케이블카를 운운하는 사람들은, 알프스의 진짜 국립공원은 가보지도 않고, 우리나라로 치면 남산이나 기껏해야 지역공원 수준의 규제 수준으로 관리되는 평범한 지역을 보고 온 것이다. 그곳에서는 워낙 잘 관리하고 있으니 그것을 배울 생각을 해야 하는데, 국립공원으로 지례짐작하고는 우리나라 국립공원도 그 수준, 아니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만들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외국의 현황을 겉만 보고 실제 내용은 보지도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사기와 기만을 일삼는 정신적 기전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외국가서 언뜻 본 모든 것을 무조건 숭배하는 사대주의도 있는 듯하고,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문제의식을 무식의 소치로 보는, 국민을 우습게 아는 권위주의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조양호회장의 발언은 '그 집안에서 땅콩회항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게 했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 중요한 자리에 있는 분이 취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된다. 정확한 사실, '설악산 케이블카는 평창동계올림픽과 관계가 없다'을 밝힌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 사족은 불필요했다.

이번 설악산 케이블카 사태를 보며, 이왕 외국을 배우려면 좋은 것을 배우거나 도입할 생각을 하지 않고, 사실 왜곡만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구제불능인 듯싶다. 정 설악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으려면, 우선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도 자체를 없애야 맞다. 국립공원을 이런 식으로 개발한다면 그것은 이미 국립공원이 아니다. 그리고 마치 우리나라가 국제기준에 맞는, '자연보호를 위한 보호지역 제도'가 있는 듯, 국제사회를 기만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IOC의 두 임원이 답변을 회피했지만, 속으로는 내심 어이가 없어 했을 것이다.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역시, 아직은 수준이 낮은 나라군. 자기나라 보물, 자기들이 훼손하겠다는데 우리가 뭐라 할 필요는 없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염려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지금 환경단체나 설악산을 지키자는 시민들은, 남산을 국립공원처럼 지키자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 상식과 규약에 맞게, 그리고 법대로 설악산국립공원은 국립공원답게 유지하자는 것뿐이다. 눈곱만치도 무리한 주장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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