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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권은희' 2년 만에 뒤바뀐 기소

ⓒ연합뉴스

2012년 12월11일 꼬리가 잡힌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의 후폭풍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당시 수사에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한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거짓 증언을 했다며 끝내 그를 재판에 넘겼다. 국정원 대선 개입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한 상황에서 수사에 나섰던 이들은 대부분 ‘반격’을 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권 의원이 받고 있는 모해위증 혐의는 재판에 회부된 이에게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검찰은 권 의원이 크게 네가지 위증을 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대목은 김 전 청장이 권 의원에게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노트북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지 말라는 전화를 했다는 내용의 증언이다. 또 서울경찰청이 김씨의 노트북·데스크톱 분석 범위와 파일 열람 범위를 제한했고, 이광석 당시 수서경찰서장이 “기자회견을 후회한다”고 밝혔다는 내용 등을 모두 위증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권 의원을 제외한 경찰관들이 권 의원과는 다르게 진술하고 있다는 점을 혐의를 입증할 유력한 근거로 본다. 하지만 당시 경찰관들은 사실상 김 전 청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권 의원 증언과 배치되는 경찰관들의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 재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여러 사람의 증언과 다른 증언을 했다는 게 위증의 고의성까지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지를 놓고도 공방이 예상된다. 위증죄는 단순히 착오나 불완전한 기억 때문에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한 경우를 처벌하는 게 아니고 고의로 기억에 반하는 증언을 해야 인정된다. 권 의원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지 말라는 전화를 분명히 받았다고 한다. 통화 상대방인 김 전 청장은 격려 전화였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주변 정황도 권 의원에게 불리하다는 정도의 사정만으로 명백한 거짓말로 규정하는 데에는 상식 차원에서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상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당사자들 진술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 정황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황에 대한 해석 역시 엇갈리는 상황이다. 검찰은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려다 만 것은 김 전 청장 지시가 아니라 민주통합당 고발장을 포함해 당시 확보한 자료로는 범죄 소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 청장과 권 의원이 통화한 시각은 오후 2시50분이며, 민주통합당이 고발장을 제출한 것은 그로부터 1시간 뒤여서 검찰의 설명과는 앞뒤가 안 맞는 측면이 있다. 수서경찰서 경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청으로 가져가다 되돌아온 것은 사실인 만큼, 당시 경찰의 움직임은 충분히 수상한 것이었다.

권 의원 기소는 검찰의 자기모순이기도 하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팀은 권 의원의 진술에 터잡아 김 전 청장을 기소했다. 또 김 전 청장의 직간접적 영향력 아래에 있었던 경찰관들의 법정 진술보다 권 의원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권 의원을 주요 증인으로 삼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의 증언이 거짓이라며 처벌해달라는 꼴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이번 기소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에 나선 인물들의 수난사도 이어지게 됐다. 권 의원은 당시 사건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이듬해 2월 송파경찰서로 전보됐다. 그로부터 2년6개월이 지났지만 이번에는 김 전 청장이 아니라 검찰과 ‘진실게임’을 벌이게 됐다. 검찰 쪽에서도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이 한직으로 밀려났고, 그의 울타리 역할을 했던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석연찮은 혼외자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국정원 직원 김씨를 감금한 혐의로 강기정·이종걸 의원 등 새정치연합 의원 4명을 폭력행위처벌법의 공동감금 혐의로 약식기소하기도 했다.

반면 김 전 청장은 올해 1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은 대법원이 지난달 “검찰이 제출한 핵심 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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