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베처럼 공물 봉납 좋아하다 망한 어느 정치인 이야기

일본 수상 아베가 우리 광복절에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대신에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총재 특보를 보내어 공물료를 봉납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베의 이런 행태를 보니 신전에 공물 바치는 것을 좋아하다가 나라까지 들어 먹기에 이른, 헤로도투스의 [역사]에 나오는 리디아 왕 크로이소스의 이야기가 생각 나서 한 번 썰을 풀어 보기로 한다.

  • 바베르크
  • 입력 2015.08.18 07:02
  • 수정 2016.08.18 14:12

지난 8월 14일 어처구니 없는 내용의 종전 70주년 담화를 발표한 일본 수상 아베가 우리 광복절에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대신에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총재 특보를 보내어 공물료를 봉납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베의 이런 행태를 보니 신전에 공물 바치는 것을 좋아하다가 나라까지 들어 먹기에 이른, 헤로도투스의 [역사]에 나오는 리디아 왕 크로이소스의 이야기가 생각 나서 한 번 썰을 풀어 보기로 한다. 암만 중국과 우리 같은 주변국이나 일본의 양식 있는 분들이 태평양전쟁 때의 전범(戰犯)들까지 합사(合祀)한 야스쿠니 신사에 그렇게 공물을 바치는 일 따위는 그만두라고 권유를 해도 쇠귀에 경 읽기인 아베이긴 하지만 그렇게 공물 바치는 걸 좋아하다가 폭망한 (비록 고대이기는 하지만) 정치인이 있다면 혹시 생각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부질 없는 기대에 한 번 끄적여보았다. (하지만 아베가 그런 얘기를 들을 리가, 쿨럭;)

리디아는 지금의 터키(소아시아) 땅에 위치한 고대 왕국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리디아의 마지막 왕인 크로이소스는 리디아왕 기게스로부터 이어진 왕조의 다섯 번째 임금이다. 기게스는 원래 리디아왕 칸다올레스의 총신(寵臣)이었다. 칸다올레스의 왕비는 대단한 미인이었다고 하는데 왕은 기게스에게 왕비의 미모를 자랑하고 싶어서 왕비가 내실에서 옷을 갈아 입는 모습을 지켜 보라고 명령(아니 왜?-_-;)했다고 한다. 기게스는 왕비님의 미모는 충분히 잘 알고 있다며 저항했으나 왕은 만약 왕비의 벗은 몸을 보지 않으면 기게스를 죽이겠다며 협박하여 할 수 없이 기게스는 왕의 안내로 왕비의 내실까지 들어 가 옷을 갈아 입는 왕비의 나신을 목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역시 왕의 자랑(응?)대로 왕비는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기게스는 왕비의 미모에 매혹당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한숨 소리를 들은 왕비는 뒤를 돌아 봤고 기게스는 재빨리 달아났으나 왕비는 기게스가 그녀를 훔쳐 본 걸 알게 되었다. 그날 밤 기게스에게 시녀가 찾아 와 기게스를 단독으로 접견하겠다는 왕비의 뜻을 전한다.

왕비는 기게스에게 리디아에서는 여자는 남편과 가족 외에는 벗은 몸을 보여서는 안 되는데 왕 때문에 자신은 모욕을 당했다며 그녀의 명예를 위해서 기게스가 자결하든지 왕을 죽이라고 요구한다. 기게스는 왕비에게 자신이 죽을 죄를 졌으니 죽겠다고 하였으나 (아마 이 때 왕비의 눈이 기게스를 보면서 이글이글 불타오르지 않았을까 싶은데) 왕비는 기게스에게 꼭 당신이 죽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 말을 알아 들은(응?) 기게스는 칸다올레스왕을 죽이고ㄷㄷㄷ 스스로 왕위에 오른 후에 왕비와 결혼한다.

그러나 기게스가 왕을 죽인 후 리디아의 여론은 반으로 쫙 갈렸다. 왕을 애도하며 왕의 암살범 기게스 및 기게스와 붙어 먹은(쿨럭;) 왕비를 쳐죽여야-_-;; 된다는 세력과 기왕에 이렇게 된 것 기게스를 왕으로 인정하자는 세력이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헤로도투스는 [역사]에서 이 때 리디아에서 이 문제를 그리스의 델포이 신전에 문의해서 결정하자고 의견이 모였다고 하는데 나중에 나온 신탁의 내용을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이는 기게스 및 그의 지지자들이 낸 의견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도 신전에 보내어진 어마어마한 공물^^의 양이 그런 의심을 짙게 한다. 공물 중 '기게스의 잔'이라고 불렸다는 황금세공잔은 그 엄청난 크기가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된 모양이다.

