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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에게는 우연한 기회가 오지 않는가

성공 스토리에는 언제나 그렇듯 드라마 플롯이 따라간다. 그래서 드라마가 없으면 성공이란 말이 영 어색하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 혹은 날 때부터 손에 쥐어진 축복은 주인공이 스스로 해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플롯에서 빠지지 않는 액세서리가 있는데 '우연한 기회'라고 하는 것들이다.

  • 김민태
  • 입력 2015.08.18 12:56
  • 수정 2016.08.18 14:12

왜 나에게는 우연한 기회가 오지 않는가

성공 스토리에는 언제나 그렇듯 드라마 플롯이 따라간다. 그래서 드라마가 없으면 성공이란 말이 영 어색하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 혹은 날 때부터 손에 쥐어진 축복은 주인공이 스스로 해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플롯에서 빠지지 않는 액세서리가 있는데 '우연한 기회'라고 하는 것들이다.

일곱 살 때 우연히 할아버지를 따라간 기원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바둑의 전설 이창호. 그전까지 그는 우량아였다는 사실 말고는 별다른 특징이 없던 아이였다.

박태환은 고질적인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 시작한 게 수영이다. 의사들은 보통 천식 환자들에게 수영을 권하지 않는다. 차가운 물이 코 안의 점막을 붓게 만들어 숨쉬기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수영이었다. 걷기나 등산도 아닌. 게다가 박태환은 물도 무서워했다. 그런 아이가 점차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면서 급기야 우리나라 수영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된다.

전쟁고아 상태로 입양된 지적 장애 어머니 밑에서 세계적 비올리스트가 되기까지 용재오닐의 성장과정은 그야말로 드라마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클래식을 좋아하는 할아버지 덕분에 매일같이 턴테이블에 레코드판을 올려놓아야 했던 것이 훗날 클래식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게다가 비올라를 시작한 뒤부터는 80세의 할머니가 10년 동안 직접 운전해서 레슨에 데리고 다녔다.

이 정도면 천운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황당해서 멀게만 느껴진다면 다음의 이야기는 어떤가.

-애니메이션 영화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아주 좋아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남들에게 두루 인정받을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경제학과에 진학했지만 그림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선배의 권유'로 동아리의 인형극 시나리오를 쓰게 되는데 이게 큰 호응을 얻게 된다. 자신감을 얻은 하야오는 신인 만화 작가에 지원을 하고 당선이 된다.

-한국 만화사의 살아 있는 전설 이현세는 고3 때 신체검사에서 '색약' 판정을 받은 후 미대 진학은 물론 화가의 꿈을 포기한다. 학교도 못 나갈 만큼 충격은 컸다. 그렇게 방황의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색약이라면 색을 구별하지 않아도 되는 그림을 그리면 되잖아!"라는 '친구의 한마디'에 진로를 수정해 만화가의 길로 접어든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피카소에게도 우연한 기회가 있었다. 그것도 제대로 한방 터졌다. 바로 프랑스 유학 중이던 어느 날 루브르 박물관에서 당대 최고의 화가 '앙리 마티스를 우연히 만난 것'. 마티스는 자신이 그린 <인생의 행복> 앞에서 아프리카풍의 조각상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피카소는 그 모습에 깊은 영감을 얻는다. 이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20세기 최고의 걸작이라고 불리는 <아비뇽의 처녀들>이다.

이제 우연을 제거하고 생각해보자.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인형극 시나리오를 써보라고 권유한 선배가 없었다면?

-이현세가 색약이라는 핸디캡이 없어서 예정대로 미대에 진학했다면?

-피카소가 루브르 미술관에서 우연히 마티스를 만나지 않았다면? 만나기는 했는데 마티스가 아프리카풍의 조각상을 들고 있지 않았다면 <아비뇽의 처녀들>은 탄생했을까?

이처럼 우연의 힘은 모든 결과를 원점에 돌려놓을 정도로 강력하다. 시샘이 절로 생긴다. 왜 나에게는 우연히 권유하는 선배가 없었고, 결정적 조언을 해주는 친구가 없었을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2002년 10월 9일 저녁 6시, 한 통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다나카 고이치는 평범한 회사원에 불과했다. 중요한 전화라고 해서 회의 중에 받긴 했지만, 영어로 말을 걸어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전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회사 전화기 50대가 일제히 울리기 시작했다. 기자들이었다. 그는 단백질의 질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연성레이저 이탈기법'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며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원이 됐다.

