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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사관 앞에서 분신한 최현열씨의 편지

  • 박세회
  • 입력 2015.08.14 13:26
  • 수정 2015.08.14 13:36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분신한 최현열(80)씨가 남긴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과 그가 쓴 시 ‘나라 사랑’이 공개됐다.

‘일본대사관 앞 분신 최현열 선생 시민사회 대책모임’(가칭)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노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씨가 남긴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A4용지 8장 분량의 글을 공개했다. 이 문서에서 그는 “저는 애국자는 못되었어도 선친께서 항일운동을 하셨기에 평상시에도 항일문제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가 지금은 광주 전남 근로정신대 시민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또 “동포들이여! 36년간 피로 물들었던 삼천리 강산을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시달리고 고통받았던 멍든 자국과 상처를 매만져 보십시오. 역사는 너무 아프고 슬픕니다. 그런데 양심이라고는 없는 왜놈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뉘우칠 줄 모르고 있으니 뻔뻔한 행위를 보고 더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박근령 여사의 발표문을 접하고 더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일제때 (일본)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려고 일본정부에 혈서까지 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딸이라 하지만, 전 국민에게 들으라고 아버지의 얼굴에 피칠을 하고 국모인 언니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전 국민이 분노를 터트릴 그런 막말을 세계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까발려야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의 운명은 우리 힘에 달려있으니 이번 8·15 광복 70주년 기념일을 계기로 국민이 사활을 걸고 애국심을 발휘해 세계의 여러 나라들과 힘을 합쳐 한일관계를 원만히 해결해주시기를 간곡히 간곡히 부탁하는 바입니다”고 당부했다.

그는 ‘나라 사랑’이라는 긴 시에서 “조국 너는/ 더는 타인이 아니요/ 칠천만 동포가/ 천년이고 만년이고 살아갈/ 사랑하는 우리의 성지이니/ 너를 버리지 않기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고 살아왔다/…우리의 큰 사랑/ 내 조국을 꼭 끌어안고/ 불 속이고 물 속이고 뛰어들어야 한다/ 이것이 겨레의 소망이자 사명이다”고 썼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일제시대를 온몸으로 겪으신 어르신께서 해방 이후 70년이 다 되도록 역사바로세우기를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셨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자신의 몸을 불살라 항거한 지금 상황이 죄송할 뿐으로, 남은 자들에게 무겁고 진중한 숙제를 남겼다”고 말했다. 최씨는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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