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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잘했다고 이 난리인가?

북한에 대한 화공작전, 녹음 제거 작전은 한다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제대로 검토가 안 된 조처들을 마구 남발하면서 언론에 뿌려대니까 그 실효성 여부에 관계없이 엄청난 양의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북한이 웃을 일이다. 사태가 엄중한 와중에도 합참의장은 폭탄주 회식에 갔다. 이런 소동은 실상 국방부가 얼마나 준비 안 된 집단인지를 보여주는 일면이었다.

  • 김종대
  • 입력 2015.08.19 09:43
  • 수정 2016.08.19 14:12
ⓒ합참제공

지난 8월4일 전방에서 일어난 지뢰 사건에 대한 국방부 발표가 있기 하루 전날인 9일 국방부 출입기자들의 휴대전화에 일제히 문자메시지가 발송되었다. 지뢰 사건 현장에 있다가 국군 고양병원에 입원하여 심리치료를 받고 있던 문시준 소위, 정교성 중사, 박준호 상병에 대한 언론 인터뷰를 10일 아침에 한다는 내용이었다.

막상 다음날이 되자 국방부는 "당사자들이 언론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어 기자회견을 취소한다"고 했다. 7일에 한민구 국방장관이 병원으로 이들을 찾아가 지뢰 폭발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같이 보았는데 이때부터 이들이 "당시 끔찍한 상황이 떠올라 기자회견이 힘들다"고 했다고 취소 이유를 덧붙였다. 취소된 날 오후에 국방부는 "11일 아침에 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재차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들이 소속된 부대가 여전히 기자회견을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루 만에 심리치료가 된 것인지는 몰라도 국방부는 어떻게든 기자회견을 성사시키려고 무척 조바심을 내는 것처럼 보였다. 국방부는 해당 사단이 반대하는데도 폭발 장면이 담긴 동영상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국방부의 기민한 대응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국방부 정책실장이 지상파 방송사와 보수성향 신문사 6곳의 데스크를 방문하여 "군이 경계 실패를 한 것은 아니다", "우리 군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면 북한이 남남갈등을 획책하는 데 말려든다"며 우호적인 보도를 부탁했다. 수없이 드나드는 최전방 추진철책 통문이 감시의 사각지대라는 억지주장까지 가세했다. 사각지대란 수풀이 우거지고 지형이 험준해서 감시장비로도 볼 수 없는 곳을 말한다. 전방의 경계가 완벽할 수는 없다는 사정을 이해하고 장병들을 위로해주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통문마저도 감시 사각지대라며 경계 실패가 아니라고 한다면 도대체 무엇이 경계 실패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의 "비판받지 않겠다"는 의지는 '포괄적 엠바고'라고 불리는 보도금지 조처로도 이어졌다.

엠바고가 풀린 10일이 되자 국방부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조처들을 계속 남발했다. 경고사격 이후에 조준사격을 하도록 되어 있는 전방의 교전수칙을 곧바로 조준사격하는 것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유엔군사령부와 협의해야 할 사항인 교전수칙의 변경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실현 여부가 의문시된다. 이번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군사연습 기간에 국방부는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 참여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것도 허풍이었다. 온다던 그 스텔스 폭격기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대북 확성기 방송 역시 전방에서 일제히 한다고 했다가 2곳이라고 했고 지금은 11곳이라고 또 바뀐다. 북한에 대한 화공작전, 녹음 제거 작전은 한다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제대로 검토가 안 된 조처들을 마구 남발하면서 언론에 뿌려대니까 그 실효성 여부에 관계없이 엄청난 양의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북한이 웃을 일이다. 사태가 엄중한 와중에도 합참의장은 폭탄주 회식에 갔다. 이런 소동은 실상 국방부가 얼마나 준비 안 된 집단인지를 보여주는 일면이었다.

그 의도는 결과로 나타났다. 아무도 보수정권의 안보 실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당하고도 뻔뻔스럽게 자랑을 하고 다니니까 국민이 기가 막혀 비판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공보 작전을 하듯이 북한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응해 보라. 일선의 전투원들이 쓰러지는데 폭탄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긴 하던가. 자식 같은 애들이 다쳐도 마음은 편안하던가. 연일 고위급 접촉 전통문을 보내다가 북한에 뺨 맞은 이 정부가 국가 위기관리에서 무엇을 잘했는지 단 한 가지만 제시해보라. 정보와 작전, 무엇이 제대로 돌아갔나? 중요한 건 오직 정권 안보 아닌가?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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