다나카는 "일련의 모든 결과가 우연"이라고 말한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가 일하고 싶었던 회사는 소니였다. 그러나 면접에서 떨어지고 지방에 있는 계측회사에서 화학연구원으로 새출발하게 됐다. 화학지식에 어두워 엉뚱한 실험을 많이 했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도 이런 저런 실험을 하다가 실수로 두 용액을 잘못 섞으면서 세기의 발견을 하게 된 것이다.

세상의 성공을 모두 우연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우연에서 찾곤 한다. 베스트셀러 <7번 읽기 공부법>으로 알려진 야마구치 마유의 성공담을 들어보면 죄다 "어쩌다보니..."로 시작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도쿄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변호사 야마구치 마유는 "어떻게 공부했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7번 읽으면 대부분 외워져서..."라고 말한 게 발단이 돼서 책을 내게 됐는데, 공부를 잘하게 된 '우연한 기회'들이 잘 나와 있다.

중학교 때의 일이다. 시험을 앞둔 어느 일요일. 소프트볼 동아리 모임이 있던 날이었다. 그녀는 매번 지각하는 부원을 기다리며 가슴을 졸이느니 그 시간에 교과서를 펴기로 결심했다. 한창 사춘기의 여중생으로서 남과 다른 행동을 한다는 것은 나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 일 이후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라는 캐릭터가 생겼다. 공부하는데 누구의 눈치도 받을 일이 없게 된 것이다.

중3이 되어서는 전국모의고사를 보는데 시험범위가 너무 넓어서 고육지책으로 책을 통독하며 반복하는 작업을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전국 1등을 했다. 이런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한번 하기의 힘'이다. 우연히 한번 한 행동이 예상치 못한 기회를 가져다주더라는 것이다.

미래보다는 현재, 계획보다는 실천

변호사이자 자기계발 강사인 토마스 슈웨이크는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이 궁금해서 100인을 대상으로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성공한 사람들이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100명 중에 처음부터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는 대답은 5%에 불과했다. 반면 95%에 달하는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에 특정한 직함을 달겠다'와 같은 목표에 집착하는 것이 성공의 장애물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말의 의미는 보잉 사의 부사장이었던 마이크 시어스의 인터뷰에 잘 나타난다. "인생은 대수롭지 않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그 일을 붙잡고 즐기면서 열심히 하면 된다." 전 미 법무장관 재닛 리노 역시 로스쿨을 졸업할 때 품었던 유일한 야망이라고는 어떤 자리든 법과 관련 있는 일자리를 얻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우연한 기회는 '비록 작은 거라도 현재 마음이 가는 것을 할 때, 특히 지속적으로 할 때' 따라 온다.

다나카 고이치의 연구는 우연한 실수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레이저를 이용해 단백질의 질량을 측정하려고 했지만, 광선의 힘이 너무 세서 단백질이 쉽게 깨지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레이저를 약하게 하는 보조제를 찾기 위해 실험을 거듭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두 가지 보조제가 실수로 그만 뒤섞여 버린 것이다. 그것이 바로 노벨 화학상의 영예를 안겨준 코발트와 글리세롤의 조합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보통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두 보조제의 조합을 얻기까지 시도한 실험 횟수는 200여 회가 넘는다. 발생한 사건이야 우연이라도 치더라도 미세한 다름을 발견할 수 있던 안목은 무수한 실험을 거친 덕분이다.

피카소는 그냥 천재가 아니었다. 스페인에 있을 때도 시간만 나면 프라도 미술관으로 달려갔고, 파리로 유학을 갔을 때도 루브르 미술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지독한 노력파 천재였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라고 하는 마티스를 만나게 된 것이다. 딱 한 번 미술관에 갔다가 만나게 된 게 아니다. 천재 기사 이창호도 마찬가지다. 조훈현의 제자 시절인 열 살 때부터 새벽 2시까지 바둑돌을 놓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현세가 친구의 조언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그가 평소에 그림에 대한 열정을 꾸준히 보여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을까?

미야자키 하야오의 운명을 바꾼 '인형극 시나리오'는 어떤가? 잘하지 못하다고 해서 혹은 귀찮다고 해서 슬그머니 피했다면 오늘날의 거장이 될 수 있었을까?

잘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게다가 우연까지 더한 이야기를 들으면 질투가 생길법하다. '왜 나에게는 우연한 기회가 오지 않을까?'하며 말이다. 그러나 많은 성공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기회라는 문은 무수히 작은 실천을 통해 마치 우연인 듯 열린다. 그래서 작은 실천의 시작, 한 번 하기가 중요하다. 엄밀히 말해 기회는 오는 게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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