리디아와 기게스 그리고 왕을 버리고 기게스에게 자신을 맡긴 왕비의 운명을 결정할 이 신탁에서 그리스 델포이 신전의 오라클은 신의 뜻이라며 "기게스는 리디아의 왕이 되어도 된다. 하지만 그의 왕국은 5대째에 죽은 칸다올레스왕의 저주 때문에 망할 것이다."라는 예언을 남겼다고 한다. 어쨌거나 기게스는 괜찮다고 하니 리디아에서 그의 지위는 확고해졌다. 기게스, 그리고 그와 왕비 사이에 난 자손들이 다스린 리디아는 영토를 넓히고 번영하였으나 기게스왕조의 한 가지 불안은 5대째에 왕조가 망한다는 그리스 델포이신전에서 받아 온 신탁이다.

마침내 기게스 이래 다섯번째로 등극한 왕이 바로 크로이소스. 크로이소스는 당시 고대세계에서 최대 부자로 불렸던 이로서 미남에다가 총명하여 도대체 그의 시대에 리디아가 망한다는 델포이신전의 신탁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 크로이소스의 궁정에 어느 날 손님이 찾아왔으니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네의 지도자로서 국정을 개혁한 솔론. 빚 많은 아테네시민들이 노예로 팔려가는 걸 막고 당시(기원전 6세기)로선 혁신적으로 재산 정도에 따라 참정권을 조정한 개혁을 한 솔론은 자신이 떠나 있는 동안 정치체제를 그대로 두겠다는 약속을 시민들에게서 받고 10년 간의 해외시찰(!) 중에 리디아를 방문한다. 리디아왕 기게스 및 남편을 죽인 기게스와 결혼한 왕비가 받은, 그리스 델포이신전 신탁에 나온, 리디아가 망한다는 5대째 왕인 크로이소스는 자신의 궁전을 찾은 아테네의 현자 솔론에게 자신이 지닌 금은보화와 화려한 궁전을 구경시켜주고 융숭히 대접한다.

그렇게 하고 나서 크로이소스는 솔론에게 물어본다. "현자시여, 당신이 생각하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크로이소스는 당연히 솔론이 자신을 지칭할 거라 생각했지만 솔론은 엉뚱하게도 나라를 지키다 전사해서 동료 시민들이 국장을 치러준 이를 제일 행복한 이로 꼽았다. 크로이소스가 2등은 되겠지하고 물어 보니 솔론은 재산을 물려받아 즐겁게 쓰다가 어머니를 신전에 모시고 가기 위해 수레를 끌고 가 모셔다 드린 후 지쳐서 죽은 형제를 두 번째로 행복한 이들로 꼽았다.

참다못한 크로이소스, 솔론이 보기에 자신은 행복한 사람 순위 중 몇 등이냐고 묻자 솔론은 그 사람의 인생의 마지막까지 다 보기 전까지는 그 인생이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 알 수 없다고 답변한다. 솔론이 떠나고 크로이소스는 노인네의 흰소리라고 무시한다.

당시 크로이소스의 두통거리는 페르시아의 부상. 이웃 메디아 왕의 외손자인 키루스가 페르시아 왕이 되고 난 후 못살고 낙후했던 페르시아는 메디아를 멸망시켜서 크로이소스는 키루스를 적으로 돌려야할지 손을 잡아야할지 결정하여야 했다. 그는 자신의 선조 기게스가 했던 것처럼 그리스 델포이신전에 신탁을 청해 보기로 한다.

크로이소스는 기게스처럼 델포이신전에 공물^^을 바쳤는데 선조께서 바치신 공물^^을 뛰어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금세공품잔은 기게스가 바친 것보다는 조금 작았다고 한다. 리디아왕 크로이소스의 공물^^을 받은 그리스 델포이신전의 오라클이 전한 신탁은, "노새가 페르시아의 왕이 되지 않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크로이소스가 군대를 일으키면 제국을 멸망시킬 것이다. 페르시아가 쳐들어 오면 성을 버리고 달아나라"였다고.

크로이소스는 자신의 선조 기게스에게 왕위를 확정 짓게 하여 준 그리스 델포이 신전의 신탁이 이렇게 내려지자 페르시아왕 키루스가 노새도 아니고 자신이 군대를 일으키면 페르시아제국을 멸망시킨다니 안심하고 키루스를 상대로 싸웠다가 패해서 성을 빼앗기고 포로가 되었다ㅜㅗㅜ

페르시아왕 키루스에게 사로잡혀 사슬과 차꼬에 묶인 크로이소스는 장작더미 위에 올려져 불이 붙어 사형집행 당하는 처지가 되자 그제서야 아테네의 현인 솔론의 마지막을 보아야 행복여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떠올라 "솔론, 솔론"하고 외친다. 기게스가 받은 신탁대로 기게스의 5대째 후손인 크로이소스 때에 리디아의 기게스왕조가 망하고 크로이소스 본인이 죽게 되는 그 순간 크로이소스가 외치는 솔론이란 이름에 흥미를 느낀 페르시아왕 키루스는 크로이소스에게 그게 누구냐고 묻는다. 크로이소스는 죽어가면서 키루스에게 조곤조곤 아테네 현인 솔론이 그를 찾아왔을 때 나눈 얘기를 들려준다. 사람의 행복은 마지막을 보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크로이소스의 말이 끝나자 키루스는 크로이소스를 죽여서는 안 된단 생각에서 불을 끄라 했으나 이미 늦었다;

