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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후 70년 담화, '과거형' 사과만 했다

  • 허완
  • 입력 2015.08.14 14:48
  • 수정 2015.08.14 15:13

업데이트 : 2015년 8월14일 19:00 (기사 보강 및 전직 총리 담화 발췌문 추가)

업데이트 : 2015년 8월14일 19:10 (기사 보강)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에서 '과거형' 사과를 내놨다. 진심 어린 사죄와 반성은 없었다는 평가다. 역사인식을 놓고 이어져 온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담화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다"고 밝혔다. '과거형' 사과인 셈이다.

또 아베 총리는 "일본에서는 전후에 태어난 세대가 지금 인구의 8할을 넘겼다"며 "그 전쟁과 어떠한 관여도 없다"고 밝힌 뒤 "우리들의 아이와 손자, 그 뒤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할 숙명을 지워선 안된다"고 말했다. 계속된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주어도 없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사변, 침략, 전쟁, 어떤 무력의 위협과 행사도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두 번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식민지 지배로부터 영원히 결별해 모든 민족의 자결 권리가 존중돼는 세계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식민 지배'와 '무력의 위협' 등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여기에 '일본'이라는 주어는 없었다. 일본의 행동이었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은 것.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로 들어가고 있다.

이 같은 담화는 한국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분석된다. 관심을 모았던 '사죄'라는 단어가 포함되기는 했지만, '사죄를 표해왔다'는 과거형 문장인 데다 '침략'과 '식민지배'라는 단어도 주어 없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베 총리의 이번 담화는 과거 일본 총리들의 담화와 비교해도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패전 50주년과 60주년에 각각 발표된 무라야마(村山)담화, 고이즈미(小泉)담화가 일본의 이런 가해 행위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사죄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아베 총리는 "우리나라는 앞선 대전(大戰)에서의 행위에 관해 반복해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 왔다"고 표현, 과거형으로만 반성과 사죄를 언급했고, 무엇에 관한 반성과 사죄인지도 확실히 하지 않았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는 각각의 담화에서 일본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여러 국가에 큰 피해를 줬다고 명시하고 "통절한 반성의 뜻"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8월14일)

결국 우려했던 것처럼 양국 간의 관계는 다시 뒷걸음질 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베 총리의 담화 내용은 앞으로 한일 관계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아베총리 담화는 종전 70주년이자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역사적 시점에서 향후 양국관계 개선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만약 아베 총리가 진정성있는 사과를 한다면 한일관계는 급진전될 가능성이 커져 한일정상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거사를 부정하는 기존 자세를 그대로 답습할 경우 올들어 개선조짐을 보여왔던 양국 관계는 다시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 (뉴시스 8월14일)

14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일본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아래는 연합뉴스가 전한 무라야마 담화, 고이즈미 담화, 아베담화 관련 주요 내용 발췌문.

◇ 무라야마 담화

(전략) 우리는 과거의 잘못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도록 전쟁의 비참함을 젊은 세대에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략) 또 현재 힘을 쏟고 있는 전후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와 이들 나라(이웃 여러나라)와의 신뢰관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나는 계속 성실히 대응해 나가겠다. (중략) 우리나라는 가까운 과거 한 시기, 국가정책을 그르치고 전쟁에의 길로 나아가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크고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나는 미래에 잘못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의심할 여지도 없는 이런 역사의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여기서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마음으로부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 또 이 역사가 낳은 내외의 모든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바친다. (중략) 패전일로부터 50주년을 맞이한 오늘, 우리나라는 깊은 반성에 입각하여 독선적 내셔널리즘을 배척하고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협조를 촉진하고 그것을 통해 평화의 이념과 민주주의를 널리 퍼뜨려 나가야 한다. (이하 생략)

◇ 고이즈미 담화

(전략) 우리나라는 일찍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크고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이러한 역사의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의 마음을 표함과 더불어 지난 대전(大戰)에서의 내외(內外) 모든 희생자께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한다. 비참한 전쟁의 교훈을 풍화시키지 않고 다시는 전쟁하는 일이 없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해 나갈 결의다. (중략) 우리나라의 전후 역사는 정말 전쟁에 대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준 평화의 60년이다. (중략) 특히 일의대수(一衣帶水, 한 줄기 좁은 강물이나 바닷물) 사이에 있는 중국이나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여러 국가들과는 함께 손을 잡고 이 지역의 평화를 유지하고 발전을 지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바르게 인식해 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상호 이해와 신뢰를 기반으로 미래 지향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아가고자 한다. (중략) 우리나라는 세계평화에 공헌하기 위해 부전(不戰)의 맹세를 견지하며 유일한 피폭국으로서의 체험이나 전후 60년의 행보에 입각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나갈 생각이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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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담화

(전략) 100년 이상 전의 세계에는 서양제국을 중심으로 한 나라들의 광대한 식민지가 확산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기술우위를 배경으로 식민지 지배의 파도는 19세기 아시아에 밀려왔다. 그 위기감이 일본에 근대화의 원동력이 된 것은 틀림없다.(중략) 러일 전쟁은 식민지 지배 아래 있었던 많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 (중략) 그런데 세계 공황이 발생해 구미 제국이 식민지 경제를 둘러싼 경제 블록화를 진행해 일본 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런 가운데 일본은 고립감이 깊어지고 외교적 경제적 막다른 골목을 힘의 행사에 의해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중략)우리 나라는 앞선 대전(大戰)에서의 행위에 관해 반복해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왔다. 그 생각을 실제의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의 나라들,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인 아시아인들이 걸어 온 고난의 역사를 가슴에 새기고 전후 일관해서 그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을 다해 왔다. 이런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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