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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자에 "너도 잘못", 드라마 ‘용팔이' 대사 논란

  • 박수진
  • 입력 2015.08.19 06:45
  • 수정 2015.08.19 06:46
ⓒSBS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가 성폭행 피해자에게 성폭행의 책임을 일부 전가하는 내용을 담은 대사를 내보내, 드라마가 성폭행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시선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3일 방영된 <용팔이> 4회에서는 한류 스타 차세윤(임강성)한테 성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한 여성의 이야기가 나왔다. 같은 병원에 입원한 차세윤에 복수를 결심한 이 여성이 병원 지하에 있는 양성자 가속센터에 침입해 방사선 유출 사고로 병원을 폭발시키려고 하자, 이 병원 외과의사인 주인공 김태현(주원)이 방송으로 여성을 설득하는 내용(사진)이었다. 드라마에서 김태현은 여동생의 병원비와 거액의 사채빚을 갚기 위해 돈을 좇는 인물로 나온다.

김태현은 장장 5분에 걸쳐 이런저런 말들을 쏟아냈고, 이 대사 가운데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차세윤이 너한테 한 짓은 죽어 마땅하지만, 쉽게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그의 호텔방에 제 발로 걸어들어간 너의 잘못이 없어지지 않아. 그리고 너의 자책감을 덮기 위해서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을 죽게 해서는 안 돼.”

김태현은 자신의 과거까지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붉혔고, 여성은 김태현의 “네 탓도 있다”는 대목에서 눈물을 흘렸다. 방송이 나간 뒤 디시인사이드의 드라마 <용팔이> 갤러리 등에는 “성폭행 피해자한테 ‘자책감을 덮기 위해서’라니 말이 되냐” “‘네가 제 발로 찾아간 잘못도 있다’라는 건 성폭행범을 옹호하는 발언 아닌가” 같은 비판글들이 올라왔다. 이런 대사가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방송까지 나갔다는 것은 성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사무국장은 “성폭행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통념 중 하나가 피해자도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이 대사는 성폭력을 바라보는 우리의 왜곡되고 잘못된 시선을 드러낸다.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지상파 드라마에서 피해자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대사가 나온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사 한줄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을 투영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BS 쪽은 “성폭행 피해자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의미를 담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편집 과정에서 앞뒤 상황 등이 잘려나가면서 맥락이 잘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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