리디아의 마지막 왕 크로이우스가 패배후 후 손이 묶인 채 페르시아왕 키루스앞에 서 있다. 크로이우스는 죽을 운명이었으나 키루스가 솔론의 이야기에 흥미를 보여 목숨을 구해주었다. -편집자주

그런데 헤로도투스의 [역사]에 의하면 그 순간 갑자기 큰 비가 쏟아져서 페르시아왕 키루스의 포로가 된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를 태울 기세이던 장작불이 꺼졌다고-_-; 이를 신의 계시로 받아들인 키루스는 크로이소스를 묶었던 사슬과 차꼬를 풀었다.

페르시아왕 키루스에 의해 풀려난, 망한 리비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키로스에게 한 가지 청을 들어달라 부탁한다. 자신이 키루스에 적대한 것은 그리스 델포이신전의 신탁에 따른 것인데 왜 (그 엄청난 공물^^만 받아 챙기고) 델포이신전은 엉터리 같은 예언을 했냐면서 망한 리디아 왕 크로이소스는 이번엔 그리스 델포이신전에게 보낼 '공물'로 크로이소스 자신이 페르시아왕 키루스에 패해 사로잡힌 다음 그를 묶었던 사슬과 차꼬;를 보내라고 부탁한다. 키루스는 크로이소스에 대한 오해도 풀리고 흥미도 생겨서 청을 들어 주었다.

당신네들 신탁을 따랐다가 전쟁에 패해 노예가 되었다며 사슬과 차꼬를 '공물'로 보내 온 크로이소스에 대해 델포이신전이 보낸 답변(헤로도투스의 [역사]에 실림)이 걸작^^ 델포이신전의 오라클은 우선 "노새가 페르시아의 왕이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노새는 종이 우수한(?) 암말과 열등한(응?) 수컷 당나귀가 교배해 나온 종이므로 강대국 메디아 왕녀 만티아네와 약소국 페르시아의 왕 사이에서 태어난 키루스왕을 가리키는 것이었다는 변명이었다. 노새는 생식능력이 없으니 꼭 맞는 말은 아니지만 나름 그럴듯한 변명.

하지만 다음 예언에 대한 델포이신전 오라클의 변명은 황당. 자신이 크로이소스가 페르시아왕에 맞서 군대를 일으키면 "제국을 멸망시킬 것이다"라고만 했지 그것이 페르시아인지 리디아인지 안 알랴줌이었다나ㅠㅠ 이건 뭐 2500여년 후 남한의 모정치인께서 말씀하신 "주어가 없다"도 아니고-_-; "제국을 멸망시킬 것이다"라는 말에 어느 제국이라고 수식어를 말한 일이 없으니 그게 네가 자멸할 거란 말도 포함된 답변이라니ㅠㅠ 값비싼 공물^^을 대를 이어; 바치며 신탁을 구하던 외국 왕가의 귀에 듣기 좋은 신탁을 해줬다가 폭싹; 망하게 한 터에 어쩌면 다음에 큰 고객이 될 수 있는 페르시아왕 키루스도 지켜보고 있는지라 델포이신전의 오라클들이 고심 끝에 내어 놓은 변명이 아닐까 싶다-_-;

끝으로 델포이 신전에서는 크로이스소스더러 성을 버리고 달아나라고 했는데 왜 그 말을 안 따르고 성을 지키다 포로로 잡혔냐는 변명을 덧붙임. 헤로도투스는 [역사]에서 이런 변명들을 듣고 크로이소스가 델포이신전의 오라클들의 예언이 잘못된 것이 없고 자신의 잘못이라 탓했다고 하는데 글쎄 이것은 소아시아의 그리스계 식민도시 할리카르나소스 출신인 [역사]의 저자 헤로도투스의 그리스인으로서의 편견이 깃든 서술이 아닐까 싶다.

크로이소스는 신전에 '공물'바치기 좋아하다가 판단을 그르쳐 자신의 제국을 잃었으니 똑같은 취미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아베 수상도 역사를 한 번 상고해 보고 그럴 헛수고를 할 정성이 있으면 침략의 역사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이웃나라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는데에나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어떨까 싶다. 더군다나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태평양 전쟁 전범 14명 중 으뜸(뭐래니?)이라 할만한 진주만 기습공격을 결정한 당시 일본 수상 도죠 히데키 같은 경우에는 육군 대장까지 지낸 자가 막상 패망 후 연합군이 자신을 체포하러 온다는 말을 듣고 권총 자살을 시도하다가 (겁이 났는지) 총도 빗나가 자살을 못하고 동경 재판 후 교수형을 당한 자이다. 어느 모로 보아 별로 영험할 것 같지는 않지 않은가?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아베 #바베르크 #헤로도투스 #크로이소스 #기게스 #델포이 #공물 #도죠 히데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