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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 판결이 또 나왔다

ⓒgettyimageskorea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군 입대를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판결이 하루 만에 또 나왔다.

2004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첫 무죄판결 이후 다섯 번째다.

수원지법 형사2단독 황재호 판사는 13일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A(24)씨 등 '여호와의 증인' 신자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황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병역거부를 할 경우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게 된다는 사실, 보충역(사회복무요원)은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만 받으면 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종교적인 신념으로) 사람의 살상과 관계된 훈련은 전혀 받을 수 없어 병역을 거부하게 됐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실을 따져봤을 때 피고인은 종교적 신념에 근거해 형성하게 된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로 병역을 거부한 것이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방의 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 보다 강조되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유죄라는 대법원 판례와 정반대되는 판결이다.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근거로 ▲법질서 체계 측면 ▲입법자의 의사측면 ▲사회상황의 변화를 반영하는 측면 등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용하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황 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근거한 것으로서 헌법이 추구하는 평화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특히 보호할 가치가 있는 반면 국가기능을 저해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권익을 침해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법률적 해석을 통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백종건(32)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고 대체복부 등 대안이 있음에도 계속해서 형사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백 변호사는 또 "이제까지 한번도 공식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은 양심적 병역거부문제의 궁극적 해결주체가 누구여야 하는지 법적, 정치적, 역사적 고려가 깊이 담긴 판결 내용이 상당히 고무적이고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백 변호사는 5년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무료로 맡고 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변호사 없이 진행됐으나 평소 관심을 두고 재판을 지켜봤다.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재판부가 잇따라 무죄판결 하고 있는데 이런 재판들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A씨 등은 작년말 병무청으로부터 입영통지를 받았으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선고는 2004년 서울남부지법에서 첫 판결이 나온 뒤로 2007년 청주지법 영동지원에서 두 번째 판결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8년 뒤인 지난 5월 12일 광주지법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자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하루 전인 지난 12일 광주지법은 또다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4년, 2007년 사건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했으며, 2004년과 2011년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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