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한국인 생태소비, 한국땅 6배가 필요하다

'지구 용량 초과'라는 말이 말 그대로 지구의 생태자원을 다 써버렸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해마다 자연이 주는 용돈을 다 쓰고 저금통에 손을 댄다는 뜻이다. 이 비유를 적용하면, 올해는 2015년 8월13일이 돼지저금통을 깬 날이다.

  • 곽노필
  • 입력 2015.08.20 12:58
  • 수정 2016.08.20 14:12
ⓒgettyimagesbank

8월13일은 2015년 '지구 용량초과의 날'이다. GFN

2년새 일주일 앞당겨진 '지구 용량초과의 날'

" 올 1년 열두달 가운데 여덟달이 채 가기도 전에 인류는 자연이 준 올 한 해 예산을 다 써버렸다."

지속가능한 지구 만들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환경단체 글로벌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가 지난 8월13일 ' 2015년 지구 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을 맞아 발표한 보도자료의 첫 문장이다.

'지구 용량 초과의 날'(오버슛 데이)이란 인류의 생태자원 소비량이 지구의 연간 갱신(자원 재생이나 폐기물 흡수) 능력을 초과하는 날을 뜻한다. 식량, 섬유, 목재 같은 인류의 자원 수요를 조사한 뒤 그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지 조사해 결정한다. 따라서 이날부터 연말까지 사용하는 자원들은 미래의 후손들이 써야 할 것을 앞당겨 쓰는 셈이다.

이 단체가 해마다 발표하는 '지구 용량 초과의 날'은 2013년 8월20일에서 2년 사이에 일주일이나 앞당겨졌다. 이 기간중에 그만큼 인류의 생태자원 소비량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인류의 생태자원 소비가 지구의 용량을 초과하기 시작한 건 1970년대 들어서다. 1970년대 초반 12월 하순이었던 '지구 용량 초과의 날'은 1990년대 들어 10월, 2000년대 들어 9월, 2010년대 들어 8월로 각각 앞당겨졌다. 10년 단위로 한 달씩, 해마다 사나흘씩 빨라지고 있다.

녹색은 생태자원 채권국, 적색 계열은 생태자원 채무국이다. GFN

한국 '용량초과의 날'은 2월23일...세계 10번째로 빠르다

물론 '지구 용량 초과'라는 말이 말 그대로 지구의 생태자원을 다 써버렸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해마다 자연이 주는 용돈을 다 쓰고 저금통에 손을 댄다는 뜻이다. 이 비유를 적용하면, 올해는 2015년 8월13일이 돼지저금통을 깬 날이다.

지구 전체로 보면 8월13일이지만, 나라별로 보면 저금통에 손 대는 날이 크게 차이가 난다. 각 나라의 생태자원 소비량과 보유량이 제각기 다른 탓이다.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과 세계 최대 인구국 중국은 일찍 저금통에 손을 댄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계산한 것을 보면 미국은 7월14일, 중국은 5월14일이다. 반면 광대한 아마존 주변에 있는 남미지역의 많은 나라들은 저금통에 손을 대기는커녕, 저금통을 불리고 있다.

지금 수준의 소비를 감당하려면 미국은 1.9배, 중국은 2.7배, 한국은 6배의 땅이 각각 필요하다. 곽노필의 미래창.

저금통에 가장 먼저 손을 대는 나라는 어디일까? 생태자원은 없고 인구는 많은 나라일 것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불과 이틀만에 자국의 생태자원 용량을 다 써버린다. 도시국가라는 특성 탓이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도 상당히 일찍 저금통에 손을 대는 나라이다. 한국의 `지구 용량 초과의 날'은 2월23일이다. 이스라엘 바레인 레바논 룩셈부르크 등 땅 덩어리가 작은 나라들에 이어 세계에서 10번째로 빨리 용량 초과 상황을 맞는다. 경제활동이 활발한데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탓이다. 1년 중 10달은 후손들 몫의 생태자원을 미리 끌어다 쓴다고 보면 되겠다. 후손들 몫을 빼앗지 않으려면, 한국의 땅덩어리가 지금보다 6배 커야 한다.

지금 수준의 생태자원 소비를 감당해내려면 지구 1.6개가 필요하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2030년 '지구 용량초과의 날'은 6월28일로 앞당겨지고, 인류가 지속가능하려면 지구 2개가 필요해진다. GFN

지구 1.6개 필요...2030년엔 지구 2개도 모자랄 것

저금통을 깨면 그 안에 있는 판도라의 상자도 열린다. 판도라의 상자에 있던 동식물의 멸종, 온실가스 증가, 토양 침식, 숲 감소 등 지구를 황폐화시키는 요소들이 상자 밖으로 나와 지구를 휘젓고 다닌다.

이것들은 한데 어우러져 기후 변화를 야기하고, 이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기후변화는 기상이변을, 기상이변은 식량 부족을 초래한다. 그리고 이는 정치적,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상기후로 2007년과 2008년에 러시아와 중국에서 밀 생산량이 급감했을 때, 이집트를 비롯한 몇몇 나라들의 식품가격이 급등하면서 많은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어떤 지역에서는 혁명적 상황까지 벌어졌다. <라이브사이언스닷컴>에 따르면 뉴잉글랜드 콤플렉스 시스템스 연구소(New England Complex Systems Institute)는 201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2008년 곡물가격 급등 이후 전 세계에서 30차례 이상의 식량폭동과 소요사태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글로벌생태발자국네트워크는 연쇄고리의 시작은 온실가스 증가라고 말한다. 매티스 왜커너겔(Mathis Wackernagel) GFN 대표는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지구용량 초과의 날'은 갈수록 앞당겨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금의 생태자원 소비 수준을 감당해내려면 지구 1.6개가 필요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2030년에는 '지구 용량초과의 날'이 6월28일로 앞당겨지고, 그때는 지구 2개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지구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행위이다. 오는 12월 파리에서 열리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진국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정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곽노필의 미래창을 방문해 보세요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지구용량 초과의 날 #오버슛데이 #곽노필 #미래창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환경 #지구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